[안동유의 세상만사]<34>시테크
[안동유의 세상만사]<34>시테크
  • 국토일보
  • 승인 2015.03.3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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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시테크

생산 관리의 출발점은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라고 한다. 과학적이란 말이 붙는 건 그 전까진 제대로 된 관리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주먹구구식으로 열심히만 하면 많이 또 잘 생산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생산 현장에서 처음으로 합리적으로 생산 관리를 시도했던 데서 그 이름이 유래한다.

그의 이론은 석탄을 풀 때는 가벼운 삽으로 푸고 재를 풀 때는 무거운 삽으로 퍼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간단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상식적으론 삽이 가벼우면 일을 하기 더 수월할 거 같다. 하지만 가벼운 재를 풀 때에는 오히려 너무 가벼워 동작이 더 느려진다는 것이다.

적당한 무게감이 없어 동작이 더 어려워진다. 등산을 하면 가벼운 몸보다는 적당히 배낭 무게가 있을 때 가기가 수월한 것과 비슷한 것이다.

이렇듯 사람의 동작과 시간을 연구해 동선과 동작을 과학적, 합리적으로 분석해서 최대한 생산성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생산량이 많은 사람은 차별해서 성과급을 지급하고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다. 확실히 그 전에 비해 획기적으로 생산 관리를 하게 된 것이어서 현장은 합리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현장의 피로도는 높아지고 곧이어 나온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과 함께 인간 소외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 후 상사의 솔선수범을 중시해 인간 통솔의 학문으로 불리는 패욜의 일반 관리가 나오면서 현장 관리에 인간에 대한 배려가 등장하게 되고 이런 과학적 관리 개념은 힘을 잃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경영학을 인간 착취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 수 있나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생각하고 있는 바라 패욜의 일반 관리든 호돈 공장의 실험을 통한 수평적 인간 관계론이든 별로 달갑게 생각지 않는다.

그 본질은 어떻게든 사람의 노동력을 최대한 뽑아 내고자 하는 방법론적 고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칸트는 인격의 목적의 왕국을 역설했다. 사람은 목적으로 대우 받아야지 수단으로 대우 받아선 안된다는 것이다.

가끔씩 이런 여러가지 관리론도 옷처럼 복고풍을 타고 유행을 반복한다. 시테크니 하는 개념들이 테일러의 과학적 관리를 부활한 것이다.

어려울 때 마다 경영자들은 직원을 쥐어짜서 뭔가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 하지만 이것은 심리적 만족감을 채우는데 불과한 것이다.

90년대 초와 INMF 사태 때, 그리고 월가 사태 이후 동력을 잃고 경제가 혜속 헤매는 요즘까지 이런 시도가 되풀이 돼왔다.

물론 근무하는 직원이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된다. 보수를 받는 만큼 성실히 일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시간 연구나 동작 연구는 어디까지나 비과학적 주먹구구식 비관리에서 관리로 넘어 오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아직도 백년이 넘는 구닥다리 이론을 들먹이며 사람을 자리에 붙들어 놓음으로써 만족하는 수준 낮은 관리는 이제 안녕해야 한다.

단순히 책상머리에 들러붙어 앉아 효율성 없이 전기나 냉난방 에너지를 낭비하는 성실성은 역사 속으로 던져야 한다.

선진국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멕시코 다음으로 OECD 가입국 중 최고 노동시간을 자랑하는 우리다.

사이버 슬래킹은 책상머리에 앉아서 일하는 듯 하지만 실상 사이버 상으로 게임을 하는 등 딴짓하는 현상을 말한다.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생긴 새로운 게으름의 한 종류다.

말을 물가로 끌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