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 <23>
[안동유의 세상만사] <23>
  • 국토일보
  • 승인 2014.09.22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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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고정관념에 대하여

한 꼬마 아이가 잔디밭 옆에서 울고 있었다. 지나던 신사가 왜 그런지 물었다. 아이는 공놀이를 하다가 공이 잔디밭에 들어 가서 공을 꺼내 오지 못해서 울고 있었다. 잔디를 밟아선 안 되는 것이었다.

신사는 아이를 위해 갖고 있던 지팡이로 잔디밭 안의 공을 꺼내 줬다. 선진국인 영국에서 일어난 일화라고 어린 시절 도덕책에 나와 있었다.

우리도 이런 공중도덕을 지켜 잔디밭에 들어 가지 말라는 것이다. 요즘은 이런 글이 없겠지만….

여전히 나이든 어른들이 어릴 때 배운대로 이런 고정관념을 갖고 있어 잔디밭에 누가 들어 가면 눈살을 찌푸리고 심지어 나오라고 나무란다.

하지만 이런 일화는 없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예전에 대개 잔디밭은 공공 건물이나 공원에 있어 관리하는 사람들이 보기 좋게 관리하는 것이 특별한 사명이었다.

잔디밭도 극히 드물었고…. 오죽하면 축구 국가대표 전용구장에 잔디밭이 없어서 국가적인 사업으로 잔디밭을 만들었을라고….

잔디구장이 전국에 생긴건 불과 이십 년도 안됐다. 월드컵 경기를 유치하며 본격적으로 잔디구장이 생긴 것이다.

외국 영화에 잔디밭에서 처녀들이 뛰놀던 장면을 보며 책에 나오던 그 일화가 의심스러웠다.

이렇듯 잔디를 지키는 것이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윗사람들에게 잔디를 멋있게 잘 보존하고 있다고 책임을 면하기 위한 보이기에 불과했다는 것은 요즘 들어서 알게 된 불편한 진실이다.

아무튼 잔디밭은 들어가서는 안 될 곳이고 무사히 잘 보존해서 선진국처럼 푸른 잔디밭이 멋지게 펼쳐져 있어야 한다는 의식을 반영한 것이 이런 거짓 일화를 만들어 낸 것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즐기지 못하는 잔디밭이 무슨 소용! 누구를 위해 잔디밭을 만들었는가?

티비 프로그램인 미수다에 나온 한 외국 미녀가 이런 말을 했다.

누가 잔디밭을 푸르게 잘 만들어 보기 좋다. 하고 보고만 있을 것이냐고? 한국에 와서 이해 못할 몇가지 중 하나라고 했다.

맞다. 아이러니다. 보존을 위한 보존에 불과한 이런 일들은 그만해야 한다.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해야 한다.한번 잘못 생긴 고정관념의 폐해가 이토록 크고 뿌리 깊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하다.

비슷한 사례로 수영장의 수영모 착용 문제가 있다. 기록 단축을 위한 선수가 아니면 수영모를 쓰는 일은 잘 없는 것이 외국의 사례다.

영화에 수영장에서 수영모 쓰고 수영하는 모습을 본일이 없다. 생각해 보면 머리카락이 빠져 배수구를 막을까 이런 관례가 생긴 듯하다. 마치 죄나 짓는 것처럼 수영모를 안 쓰면 단속을 한다. 수영장 출입이 금지되는 것이 대부분 국내 수영장의 관례다.

왜 그런지 이유를 물으면 화만 내지 대답을 못한다. 정작 시민을 생각했으면 눈병 예방을 위해 수경 착용을 권장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대머리 같이 보이는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수영장에서 물을 첨벙대는 꼴이 얼마나 우스운지 의식을 하지 않고 본질도 유래도 생각하지 않고 관례가 된 고정관념만 남았다. 더구나 요즘은 처음 수영장이 도입된 시절과 달리 기술이 훨씬 발달해 머리카락 정도는 문제도 안된다.

자기들의 관리 편의만 생각하는 행정 편의주의다. 이런 일이 비단 여기에만 그칠까? 사회 곳곳에 불합리하고 본질을 망각한 이상한 관례가 넘친다. 그래선 선진국이 되지 못하고 문화와 자유가 발달하지 못한다.

그런 사회가 행복한 사회일까? 개개인 모두가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행복을 위한 사회 개혁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생활 가운데 작은 일들이 본질을 생각하고 합리화 돼야 한다. 시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모든 정책의 본질이다.

쓸데없는 관행으로 시민을 힘들게 하지 말자. 규제개혁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피부로 와 닿는 개혁이 진짜 개혁이고 근본적인 개혁이다.

잔디밭을 시민에게 돌려주면 모든 게 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