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악어의 눈물
[茶 한잔의 여유] 악어의 눈물
  • 국토일보
  • 승인 2014.11.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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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혜원까치종합건축 대표이사 / 前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악어의 눈물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이란 말은 위선과 가식을 가장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말일 것이다. 닥치는 대로 동물을 잡아먹는 악어가 먹이를 먹을 때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다.

물속에 사는 악어가 눈물을 흘리는지를 관찰하기는 매우 어렵겠지만 어느 연구에서 실제로 먹이를 먹을 때 눈에서 눈물과 함께 거품까지 흘러내린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한다.

‘악어의 눈물’이라는 수수께끼가 있다. 엄마와 함께 물가를 지나던 아이를 낚아채서 입에 물은 악어가 아이를 살려주기를 간청하는 엄마에게 수수께끼를 낸다. ‘내가 이 아이를 잡아먹을 건지, 살려줄 건지’ 그 답을 맞히면 이 아이를 놓아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 대한 답이 맞는지 틀린지의 결정은 오직 악어만이 할 수 있다. 악어는 엄마가 말하는 답의 반대로 말하고는 잡아먹으며 슬픈 듯이 눈물을 흘린단다.

역사 이래, 겉과 속이 다른 눈물의 행태가 많이 있었겠지만, 세조실록의 기록에 전하는 세조의 눈물이야 말로 압권이었던 거 같다.

세조의 압박으로 단종이 왕권을 양위하던 날 ‘세조가 엎드려 눈물을 흘리면서 굳게 사양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상왕으로 물러난 단종을 세조의 명에 의해 영월에 유배시키고 돌아오던 금부도사 왕방연이 눈물의 시조를 짓는다.

“천만리 머나먼 길 고운 님 여의옵고 / 내 마음 둘 데 없어 강가에 앉았으니 / 저 물도 내 안 같아서 울어 밤길 예놓다” 하였으니, 수백 년이 흐른 지금도 참 눈물과 가식의 눈물이 확연하다.

칼을 잡아 형제를 죽이는 등 수 많은 살상을 통해 조선의 세 번째 왕이 되고, 그의 처남들과 사돈인 심 온 까지 죽였던 태종도 후반에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한다. 또한 가뭄에 시달리던 태종은 죽음의 순간에 ‘내가 죽으면 상제께 청해 비가 오게 하겠다’고 유언하고 죽었다는데 태종이 승하한 날은 꼭 비가 왔다고 하니 세간에서는 왕의 눈물이 변해 비가 됐다고도 하였다.

눈물은 우리의 신체기관을 위해 많은 기능을 한다. 너무 맵거나 쓰린 냄새를 맡았을 때나 먼지나 이물질이 눈에 끼었을 때, 그것을 제거하고 소금기 있는 눈물로 안구를 씻어 냄으로써 눈을 보호하게 되어 있다. 또한 부딪치거나 매 맞아 심하게 아플 때도 자연스레 눈물이 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또는 나이와 관계없이) 안구건조증이라 하여 눈물의 분출이 잘 안되고 눈이 뻑뻑해지는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나이를 먹으면 물이 적어진다’던데 점점 감정마저도 무뎌져 눈물 또한 마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찌 할 수 없는 세월의 무게라 생각하면서 임시로 인공누액을 사용하곤 한다.

한편으론 찬바람이 불 때 오히려 너무 많은 눈물이 쏟아져 매우 불편하게 되는데, 이제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려고 하니 걱정이 된다.

주변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게 되었을 때, 견디기 힘든 슬픔으로 흘리는 눈물은 가장 아름다운 결정체이겠지만, 막상 울음을 시작해 보면 과거 자기의 슬펐던 일, 억울했던 일, 지금 자신의 기구한 처지 등이 함께 어우러져 눈물이 점점 쏟아지고, 한참을 울다보면 속이 다 시원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일까? ‘눈물을 흘리면 예뻐진다’는 말이 있다. ‘울어야 삽니다’라는 책을 쓴 외과전문의 이병욱 박사는 ‘울다 보면 땀도 나고 눈물도 난다. 이것은 우리 몸에 큰 순환을 불러일으킨다. 여성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부가 푸석푸석해지고 탄력이 떨어지는데, 눈물을 펑펑 쏟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혈액순환이 좋아지며 비뇨생식기의 기능까지 원활해진다. 효과적으로 울기 위해서는 눈물이 날 때, 참지 말고 자신의 모든 체면을 내려놓고 마음껏 울라고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몸도 마음도 행복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으며, 많이 울면 울수록 그만큼 예뻐진다’고 전언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모여 '눈물클럽'을 만들어 서로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운다는데, 혼자 우는 것보다는 함께 울면서 서로의 감정을 교류하는 것이 ‘눈물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함께 웃고 울면서 자신의 억눌렸던 감정을 폭발시키기 때문에 무척이나 개운하다고 한다.

한국 속담에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다’는 말이 있다. 세월 호 참사로 온 국민이 집단우울증에 빠지고, 바다에 갇혀 있는 어린 학생들을 생각하며 흘린 눈물이 강물을 이루었다. 어쩔 수 없었겠지만 유족들의 동의하에 그동안의 수중 수색이 사실상 마무리된다고 한다. 그치지 못하고 끝없이 흐르는 그들의 눈물은 어찌 해야 되는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