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 <25>
[안동유의 세상만사] <25>
  • 국토일보
  • 승인 2014.10.2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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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라틴어와 한자말

한글날이 지났다. 해마다 그러했듯이 올해도 어김없이 한글날 반짝하고 우리말과 글에 대해 떠들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사람이 어떤 문제에 아무리 골몰해도 그 문제만 생각하며 하루종일, 일년내내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도 한글날만 반짝하고 지나가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글날이 며칠 지나지 않은 지금 계속해서 한글과 우리말에 대해 생각해 본다.

흔히 우리말에 한자어가 많이 들어 와 있는 걸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곤 한다. 그러면서 드는 예가 유럽의 여러 나라 말에 라틴어의 영향이 남아 있는 것을 예로 든다.

로마라는 큰나라가 주변의 작은 나라들에 영향을 줘서 그 문화와 문명이 흘러들어 간 것이라 자연스럽고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중국이라는 큰 나라가 조선(한국)에 영향을 끼치고 문화와 문명이 흘러 들어 와 말도 섞일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면 큰 나라가 작은 나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이 비슷해 보이나 그 안을 살펴 보면 전혀 다른 경우라고 아니할 수 없다.

라틴어가 유럽말에 섞여서 쓰이는 것과 한자말이 우리말에 섞여서 쓰이는 것은 그 과정이 비슷하다고 하나 크게 세 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볼 수있다.

첫째, 라틴어와 영어 등 유럽말은 같은 소릿글자이기 때문에 섞여도 자연스레 동화되는데 문제가 없다. 그래서 깊이 말뿌리를 찾아 보면 본디의 말을 찾을 수 있지만 겉으론 자기 나라말로 쓰여도 아무런 이질감이 없고 소리의 변화에 쉽게 동화된다.

하지만 한자는 뜻글자고 우리 한글은 소릿글자이므로 그 말이 같이 섞여서 쓰여도 엄연한 한자말임을 알 수 있고 한자의 특성상 소리의 변화에 쉽게 동화되지 않는 강한 복원력을 갖고 있다.

한자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한자 혼용론자들의 주장이 오히려 이를 뒷받침한다.

 

둘째, 라틴어와 유럽말들은 같은 어족에 속해서 서로 방언 정도의 차이 정도로 인식되므로 언어체계상 쉽게 섞여 쓰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말과 한자말은 엄연히 다른 어족이고 한자는 고립어의 특질을 갖고 있고 우리말은 교착어의 특질을 갖고 있어 같이 섞여도 따로국밥처럼 따로 놀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말은 토에 불과하다는 말을 하며 배운 체하는 사람들이 한자말을 쓰기를 좋아하게 됐다.

셋째, 라틴어를 쓰던 로마인과 로마라는 나라는 이미 역사상에서 사라지고 라틴어는 카톨릭 종교에서만 쓰이는 화석어가 돼 있고 그 말을 쓰던 사람들이 자연스레 주변 나라로 스며들어 그 말도 섞이게 되었다.

하지만 과거 중국 왕조는 사라졌어도 중국은 엄연히 현존하는 나라고 그 사람들도 자기 문화를 누리며 자기 말을 쓰고 있다. 중국 사람이 중국말을 갖고 한국 사회에 섞이거나 동화된 일이 없다.

그 밖에도 다른 점이 있을 수 있으나 크게 위의 세 가지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겉으로만 보고 라틴어가 유럽말에 섞였듯 중국의 말과 글이 우리말과글에 섞인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는 말이다.

한글날이 지나도 한글은 우리글이고 우리말에 한자말이 섞여서 쓰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쓰이지도 않는 한자말을 사전에 올려 놓고 우리말의 대부분이 한자말이라고 우겨대는 것도 기가 찬 일이다.

있는 우리말이라도 잘 찾아 쓰고 새로운 말도 잘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맘에 들어 있는 잘못된 한자병부터 고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