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 <22>
[안동유의 세상만사] <22>
  • 국토일보
  • 승인 2014.08.25 0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감고당길 유감

인사동에서 북촌으로 가는 길목, 사람들이 한산한 오전에는 옛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감고당길이 있다. 풍문여고 정문에서 정독도서관까지 이르는 길이다. 작년에 발표된 새로운 주소 체계에 따른 공식행정명은 율곡로 3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출구에서 나와 안국동 사거리에서 북쪽으로 가면 된다. 폭이 10m가 채 되지 않는 이 길은 최근 주말이면 수많은 북촌여행 인파가 몰려드는 ‘핫스팟’이 되었다.

감고당길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숙종 임금이 인현왕후 민씨 친정을 위해 지어준 집 ‘감고당’이 이 길 중간에 있는 덕성여고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감고당길 주변 북촌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지리적 특징 때문에 권세가와 부유층이 많이 살았다.

당시만 해도 30칸이 넘는 전통 한옥과 11척(약 3.3m) 높이의 기둥 등 널찍한 집들이 있는 곳이었다. 대문은 말과 가마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컸고, 담벼락엔 화려한 꽃 그림 등이 그려져 있던 부촌(富村)이었다.

현재 감고당길 주변 북촌의 집들은 조선시대와는 달리 처마가 서로 닿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있으며, 규모도 작다. 일제강점기 1930년대 경, 이곳에 살던 기득권층이 몰락하여 집들이 팔리면서 필지가 잘게 쪼개져 ‘집장사’들이 소규모 개량 한옥들을 지으면서 현재의 모습이 생긴 것이다.

이상은 신문 기사에서 발췌한 것이다.(조선일보 서울이야기)

기사에 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겨 가는 곳이고 나도 자주 산책을 가는 곳이다.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의 느낌은 다 다르고 찾는 이유도 다르겠지만 그래도 공통점은 문화적 향기와 예술적 분위기 때문에 찾는다는 것일 게다.

데이트하는 청춘 남녀든 문화 탐방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가족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든….

아래로 인사동을 거쳐 문화와 예술을 듬뿍 즐기고 온 이들은 새로 뜨는 예술과 문화의 촌 삼청동을 향해 건너 온다.

대개 인사동의 북적거리는 분위기보다 한적하고 덜 세련된 삼청동의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것이다.

인사동이 문화 거리이긴 하지만 너무 알려져 작품을 하는 사람들이 조용한 곳을 찾아 나름의 예술을 만들다 보니 삼청동이 새로운 문화 명소가 된 것이다.

물론 인사동이 뜨다 보니 임대료가 너무 비싸지고 그래서 싼 임대료를 찾은 경제적 현실도 삼청동이 명소가 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기도 하다. (요즘은 삼청동 역시 너무 번잡해져 싼 임대료와 편하게 작품을 할 분위기를 찾아 가외동이나 부암동으로 옮기는 추세라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런 인사동과 삼청동을 이어 주는 길이 감고당길이다. 인사동에서 길을 건너 이 골목에 들어 서면 다듬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있다.

마치 중국 대륙의 찬란한 문물에 지겨워질 즈음 생경한 몽골 풍경의 시원함을 느끼게 되듯….

문화의 이음새나 방점 같은 느낌이다. 들어서면 아직 덜 다듬어지고 덜 때묻은 조금 조악해 보이기도 하는 골목 풍경이 연출된다.

대개 젊은 작가들이 담벼락에 기대어 한 폭 치마 크기 정도의 땅을 차지하고 자기들 공방에서 만들 거나 그런 곳에서 사온 예술품이나 옷, 장식품들을 팔고 있는 것이다.

마치 예술촌이나 예술 거리를 연상케 하는 이런 풍경은 도시에 찌든 그리고 너무 고급 문화를 감상하기를 강요 받은 현대인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기쁨으로 다가온다.

신세계! 지친 영혼의 눈에 새로움이 열린다. 그들이 결코 뛰어나서 그런 물건들이 즐거운 예술로,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젊은이들의 실험정신! 그리고 갈 곳 없이 방황하는 도시인에게 시원한 이슬처럼 목마름을 적셔 오기 때문이다.

이런 길을 자주 찾다가 어느날 모두 피란이라도 간 것처럼 썰렁한 장면을 목격했다.
실락원의 느낌! 물으니 구청에서 단속을 했단다. 거리 질서 확립….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투철한 애국정신은 높이 사지만 이런 문화적 분위기는 일부러 조성하기도 힘든 것임을 알려 줘야겠다.

생각해 보라 마치 아이들이 없어서 꽃이 피지 않는 거인의 정원처럼 황량한 거리를….

그것을 깨끗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독재국가의 발상이다. 새마을 운동으로 거리는 깨끗이-과연 깨끗한 것이 뭔지 모르겠다.- 정화되어야 한다.

그 어떤 것도 거리를 채워서 위정자나 행정가의 눈을 어지럽히면 안 된다. 그들은 외국인들에게도 어지러운 거리는 무질서하고 미개한 것으로 보일까 걱정이다.

하지만 동남아의 야시장을 보라. 제법 유럽 흉내를 내고 문화국가를 표방하는 싱가폴도 밤에 도로를 막고 야시장을 허용하는 걸 봤다.

이런 거리의 문화, 밤의 문화가 하나의 명물로 자리 잡아 관광객을 더 끌고 경제적으로도 내수를 진작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88만원 세대의 회한을 풀고 일자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도 이런 거리의 문화활동, 예술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이제 공무원들도 발상의 전환을 하길 바란다.
혼이 없는 육체가 죽은 것이듯 문화와 예술의 향기가 빠진 무미건조한 거리를 누가 좋아할텐가?

어슬렁거리며 그냥 천천히 걷고 싶고 생기가 넘치는 서울 거리를 보고 싶다.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이런 예술의 거리를 보호해서 다시 활기와 예술의 향기가 넘치는 아름다운 서울을 만들어 보자.

아니 적어도 손대서 망치진 말자. 어느 코메디언의 오래된 유행어가 생각난다.
“냅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