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同床異夢)
동상이몽(同床異夢)
  • 이경운 기자
  • 승인 2014.07.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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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기자리뷰] 2014 대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에서 건설사 21곳(C등급 4곳, D등급 17곳)이 구조조정대상에 선정됐다.

금융감독원은 이들의 명단을 비공개로 한 채 “시장에 이름이 알려진 건설사는 없다”고 밝혔다. 어떤 건설사가 C·D등급에 낙인찍혔는지 알려하지 말고, 제도의 취지인 선제적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회생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 첫날 시장은 혼란스러웠다. 상장사가 대거 포함된 구조조정 건설사 발표때 보다는 침착했지만 공식적인 ‘위험’ 시그널에는 민감했다.

그중에서도 건설공제조합과, 대한주택보증이 초조해했다. 일명 블랙리스트로 알려진 업체를 파악해두어야 혹시 모를 손실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설명처럼 파급효과가 적은 중소건설사일수도 있다. 하지만 조사대상 기업이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만큼 작다 말하기도 어렵다.

관급공사를 수행중이라면 공사기간 지연, 하도급 기성지급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주택을 분양했다면 입주지연, 계약취소 등 분양계약자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신용평가는 건설업계에 여전한 살생부였고, 그들이 침체된 건설경기를 딛고 회복하리라는 기대는 없었다.

수년간 많은 건설사들이 C등급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것이 이유이며, 지난해 20곳(C등급 14곳, D등급 6곳)과 수는 비슷하지만 D등급(기업회생절차) 업체가 3배 늘었다는 점이 그렇다.

기사를 쓰는 입장에서도 업계가 궁금해 하는 명단을 얻기 위해 무던히 애를 썼다. 금감원 담당자에게 기업명을 공개해야할 이유를 설명하고 “시공능력 100위권대 건설사냐”, “주택사업을 하고 있느냐” 등 스무고개를 했다.

그러던 중 금감원 담당자의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이번 평가는 구조조정 건설사들이 보증기관으로부터 보증을 기피당하는 ‘낙인’이 아닌, 기업개선작업과 기업회생절차를 거쳐 기업정상화를 도모하게 하려는 것이다.”

건설업계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C·D등급 건설사의 회생을 생각하지 않던 부끄러운 모습. 고질적인 직업병을 잠시 내려놓고, 금융감독원의 계획이 현실화되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