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간 살인까지…'층간소음 사람잡네'
이웃간 살인까지…'층간소음 사람잡네'
  • 강완협 기자
  • 승인 2008.04.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 건설사 적용시기 두고 저울질…실제 현장 성능 유지 관건

층간소음, 주택성능등급 점수 폭 가장 커 아파트 성능 판가름
차음 저감재 개발 치열…SK·대림·GS건설 등 1등급 자재 개발

 # 사례 1= 지난 2006년 9월 어느 날. 경남 진주의 한 아파트 1층과 2층에 사는 이웃지간인 김모씨와 오모씨. 이들은 지난 20여년간 택시운전을 하며 알고 지낸 사이다. 그런데 아래층에 사는 김씨가 계모임에 함께 참석한 위층 오씨에게 오씨의 손자가 시끄럽게 뛰어다니는 바람에 도저히 마음 편하게 살 수가 없다고 말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 됐다. 말싸움은 급기야 멱살잡이로까지 번졌고 박씨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맞은 오씨는 결국 그 자리에서 숨졌다. 20년지기인 이들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사소한 시비가 끔찍한 결과를 가져왔다.

 

# 사례 2 = 2008년 1월 어느 날. 광주 서구 쌍촌동 모아파트 위 아래층에 사는 K씨와 J씨. 아파트 위층에서 '쿵쾅' 거리는 소음이 너무 크게 난다며 K씨가 윗층으로 올라가 J씨에게 항의하며 말다툼을 벌이다 주먹다짐을 벌였다. 이들은 결국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입건됐다. 이웃간의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로 인한 사소한 말다툼이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왔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저감재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듯 아파트 층간소음문제는 우리의 주거문화가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으로 빠르게 변하면서 생기는 필연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파트 가구 수는 약 580개에 이른다. 가구당 가족수를 4인으로 계산할 경우 약 2000만명,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래 윗층간 소음으로 인한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더욱이 층간소음문제로 인해 이웃간 폭력사태로까지 번지고 심지어 살인까지 일어나는 등 사회 문제화되면서 층간소음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부와 업계 모두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환경부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1991년 7월~2007년 3월까지 1,971건의 환경분쟁 접수 중 처리한 1,622건 중 소음, 진동으로 인한 분쟁이 1,408건으로 전체 87%를 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층간소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가벼운 물건을 떨어뜨릴 때 나는 소리인 '경량충격음'과 아이가 뛰거나 어른이 걷는 발소리와 같은 '중량충격음'이다.


정부는 층간소음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되자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지금의 국토해양부(당시 건교부)는 2005년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 신축아파트의 층간소음 기준을 경량충격음은 58dB, 중량충격음은 50dB이하로 하도록 했다.


또한 표준바닥구조라는 것도 개정해 슬라브(콘크리트) 바닥 두께를 벽식구조는 210㎜이상, 라멘구조는 150㎜이상, 무량판구조는 180㎜이상으로 하도록 법령으로 고시했다.


건설업체들은 표준바닥구조를 적용하던지 아니면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 대한주택공사 등 인정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층간소음 성능을 만족하는 충격음 차단 구조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 층간소음은 왜?

 

그렇다면 층간소음은 왜 생기는 걸까? 전문가들은 현재 벽식구조로 이뤄진 아파트 구조가 층간 소음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아이들의 뛰는 소리나 어른들의 발자국소리와 같은 중량충격음은 아파트 층간의 바닥을 구성하는 '슬라브'의 진동을 통해 벽면 전체로 울려 퍼지게 돼 상대적으로 느끼는 소음도가 크다. 또한 소리도 불규칙적이어서 불쾌감이 심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런 구조적인 이유로 바로위층이 소음이 주범이라 생각하지만 소음은 바로위층만이 아니라 위층의 양 옆층이나 그보다 더 위층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 건설사들은 시공상의 하자가 없더라도 현재의 기술로 중량충격음 기준을 만족시키기가 상당히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소음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수치는 50~60dB. 정부의 층간소음 기준도 이를 근거로 삼았다. 그러나 아주 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사람이 있는 반면 시끄러운 소음에도 둔감한 사람이 있는 등 개인마다 느끼는 체감소음도가 달라 업계 및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음기준을 놓고 아직까지도 논란이 많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2005년 층간소음의 원인이 되는 '슬라브'의 두께에 대한 규정을 개정해 신축아파트에 대한 슬라브 두께를 210mm로 강화하고, 소음을 발생시킨 집에 벌금을 물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바닥이 두꺼워도 소음 자체를 완전 차단하기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 국내 건설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현재 바닥 충격음 차단구조는 국토해양부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표준바닥구조'와 한국건설기술연구소와 대한주택공사 등 인정기관으로부터 성능인정을 받은 '인정바닥구조'로 나눌 수 있다. 이 인정바닥구조에 쓰이는 완충제가 우리가 소위 말하는 '층간 소음 저감재'다.


건설업체들은 아파트 신축시 '표준바닥구조'와 '인정바닥구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적용할 수 있다.


