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이 오히려 악재인가
구조조정이 오히려 악재인가
  • 국토일보
  • 승인 2009.02.0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좋은 의미로 시작됐던 기업 구조조정이 정부와 금융기관 그리고 기업 간의 엇박자로 그 참뜻이 퇴색되고 기업의 경영현장에선 오히려 악재로 작용하는 왜곡 현상까지 심화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아직 회생 기회가 있는 C등급(기업개선작업 대상 기업) 기업들은 물론 정상기업으로 분류된 B등급 기업들도 금융경색 현상의 심화로 국내외 사업에 심각한 차질을 빚는 등 부작용에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대한주택보증의 경우 채권금융기관에서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신용위험평가결과를 발표하던 날 C등급을 받은 건설사에 대해서까지 주택보증을 해주지 말도록 각 지점에 지시함으로써 해당 기업의 경영활동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수출보험공사도 C등급 건설사들의 해외건설보증 발급을 중단해 해외공사를 수주한 기업들의 사업에 막대한 차질을  빚게 하고 있는 형편이다.

 

해외건설의 경우 우리 건설업계 불황 타개의 유일한 활로인데도 지원을 늘리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끊어버리는 행태를 보여 빈축까지 사고 있는 형국이다. C등급 기업 12개 건설사들이 받아놓은 해외수주만 해도 11개국에서 44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을 정도여서 더욱 그렇다.


 그렇지 않아도 해외건설 분야까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해와는 달리 극명하게 위축되고 있어 보통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1월 들어 지난 28일 현재 수주실적이 31억9143만300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0%(금액기준)나 격감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해외건설의 경우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건설능력도 중요하지만 해당업체의 경영신뢰도 역시 큰 몫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자칫 국내건설사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이미지가 나쁘게 투영될 경우 치명적인 손실을 입을 수 있음을 유념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국내적인 기업 구조조정도 이런 국제적인 시각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마땅한 국면인 것이다.


 금융기관들의 이런 일방적 횡포는 팔이 안으로 굽어야 하는 건설공제조합에서까지 야기돼 건설사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른바 공사 진행 전 건설사에 미리 지급하는 선급금에 대한 보증서 발급을 중단함으로써 공공공사를 수주하고도 선수금을 제때 못 받는 사태를 촉발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기관들의 선행적이 압박으로 기업들의 워크아웃 여부가 확정되기도 전에 적지 않은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이 문을 닫을 위기에 몰리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탓에 이미 시장에서 C등급 기업들의 평판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실제 공사 입찰부터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오죽하면 B등급을 받은 건설사들까지 향후 은행에 협조융자를 신청하면 C등급으로 떨어질까 두려워 적극적인 경영에 임하지 못하는 부작용마저 빚어질 정도겠는가.


 기업 구조조정이란 글자 그대로 회사나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사업구조를 재정비하는 게 참뜻이며 핵심이다. 보다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새로운 성장 동력에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고 비교적 저성장 분야에는 투입을 줄여 발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이런 소망스런 기업 구조조정이 흔히 마치 피를 부르는 듯한 무시무시한 의미로 투영되는 것은 근본적으로 정부의 모호한 자세와 채권금융기관들의 이기적 영업행태 그리고 기업의 눈치보기 등으로 일사불란한  협조체제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며 우리의 시각이기도 하다.


 냉정히 따져들면 사실 기업 구조조정은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청사진을 짜는 거창한 활동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선 정부와 금융기관들부터 단기적 처방에 급급하는 행태에서 벗어나야하며 확고한 원칙과 비전 제시를 통해 기업의 구조조정이 해당 기업계에 악재가 아니라 호재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마땅하다.

 

구조조정 작업이 칼을 연상하고  누군가의 피를 부르는 것으로 호도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