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 <21>
[안동유의 세상만사] <21>
  • 국토일보
  • 승인 2014.08.11 0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동유 부지점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지점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씨(설비건설공제조합 광주부지점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부지점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부지점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세월호와 사바나의 아침

사바나의 아침을 연상케 하는 무더위가 기승인 여름이다. 예전에 아프리카 사바나 초원을 무대로 한 개그가 있었다.
밤바야~라고 외치며 속사포 랩 같은 알 수 없는 소리들을 쏟아 내어 인기를 끌다가 세월이 지나 어느새 사라졌다.

심현섭의 사바나의 아침이란 코너였다. 인기가 사라지며 코너도 없어지고 심현섭도 잊혔다.
평화로워 보이는 사바나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고 그런 초식 동물들을 먼발치서 보며 낮잠을 즐기는 사자의 그림이 통상의 아프리카 모습이다.

하지만 사바나의 초원엔 가끔 대규모 동물 무리의 알 수 없는 대이동이 있다고 한다.
말이 대이동이지 온갖 동물들이 무리지어 달리는 통에 백수의 왕 사자도 혼비백산해서 도망 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조용한 초원에 작은 동물이 뭔가에 놀라 풀쩍 뛰면 옆에서 풀을 뜯던 임팔라가 놀라 뛰고 스프링 벅이 뛰고 덩달아 얼룩말과 누 무리가 뛰고 기린이, 심지어 코끼리까지 뛰기 시작한다.

영문도 모르고 동물들이 제각각 놀라서 무리를 지어 달리기 시작하면 그 어떤 존재도 피할 수 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힘으로 작용한다.

사람들 역시 그런 대이동에 걸리면 큰 나무 둥치 밑에 엎드려 지나가길 기다릴 수 밖에 없고 운이 나쁘면 목숨을 잃게 된다고 한다.

제갈공명에 대항하던 남만의 왕 맹획이 물소를 돌진 시켜 촉의 군사를 지리멸렬하게 했던 일이 연상된다.

아무도 왜 뛰는지 모르고 뛴다. 이런 집단 행동은 지칠 때까지 달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갑자기 멈춘다. 하지만 그 안엔 운 나쁜 작은 동물들의 희생이 들어 있다. 밟혀 죽는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건이 난 지 백일이 넘게 지났고 그 원흉으로 유병언이 지목되어 언론이 떠들썩하게 수사가 진행됐고 유병언의 사체가 발견 되어 국과원에서 원장이 나서서 결과를 발표하는 유례가 없는 일이 일어났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 과정상 대립과 마찰이 도마에 오르기도 하고 유병언의 아들 유대균이 잡혀 이른바 호위무사라고 하는 박수경의 미모가 입방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돌아 보자.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유병언을 잡으라고 난리를 쳤는지.

세월호 침몰의 원인 규명과 책임 소재, 향후 재발 방지에 대해선 아무런 얘기가 없다. 다만 한 사람의 희생양을 만들어 그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 그 가족마저 연좌제에 걸린 양 사생활 파헤치기로 죄인으로 낙인 찍혔다.

호기심을 넘은 관음증으로 남녀의 도피생활을 도마에 올리고 묘한 웃음을 흘리며 재미삼아 난도질한다.

겨우 횡령, 배임 혐의로 이렇듯 마녀사냥을 해도 되는 건지…. 마치 매카시즘 광풍을 연상케 한다. 모 보험광고처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죄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죄형법정주의와 무죄추정의 원칙은 어디로 가고 야만국가가 되어 버렸다.
변호인에서 송광호는 법정에 굴비 두름 엮듯 엮여 나온 피의자들의 수갑과 포승을 풀어 주라고 하며 형사소송법과 헌법을 인용한다.

한낱 횡령, 배임의 피의자에 불과한 유병언과 그 측근들의 인권은 어디로 갔는가? 배를 증축하게 한 사실이 곧바로 세월호 침몰의 원인이 될 수 있는가? 세모스쿠알렌을 먹은 많은 소비자들도 공범인가?
옷로비 사건 청문회는 앙드레 김이 김봉남이란 것만 밝히고 끝났다.

세월이 지나 세월호 사건은 와시바르가 상표가 아닌 독일어로 씻을 수 있는 이란 말인 것만 밝히고 끝낸 걸로 기억될까 걱정이다.

이런 집단 광기를 멈추자. 더 이상 광란의 춤판은 안 된다. 마치 사바나의 동물들이 집단으로 뛰는 것처럼 아무도 진정한 의미도 모르고 날뛰고 있다. 그 중심에 언론이 있다.

사바나의 동물 이동처럼 밟히고 치이고 힘없이 희생당하는 자가 얼마나 나와야 이 광란을 멈출 건가? 우리 모두 상처가 너무 크다.

그만하자. 차분하게 냉정을 되찾자. 아니면 사바나의 아침처럼 코메디가 된다.
세월이 지나서 아무런 반성 없이 세월호 사건이 잊힐 순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