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32> 아가씨
[안동유의 세상만사]<32> 아가씨
  • 국토일보
  • 승인 2015.02.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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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아가씨

요즘 뉴스를 보면 참 요란하다. 특히 군대내의 성군기 관련 사고가 연일 터진다. 그런데 어느 국회의원이 군대 관련 성군기 문제를 얘기하면서 성범죄의 피해를 당한 여자 부사관을 하사관 아가씨라고 호칭했다고 해서 떠들썩하다.

아가씨란 말에 대해 생각해 본다. 원래 아가씨는 아씨, 아기씨와 같은 말뿌리를 가진 말이다.

신채호의 조선 상고사에 보면 흉노의 왕비를 알씨라 부르는 걸 알고 아씨와 같은 말이라 같은 뿌리임을 확인하는 근거가 되어 가슴이 뛰었다고 되어 있다.

단재는 흉노나 여진족이 우리 민족과 같은 뿌리를 두고 한 민족에 속한다고 보아서 반도내에 머무는 옹졸함이 아니라 대륙을 누비는 웅혼한 기상이 우리의 기상임을 주장했다.

알은 왕족을 뜻하는 말이고 씨는 지, 치와 같은 말로 사람을 나타낸다. 왕족의 사람이란 뜻이다.

우리말 아씨는 이 알씨에서 ‘ㄹ’이 탈락하여 굳어진 말이다. 아가씨는 알가(가는 사람을 뜻한다. 부여의 벼슬 마가, 우가도 사람을 뜻하는 ‘가’가 붙었다. 오늘날 김가, 이가도 그런 흔적이다.)에서 ‘ㄹ’이 탈락한 것이다.

거기에 사람을 뜻하는 씨가 한번더 붙어 리던던시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역전앞처럼…. 어느나라 말이나 리던던시 현상도 있고 호칭 인플레이션도 있다.

왕족이 쓰던 말이 귀족, 양반들 사이에 쓰이고 -왕족을 흉내내고 따라하는 습관은 자연스런 것이다- 그런 양반들을 따라하는 일이 일반인들 사이에 자리 잡으며 아가씨란 말도 자연스레 널리 쓰이게 되었다. 문화란 아래로 흐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 술집들이 늘어나고 거기에 여급이라하는 호스티스들이 있게 되었는데 그들을 아가씨라 부르니 왕족이나 듣던 말이 졸지에 모든 이에게 쓰이게 되었다.

상류층에 쓰이던 말이 아래로 내려가면 오히려 상류층에선 그 말을 기피하게 된다. 다른 사람과 차별화 하여 자기가 우월하다고 느끼고 싶어서다.

우리 세대에겐 아직도 미혼으로 보이는 여성에게 정중하게 부를 때 아가씨라고 한다.

젊은 세대 중에 내가 술집 아가씨냐고 버럭 화를 내는 경우도 자주 봤다. 아가씨란 말은 술집 아가씨처럼 들리게 되었나 보다.

가끔 아줌마들이 젊을 적 얘기를 할 때 ‘내가 아가씨 적에’라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경우를 본다. 전엔 ‘내가 처녀적에’하고 얘기를 시작했는데 아마 요즘은 그것이 성적 순결 문제와 결부해 들려서 피하는 듯하다.

모든 것은 변한다. 말도 문화도…. 술집 아가씨로 오해 받기 싫고 차별화 되고픈 젊은 여인들의 자존심은 이해하나 좀 과민한 듯하다.

그 국회의원의 나이와 연륜을 볼 때 아가씨란 말은 충분히 미혼 여성을 가리키는 말로 들리고 피해자가 군인이지만 아직 미혼인 여성임을 강조하기 위해 쓴 말로 보인다.

냄비근성을 보이는 우리 언론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런 식의 집단 비이성으로 여론재판을 하고 마녀사냥을 해서는 안 된다. 그 국회의원의 말마따나 매끄럽게 표현하지 못한 점은 인정되나 매끄럽게 듣지 못한 탓도 있는 듯하다.

말하기와 듣기. 국어교육이나 강화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