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건설기업 구조조정
말 많은 건설기업 구조조정
  • 국토일보
  • 승인 2009.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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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건설기업을 솎아내기 위한 구조조정 작업이 속도전을 방불케 하고 있다.

 

1차로 무려 92개에 달하는 건설사에 대해 오는 23일까지 옥석이 가려질 방침이다. 그 근거가 확실치 않은데도 기업 구조조정은 속전속결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미명아래 작업에 박차가 가해지는 분위기다.

 

그리고 그 칼자루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채권단에 쥐어졌다. 아울러 채권단 평가에서 C등급(부실징후 기업)을 받으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고 D등급(부실기업)을 받으면 퇴출되는 매정한 원칙도 마련됐다.


  물론 구조조정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게 사실이다. 지금처럼 부실기업과 정상기업이 혼재하는 상황에서는 자금공급의 효용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탓이다.

 

뿐만 아니라 실물과 금융 부실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옥석은 가려져야 마땅하다. 특히 시중에 돈이 넘치면서도 기업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 왜곡된 현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당위성이 현실과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불과 2주일도 안남은 기간 안에 92개 업체의 생사를 결정짓는다는 게 결코 쉬울 수 없기 때문이다. 졸속 결정으로 기업 운명을 마감해야 하는 업체가 발생한다면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 질 수 있겠는가.


 외환위기 때도 경험했듯이 매끄럽고 일사불란한 구조조정이란 있을 수 없다.

 

이해관계가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조정이 결코 쉽지 않다. 더구나 이번처럼 조사기간이 짧고, 채권은행에 의한 주관적 판단이 개입할 가능성이 큰 경우 조사의 적정성과 정당성에 문제점이 제기될 소지가 짙을 수밖에 없다.


 이미 시한의 촉박성에 대해서는 은행 관게자들도 수긍하는 분위기다.

 

조사의 핵심은 실사를 벌이는 것인데 건설사의 경우 사업장까지 조사를 벌여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하다는 반응들이다. 이는 시간에 쫓겨 자칫 불완전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등급을 매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상장사와 비상장사로 나뉜 평가 기준도 논란이다. 예컨대 상장사의 경우 2008 회계연도 3분기 말 기준 사업보고서를 갖고 재무상황을 평가하지만, 비상장사는 내부 임시 결산자료와 매달 자금 입출내역 등을 활용해야 하는 형편이다.

 

결국 상장사는 큰 문제가 없지만 비상장사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은 내부자료로 생사를 판단할 수밖에 없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인 셈이다.


 경영진의 판단과 소유·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판단이 60%를 차지하는 점도 신용위험평가의 객관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 은행의 주관적 판단이 지나치게 개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는 채권단 내부의 갈등과 마찰이다.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주채권은행이 C등급으로 매긴 기업은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채권단 내의 분란이 여기서부터 야기될 개연성이 짙다.

 

채권단은 채권액 비중에 따라 자금 지원을 결정하고, 자산매각· 감원과 같은 자구노력을 기업에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각 금융회사의 형편에 따라 지원이나 구조조정 방안에서 의견이 엇갈리곤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C%중공업의 경우로 채권금융기관 간의 입장 차이로 계획된 구조조정 일정이 한 달 이상 늦어지는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워크아웃과 관련한 최종 심의· 의결 기구인 채권금융기관 조정협의회가 중재에 나설 수 있으나 조정협의회에 안건을 넘기자는 방안조차 채권단 표결에서 부결되는 극단적 해프닝이 빚어질 정도로 채권단 내부의 마찰이 심각한 상황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마찰을 빚는 사안만이라도 금융당국에서 직접 해결에 나서야 할 것” 이라는 여론이 팽배하다.


 구조조정은 기업의 생사가 달린 중대한 문제다. 누군가 책임지고 앞장서지 않는다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뚜렷하고 투명한 기준과 함께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기대되는 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