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형분양제 '기대반 우려반'
지분형분양제 '기대반 우려반'
  • 강완협 기자
  • 승인 2008.04.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무적투자자 수익보전 관건…조세 등 과제 '산적'

가격 하락시 금융기관 부실 한국형 '서브프라임' 우려 
지분부족분 임대료 부과, 영국식 분양제 도입 등 필요

 

▲ 정부의 '지분형분양제', 재무투자자들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면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시행전부터 실효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민들을 위해 반의 반값으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1월 대통령직 인수위가 발표한 '지분형분양주택제도'. 정부와 민간이 실현 가능성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지분형분양주택제도'란 집값의 51%를 낸 집주인이 실제 생활을 하고, 49%를 부담하는 투자자는 나중에 집값이 올랐을 때 자신의 지분만큼 팔아 시세 차익을 갖도록 하는 제도다. 소유권은 집주인에게 있으며, 공공택지에서 분양받은 아파트는 평형별로 최대 10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그러나 지분 투자자들은 전매 제한없이 아무 때나 자기 지분을 팔 수 있다. 이들이 지분을 팔아도 소유권은 집주인이 계속 갖는다.

 

정부는 우선 60㎡(18평)이하의 주택에만 적용하고, 84㎡(25평)로 점차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전용면적 60㎡(18평) 규모의 아파트가 2억원이라고 가정할 때 9800만원은 부동산펀드 등 재무적 투자자가 내고, 나머지 1억200만원은 실 거주자가 부담하되, 국민주택기금에서 5000만원을 융자받을 수 있어 실제로 5200만원만 있으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

 

MB식 반값아파트인 지분형 분양제도는 영국의 지분공유제를 벤치마킹했다. 영국의 지분공유제의 경우 실거주자가 25% 정도의 지분을 취득한 후 임대료를 내고 살면서 돈을 모아 나머지 지분을 인수, 내집 마련을 하는 제도이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지분형 분양제도는 서민의 입장에서는 무리한 주택구입만 아니라면 적은 비용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고, 투자자도 지분만큼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 우수한 제도다. 이렇듯 매력적인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제 시장에서 실효를 거둘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안이 재무적 투자의 수익률을 주택가격에만 의존하고 있어 투자자의 수익확보가 어렵다는 게 그 이유다.

 

◆ 쟁점은...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크게 다섯가지. 대부분 투자자의 수익률 확보 문제에서 출발한다.

 

우선 51%의 지분을 가진 집주인이 49%의 투자자로부터 나머지 지분을 매입할 경우 얼마에 사야 하는 지 적정 가격을 둘러싼 갈등이 예견된다. 아파트는 같은 면적, 같은 동이라도 시세 차이가 있는 만큼 양측이 인정하는 감정가격을 기준으로 하지 않는 이상 집주인은 낮은 값에, 투자자는 높은 값에서 가격 줄다리기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수익을 목표로 투자했다가 최초 분양가보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경우도 문제로 제기된다. 부동산 가격이 반드시 오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억원짜리 주택이 전매제한 후 2억5000만원이 될 경우 투자자와 실 거주자사이에 원금 보장을 둘러싼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또 금융기관이 투자자로 참여할 경우 집값이 크게 떨어지면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처럼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지분의 51%를 가진 집주인에게 임대사업을 허용키로 한 점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임차인이 내는 임대료가 집주인과 비슷한 지분을 가진 투자자에게는 한푼도 돌아가지 않고 집주인에게 전액 돌아간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정부의 지분형분양제도가 주택가격 상승을 전제로 한 제도라는 것도 문제. 서민주거 및 집값 안정을 위해 마련한 제도임에도 집값이 꾸준히 올라야 성공할 수 있는 역설적 구조라는 데 있다.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부의 집값 안정대책으로는 투자자 수익보전이 어려워 자칫 제도 시행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집값이 연간 10%는 상승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시중금리가 6%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10%를 넘지 않으면 투자의 매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세감면문제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투자자 유치를 위해 양도소득세, 취득?등록세, 종합부동산세를 면제해 주거나 깎아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실거주자인 집주인과의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세제 혜택을 주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의 기대 수익이 줄어들 수 있어 투자 유치에 실패할 가능성도 크다. 제도 시행이전에 철저한 분석과 보완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수도권 택지지구에 지분형으로 분양하면...

