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개와 인간
[茶 한잔의 여유] 개와 인간
  • 국토일보
  • 승인 2014.07.25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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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혜원까치종합건축 대표이사 / 前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개와 인간

 
개는 언제인지도 모를 까마득한 옛날부터 애완용으로 길러지면서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 되었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한 몇 나라에선 된장을 발라 식용으로 유용하게 사용되기도 한다.

이 세상 동물 중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동물이 개라고도 한다. 암탉은 알을 낳아야 하고, 소는 들에 나가 일을 해야 하고, 곰은 재주를 부려야 한다. 하지만 개는 주인에게 복종하고 사람을 따르는 것만으로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다.

주인에게 다가와 반가움의 표현을 함으로서 주인과 정을 나누게 되는데, 학자들은 개의 감정표현 방식은 야생에서의 생존본능을 위한 그런 것이 아니라 인간의 언어방식과 비슷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인간에게 길들여지며 교감을 쌓았기 때문일 것이다. 말을 하지 못하는 개는 자신의 감정을 주인에게 표시함으로서 사람이 자신의 뜻에(원하는 방향) 따라 주길 바라며 인간을 자기에게 길들인다고도 한다.

보통 반가울 때 개의 꼬리를 흔들게 되어 ‘꼬리를 친다’는 말이 있지만 최근 ‘개가 꼬리를 오른 쪽으로 치우쳐 흔들면 기분이 좋을 때이고, 왼쪽으로 치우쳐 흔드는 것은 기분이 안 좋을 때’ 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니 앞으로는 개의 기분 상태를 살피는 요령으로 활용해야 할런지….

사실 개만큼 솔직하고 충실한 동물은 지구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개는 주인이 가난하다고 싫어하지도 않는다. 어디선가는 개가 트럭에 치어 죽으니 같이 어울리던 개의 무리가 비슷한 모양의 트럭이 지나가면 쫒아가며 무섭게 짖어댔다는 소식도 있었다.

친구간이든 형제간이든 개만큼만 정직하고 의리를 지키는 충실한 사람들이 있다면 이 사회는 정말 좋은 개판이 되었을 것이다.

‘오뉴월 개 팔자, 개 팔자 상팔자’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 최근 네덜란드에서는 개에게도 시원하게 마시는 기쁨을 주기 위한 맥주가 출시돼 인기리에 판매가 되고 있다는데 쇠고기 추출액과 맥아를 섞어 만든 무알콜 성 음료로, 사람이 마시는 하이네켄 보다도 몇 배나 비싸다고 한다.

얼마 전 미국의 어느 부호가 애견에게 115억 원이라는 유산을 남겼다는 소식이 있었다. 이 돈이면 가난한 나라의 수십만 명 어린이 들이 굶지 않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인데, 자신을 위해 온 마음을 보냈을 개에 대한 사랑을 단적으로 표현 것이 아닐는지….

사람과 개, 한자로 사람 인(人) 과 개 견(犬)자를 합치면 복(伏- 엎드릴 복)자가 된다. 복날 개고기를 먹는 것은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일종의 풍습이다.

소나 돼지는 한 집안의 중요한 재산적 성격을 띠고 있어 쉽게 잡아먹을 수 없었으나 개는 누가 분위기를 잡아주지 않더라도 스스로 섹스를 하여 새끼를 많이 낳고 그러다보면 이웃에도 한 마리씩 나누어 줄 수 있었으며 또한 먹을 것을 별도로 주지 않아도 동네 골목을 누비며 스스로 해결을 했기에 그리 귀한 짐승이 아니다보니 여름에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보양식으로 최고였을 것이다.

초복이 지나고 중복이 지나면서 말복(末伏)까지 불과 열흘, 이 순간만 잘 피하면 그들은 오뉴월 개 팔자, 개 팔자 상팔자의 태평성대를 구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복치레 삼아 탕이나 한 그릇 하러 나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