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 <29>
[안동유의 세상만사] <29>
  • 국토일보
  • 승인 2014.12.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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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레드퀸 효과와 무한 경쟁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란 유명한 동화가 있다. 영국 여왕이 썼다고도 하는 이야기가 있기도 하다. 어릴 적 읽어 보니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고 그냥 신기한 이야기를 써놓은 이상한 동화였다.

여기 레드퀸이란 여왕이 나오는데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제자리에 서있는 것이다. 이런 이상한 현상이 실제로도 발생한다. 이걸 그 여왕에 빗대어 레드퀸 효과라고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사냥꾼에게 도망가기 위해 먹잇감이 되는 동물이 죽어라 달린다. 그러면 사냥꾼 동물도 그걸 따라잡기 위해 죽어라 달린다.

그래서 아무리 노력해도 결과는 별반 달라지지 않는다. 먹잇감이 더 많이 살아남지도 않고 사냥꾼이 먹이를 더많이 잡지도 못한다.

사람들의 세계도 그렇다.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도태된다고 열심히 노력하면 서로 열심히 해서 피로감만 증가할 뿐 사정이 더 나아지지도 않는다.

어느 개그맨의 지나간 유행어처럼 그렇게 해서 살림살이 좀 나아졌는지 궁금하다.

대학시절 참 게으른 학생이었다. 도서관에 가면 자리도 못 잡고 서가에 가서 기웃대며 보고 싶은 책이나 보는 참 한심한 학생이었다. 적어도 사법시험에 매진하는 같은 과 동료 학생들에게는.

덕분에 좋아하는 역사나 철학, 문학, 언어학 책은 누구보다 많이 읽었다. 서가에 기대서서.

그렇게 자리를 못 잡은 이유는 새벽부터 도서관 앞에 줄을 서서 문을 열기를 기다리는 대열에 끼지 못한 까닭이다. 잠이 많아 졸린 눈으로 추운 새벽에 줄서는 것은 딱 질색이다.

시험기간이면 무려 새벽 한 시부터 줄을 선다. 그리고 서너시간을 기다려 문을 열면 들어가 자리 잡고 가방을 두고 하숙집으로 자러 나오는 게 태반이다. 마치 이스라엘로 일하러 들어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검문소 앞에서 기다리듯.

그렇게 피로감을 증가시켜 저항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은 그들의 전술이겠으나 평화로운 우리 땅에서 우리끼리 까닭없는 무한 경쟁은 너무도 불필요한 일이다.

 

이런 불합리한 무한 경쟁의 이면에는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서로 믿으면 된다.

지금은 대학 도서관들이 인터넷으로 자리를 배정하여 이런 쓸데없는 소모 현상이 없다.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합리적인 제도가 정착돼 많은 불편과 불만이 해소됐다. 새치기의 불공정도 없어졌으니….

하지만 현실에선 아직도 이런 불합리한 무한 경쟁의 소모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입시와 교육에서 해도해도 끝없는 경쟁이 상존한다.

끊임없이 학원으로 뺑뺑이를 돌리니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너무 힘들어 한다.

아이들에게 행복은 너무 멀리 있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이 국제적으로 훌륭한 대학생이 되거나 학자가 되었단 이야긴 별로 못 들어 봤다.

노벨 물리학상이나 화학상은 그렇게 해서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노벨상을 많이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달라졌지만 사법시험에서 너무 열심히 공부하니 떨어뜨리기 위한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문제가 출제되면서 수준 낮은 유치함이 엿보였던 적이 있다.

정약용의 저서가 몇 권인지와 공자가 사랑한 제자는 누구인지가 문제로 나왔다.
법관이나 법률가로서 갖추어야 할 교양이 그런 지식과 무슨 상관인가? 건전한 교양인으로 커가는 우리 아이들을 쓸데없는 피로감에서 해방시키자.

내가 필요한 모든 지식은 유치원에서 다 배웠다. 아차! 난 유치원을 안 다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