 

최근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가 수도권 택지지구로 선정된 파주 운정, 남양주 진접, 용인 흥덕지구 등 3곳에 '지분형분양주택'이 도입될 경우를 가정해 검토해 본 결과 3곳중 1곳만이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주 운정과 남양주 진접의 경우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값보다 높아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고, 반면에 용인 흥덕지구는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값보다 낮아 투자자들이 이익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닥터아파트의 분석결과를 보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파주 운정신도시에서 분양된 아파트는 9개 단지 8233가구이며 전용면적 85㎡이하는 4985가구이다.

 

이중 벽산건설과 우남건설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A8블록 107㎡(32평)의 분양가는 기준층 기준 3억1870만원으로 3.3㎡로 환산하면 996만원이다.

 

그렇다면 인근에 있는 교하읍의 경우 유일하게 같은 타입인 현대1차의 매매가는 평균 2억9500만원으로 3.3㎡당 921만원. 분양가가 매매가보다 75만원 비싸다. 투자자들이 손해를 본 셈이다.

 

이보다 적은 타입도 투자자들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것으로 조사됐다. 기존 아파트인 교하읍 월드메르디앙 1차 79㎡의 평균 매매가는 1억7500만원으로 3.3㎡당 729만원이지만 분양가는 800만원을 넘고 있다.

 

남양주 진접지구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8월 분양했던 아파트 역시 분양가가 인근 아파트값보다 비싸 투자자들의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것으로 조사됐다. 5블럭에 분양된 반도유보라메이플타운 111㎡(33평)의 경우 분양가가 3.3㎡당 793만원에 달했지만 진접읍에서 가장 최근에 입주한 금강펜테리움은 같은 타입의 매매가가 729만원에 그쳐 이 역시 투자자가 손실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용인 흥덕지구에서는 투자자들의 이익이 발생했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아델리움 112㎡(34평) 분양가와 인근 수원 영통아이파크의 같은 타입 매매가를 비교한 결과 매매가가 분양가보다 3.3㎡당 109만원 높았다.

 

결국 지분형 분양주택의 성공조건은 흥덕지구와 같이 시세보다 저렴하게 아파트를 분양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 시장에서 운영되기 위한 방안은...

 

지난 3월 학계, 금융계, 연구기관 등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정부의 '지분형 분양제도'에 대한 쟁점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참여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 수익률 확보 문제 해결 없이는 9월 시행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한양대 경제학부 김관영 교수는 이날 주제 발표에서 전국의 아파트 수익률 분석을 통해 재무적 투자 가능성을 잘 보여줬다.

 

김 교수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의 경우 10년간 131%의 수익률을 나타냈지만 지방은 수익률이 29.4%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채권형 펀드에 투자했을 때의 46.8%의 수익률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치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김 교수는 51% 지분을 가진 집주인에게 지분 부족분에 대해 임대료를 부과해 재무적 투자자의 수익을 보전해 줄 필요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임대료를 부과할 경우 투자기간 동안 일정 수익이 발생하고, 10년간 총수익률도 채권형 펀드보다 높은 59.8%를 기록해 투자 매리트가 높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또 "최대 10년간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는 제도로는 자금 회수기간이 너무 길어 문제가 있다"며 "전매제한을 완화해 지분 청산시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도시연구원 박헌주 석좌연구원은 "영국의 지분형 주택처럼 공공기관이 공동소유자로서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으로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점차 민간투자로 확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외에도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지분형분양제도의 해결 방안으로 기존 모기지제도를 개선해 주택금융비용을 낮추는 것도 한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정부가 보증해 신용도를 극대화한 후 저리 자금을 서민들에게 공급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내놓았다. 

 

kwh@cdail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