대부분 건설업체들은 표준바닥구조하에서는 정부가 정하고 있는 중량충격음 50dB, 경량충격음 58dB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최근 인정바닥구조를 전재로 '층간소음 저감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같은 배경에는 분양가상한제 이후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주택성능등급제'도 크게 한 몫을 하고 있다. 주택성능등급 점수에 따라 가산비율이 차등적용됨에 따라 등급별 점수 폭이 가장 큰 층간소음부분이 아파트 성능을 가름하게 된다는 점에서 업계로서는 고민이다.


특히 소음문제는 민원발생의 소지가 많아 건설사들은 우수 등급의 층간 차음제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건설사 가운데는 SK건설이 가장 먼저 층간차음 성능 1등급 자재 개발에 성공했다.


SK건설은 지난 2006년 SK케미칼과 공동으로 경량 및 중량충격음 38dB 수준인 층간차음제를 개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중량충격음 1등급’, ‘경량충격음 차단 1등급'을 인정받았다.


SK건설측은 새로 개발된 층간차음제를 이용할 경우 슬라브 두께를 210mm에서 180mm으로 크게 줄여, 시공비를 낮출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현장에서 실제로 적용해 테스트를 한 후 자사가 공급하는 아파트 전체에 이를 적용하기로 해 층간소음 해결에 청신호를 마련했다.


그러나 이후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잇달은 정부 규제로 가격적인 문제가 발생, 현장적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차음성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저가형 층간차음제를 개발, 올 6월경 성능인증을 거쳐 시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SK건설에 이어 대림산업이 1등급 차음제 개발에 성공하면서 건설업체들의 층간차음제 개발에 불을 지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이 각각 36dB인 층간차음제를 개발, 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인증서'를 받았다. 앞서 층간소음 2?3?4등급을 받은 바 있는 대림으로서는 층간소음 성능별로 기술인증을 모두 받은 진기록을 세웠다.


대림이 개발한 아파트 바닥충격음 저감 기술은 슬래브 180mm로도 소음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슈퍼단열재를 완충재로 사용해 온돌 난방시 에너지 절약에도 도움을 준다.


대림은 현재 사업지별 층간차음제의 적용시점을 두고 저울질하고 있다.


대림에 이어 GS건설도 최근 국내 최고 수준의 층간소음 저감 신기술을 개발했다. GS건설이 개발한 층간차음제는 주택공사로부터 경량 및 중량충격음 모두 1등급을 받았다. 경량충격음 차단성능은 기존 개발된 제품보다 2dB이나 낮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GS건설은 주택성능등급제에 맞춰 시범 사업에 적용한 후 순차적으로 자사 공급 아파트에 확대 공급할 예정이다.


쌍용건설은 Sound zero 층간 차음재를 개발, 슬라브위에 유리면과 같은 완충재를 설치한 후 적절한 방법으로 온돌층을 시공하는 방법으로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등은 층상 배관 공법으로 욕실소음을 저감하는 한편, 현재 자체적으로 1급과 2급 성능의 층간차음제를 개발, 현장에서 적용 단계에 와 있다.


중견건설사인 우림건설은 '고성능 바닥충격음 저감 시스템'을 개발, 아파트 층간 소음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우림이 개발한 층간차음제는 건설기술연구원으로부터 경량충격음 1등급을 인정받았다. 특히, 우림이 개발한 층간차음기술은 시공이 간편한 것이 큰 장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개발된 1등급 층간차음제가 신축 아파트에 적용되기까지는 여러 난관들이 산적해 있다.


삼성건설의 A 부장은 "현재 각 건설사들이 1등급 성능의 차음재를 개발하고 있지만 실제 적용까지는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며 "실험에서의 성능 등급이 실제 현장에서도 그대로 유지되는 지와 비용 문제 등 실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산업개발 B 부장은 "각 건설사들이 층간소음 등급 목표를 1등급으로 세워 놓고 있지만 현재 개발된 1등급 층간차음재가 과연 현장에서도 같은 성능을 유지시켜 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며 "일부 제품의 경우 차음성능은 좋지만 시공성과 내구성에 문제를 보여 하자발생의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 외국에서는...

아파트 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의 층간소음은 외국과 비교해 강한 편이다.


일본의 경우 중량충격음은 우리나라보다 낮은 55dB수준, 유럽이나 미국은 중량충격음에 대한 기준은 없고 경량충격음만 각각 58, 60dB로 정해 놓고 있다.


독일의 경우는 공해방지법에 따라 타인의 건강을 해치는 소음에 대해 벌금 1만 마르크(약 600만원)을 물리고 있으며,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화장실 급배수를 금지하고, 이웃의 숙면을 방해하는 행위, 악기연주, TV큰소뢰, 문닫는 소리까지 금지하고 있다. 또한 월요일에서 토요일에는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집수리와 못박기 등을 금하고 있다.


층간소음은 개인차에 따라 차이가 심해 다소 주관적이다. 특히 요즘같이 이웃간에 소통이 단절된 아파트 문화가 층간소음 분쟁을 더욱 심화한다는 지적도 있다. 분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에 의한 강제규정도 좋지만 이웃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야간이나 일정 시간에는 소음이 나는 행동을 절제하는 등의 거주자들이 서로간에 대한 배려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