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인터뷰|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4.06.23 1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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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부합 과학적 화재안전 방안 마련해야”

 

화재위험도 따른 건축물 용도분류 방재시설 설치 필수

건축법·소방법 이원화된 화재안전 관련제도 ‘일원화’돼야

피난안전구역·피난용 승강기 등 현실성 없는 시설 점검도

 

박재성 교수.

[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국내 건축물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전문가로 꼽히는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를 만나 우리나라 건축물 화재를 야기시키는 문제점 및 해법 등에 대해 들어봤다.

 

다음은 박재성 교수와의 일문일답.

- 건축물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데, 문제점이 무엇인가.
▲ 건축물 화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부 마감재를 불연재로 사용한다든지 등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건축물 용도의 화재 분석을 통한 방재 시설 등을 설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최근 화재가 발생한 장성 노인 요양병원도 수용인원이나 특성에 맞춰 화재안전시설을 강화해야했던 건축물이다.

수용인원과 종류 등을 따져서 화재 위험도에 따른 건축물 용도를 분류하고 그에 맞는 시설을 적용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축물을 지을 때 화재위험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다른 나라의 경우 기본적으로 건축물의 화재위험도에 따라 용도를 분류하고, 화재안전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단지 건물 기능만의 용도로 판매시설, 업무시설, 문화·집회시설, 운동시설 등으로 분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건물의 규모에 따라 일률적으로 피난시설 등 소방시설을 적용하고 있다. 이럴 경우 자연스럽게 건물 위험도에 맞지 않는 시설을 설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장성노인요양병원 역시 화재 발생 시 스프링클러만 설치돼 있었어도 사망자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근본적인 대안 없이 불연재를 쓴다든지 단편적 안전대책만으로는 화재안전의 사각지대를 피해갈 수 없다고 본다.

- 화재 안전 관련 법 제도에도 문제가 있는 것 같다.
▲ 그렇다. 화재안전에 관련한 법 제도 역시 건축법과 소방법으로 양분돼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건축법은 건물구조체인 계단, 출입구, 방화구획, 내화구조 등에, 소방법은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등에 관련 규정들을 갖고 있어 분절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피난 규정으로 스프링클러 설치 유무에 따라 내화구조를 강화하는 등 법이 일체화돼 운영되는데, 우리나라는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다.

건축법에서는 직통계단까지의 최대 보행거리를 30m로 하고 있는데, 주요 구조부가 내화구조 불연재로 적용하면 50m로 완화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내화구조는 화재 발생 이후 시간이 지나면 차츰 연소되는데, 사실 피난보다 뒷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내화구조 때문에 피난 단계의 직통계단까지의 보행거리를 완화한다는 것 자체가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건축법과 소방법에 있는 관련 규정들이 조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건설현장에서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행정에서도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화재안전을 저하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12년 5월 부산 노래주점 화재 시 청와대에서 화재전문가들을 불러모아 화재 지속 발생에 대한 대책회의를 가졌다. 근본적인 건축법, 소방법 양분돼 있어 국민 안전 위험도를 높이고 불편함이 있다는 점에 공감하고 청와대에서도 화재 안전 기준 일원화 TF팀을 구성했지만 양부처간 합의가 잘 이뤄지지 않아 유야무야된 바 있다.

- 우리나라에도 방재시설 설치가 어느 정도 되고 있지 않나.
▲ 물론 우리나라는 명목상으로 화재 안전 기준 시설이 세계적으로 잘 돼 있는 편이다. 하지만 실제 화재가 나면 제대로 실효성을 갖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대표적인 예로 피난안전구역과 피난용 승강기를 들 수 있다. 피난안전구역은 화재 시 피난을 위해 모여 있는 곳인데 그 안에 몰려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연기 등에 질식하거나 사망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외국은 그래서 피난안전구역을 권장사항으로만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피난안전구역 기존 기계층으로 일부분 활용하고 있다. 공간·설비적으로 피난안전 환경을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다. 또한 1인당 0.28㎡라는 아주 협소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연기, 열로부터 완벽하게 차단가능한 구획성능이 떨어진다.

피난용 승강기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화재 시 피난안전구역과 1층만 오고가는 셔틀 피난용 승강기가 현재는 매층마다 서도록 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나.
▲ 이런 부분들이 정부에서도 인지하고 있지만 담당자가 순환보직제에 따라 계속 바뀌거나 전문성이 다소 떨어지다보니 제대로 개선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는 화재가 발생하면 국민여론이나 언론에 이끌려 땜질식 처방을 급급하게 내놓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경우에는 화재 발생 이후 그에 맞는 대책을 내기 위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이 걸린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당장 여론에 이끌려 대책을 내놓고 6개월이나 1년 정도 지나면 관심이 시들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씀은.
▲ 화재안전은 과학적·공학적 시스템적 접근이 필요한데, 안전문화·국민계몽적으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불연재 적용 등도 중요하겠지만 우리나라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으면 언제 또 대형화재가 발생할 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