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칼럼] 물 분쟁, 계속 싸우게 둘 수 없다
[의정 칼럼] 물 분쟁, 계속 싸우게 둘 수 없다
  • 국토일보
  • 승인 2009.0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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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기 준 한나라당 의원

'하천법' 개정 - 분쟁 발생시 조속 해결 유도해야

(가)물분쟁조정위원회 설립 능동적 체제 전환 시급

 

 

  최근 남강댐을 둘러싸고 국토해양부·부산시와 경상남도의 물 분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남강댐 물을 부산에 공급하려 하고, 부산시가 이에 찬성하는 입장인 반면에 경상남도는 남강댐 물을 부산에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물 분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비단 이 곳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다. 시민환경단체인 물포럼코리아의 ‘우리나라 물 분쟁 사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의 물 분쟁 사례는 모두 52건으로 집계됐고, 물 분쟁이 10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생기는 등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수자원을 둘러싼 물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국가와 국가 사이의 상호 공유하는 강이나 하천을 둘러싼 분쟁이다.

 

  오대호를 둘러싼 미국과 캐나다의 분쟁, 갠지스강을 두고 발생한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분쟁, 라인강을 두고 발생한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간의 분쟁이 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파라니강을 사이에 두고 분쟁이 발생하였다.

 

  다행이 우리나라는 외국과 공유하는 강이나 하천이 없어서 이러한 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영국의 존 라이드 국방장관은 2006년 2월 27일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채텀하우스) 연설에서 “지구온난화로 지구 곳곳에서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어 20∼30년 안에 물을 둘러싼 폭력적이고 정치적인 충돌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이처럼 수자원을 둘러싼 많은 분쟁들은 세계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국내에서도 물 사용을 두고 분쟁이 발생한 사례가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1993년에 발생한 제천시와 영월군 사이의 장곡 취수장 분쟁, 1992년에 발생한 충청남도와 전라북도 사이의 용담댐 분쟁이 있다. 이 외에도 옥정호 수리권, 금호강 길안보, 황강 취수 사건 등 많은 분쟁사례가 있다.

 

  이처럼 물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물 부족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국제인구행동연구소의 조사에 따라 ‘물 부족(압박)국가(1인당 가용수량 1000∼1700㎥)’로 분류되었다. 국토해양부가 2006년 ‘수자원장기종합계획’을 수립하면서 다시 조사한 결과 국민 1인당 가용수량은 1512㎥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하천유량변동계수(최대유량과 최소유량의 비)가 150∼400 정도로서 연중 강수량이 일정한 유럽 국가에 비해 10배 이상 크기 때문에 가뭄 및 홍수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국지적인 호우 및 집중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추세에 있다. 또한 1일 100㎜ 이상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1970년대 222회, 1990년대 325회에 이르며, 가뭄도 1990년 이후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 공급이 취약한 지역이 많아 1990년대 이후 62개 시ㆍ군이 가뭄으로 인해 2회 이상의 제한급수를 경험한 바 있다.

 

그리고 도시와 농ㆍ어촌 간 물 공급의 형평성도 취약하여 상수도 보급률이 특별시ㆍ광역시는 99%, 시지역은 97%이지만 읍지역은 81%, 면지역은 3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물 분쟁 건수는 지난 10년 동안 52건으로 연평균 5건에 이르고 있으나, 앞으로는 더욱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또한 물 분쟁이 장기화 되어 지역주민들 간의 극한적 투쟁양상으로 까지 확대되고, 지역 단체장의 지역주민들을 등에 업은 포퓰리즘까지 가세되고 있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앞으로 기후온난화로 가뭄과 홍수 등 기상이변이 속출할 것으로 예상돼 물 부족 현상은 더 심화될 것이고, 물 분쟁은 더 자주 발생할 것이다. 이제 더 이상 물을 둘러싼 분쟁을 수수방관해서는 안 되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현행 '하천법'에는 하천수의 사용 및 분쟁조정에 관한 내용이 규정되어 있으며, 하천수의 사용에 관한 분쟁이 있는 경우 ‘중앙하천관리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중앙하천관리위원회’는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수산식품부, 소방방재청의 공무원과 관련 민간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그 활동은 미미하다. 하천수의 이용에 관하여 분쟁이 발생하더라도 조정을 통해 어느 한 쪽에 유리한 결정이 나면, 다른 한 쪽은 물 사용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분쟁조정 신청이 저조한 실정이다.

 

  그래서 본 의원은 '하천법'을 개정하여 하천수의 사용에 관한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조속히 해결할 수 있도록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첫째, 조정신청권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현행법은 댐 등의 설치자, 하천수의 사용허가를 받은 자, 기득하천사용자, 하천수의 사용에 이해관계가 있는 지방자치단체로 되어 있다.

 

그러나 실제로 물이 필요한 지역주민들에게는 신청권이 없는 경우가 발생될 수 있어 물 분쟁으로 인한 불편을 겪으면서도 국가와 지자체의 결정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해당지역에 거주하는 일정수 이상(예를 들면 500인) 주민의 서명을 받은 경우에 주민들이 직접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 조정기간을 단축해야 한다. 가뭄이 발생하면 물 분쟁은 긴급하게 조정해야 실효성이 있다. 그러나 현행법은 조정신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에 심사하여 조정안을 작성하도록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60일의 범위 내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여, 최장 150일의 기일이 소요된다. 극

 

심한 가뭄이 있는 경우의 150일이면 조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아무런 효용이 없게 된다. 따라서 조정기일을 단축하여 신청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조정안을 작성하도록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15일의 범위 내에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여, 소요기일이 최장 45일을 넘지 않도록 해야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피신청인으로 지정되는 때에는 조정에 강제적으로 응하게 하고, 조정 결정은 법원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부여하여야 한다. 이렇게 해서 조정에 강력한 효력을 부여해서 주민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 기후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홍수와 가뭄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가뭄이 극심할 때 생명과 직결되는 물에 관한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많다. 이에 대비하여 국가와 지자체간, 지자체간 이해관계를 중립적으로 조정하는 기구와 절차 등을 정비해야 한다.

 

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운영되는 ‘중앙하천관리위원회’를 발전적으로 해체하고, 가칭 ‘물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설립하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경우에는 미리 예방하고, 발생한 분쟁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원만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