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뷰] 구멍 뚫린 화재 안전
[전문기자 리뷰] 구멍 뚫린 화재 안전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4.06.13 09: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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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문기자 리뷰

[국토일보 이경옥 기자] 우리나라 건축법 상 수련시설 및 근린생활시설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법은 현재 실효성이 없다. 불에 잘 타지 않는다던 난연 샌드위치 패널은 실제로 ‘가짜’로 둔갑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난연 샌드위치 패널 자체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불에 타버리지만, 그마저도 불에 잘 타는 가짜 샌드위치 패널들이 ‘난연 샌드위치 패널’로 둔갑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건축 현장에서 난연 샌드위치 패널을 가짜로 바꿔치기 해도 일일이 그 자재의 성능을 확인할 수 없는데다 경제적인 이유로 좀 더 싼 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업계의 관행처럼 여겨질 정도다.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제 2의 세월호’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셈이다.

잘못된 것이 있으면 바로잡아야할 정부 관계자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인지조차 못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1999년 법 개정 시 내화구조로 지어야하는 건물 주요 구조부에서 지붕을 쏙 빼 버렸다.

가짜 난연 샌드위치 패널 이용에 대한 문제점 개선은 커녕 내화구조로 해야할 지붕을 난연 성능 기준으로 완화한 것. 현재 난연 샌드위치패널은 화재 후 10분도 견디기 힘들다. 그야말로 화재 안전에 구멍이 뻥 뚫렸다.

벌써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고양 종합 터미널 화재, 전남 장성 요양병원 화재 등 사고가 줄 잇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화재에 취약한 스티로폼 단열재와 가연성 자재 사용률이 높아 후진국형 대형화재와 인명피해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물론 이는 人災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속되는 문제제기로 국토부에서는 지붕틀을 내화구조로 하고 지붕은 난연 샌드위치패널로 적용하면 안전하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현실에서 화재가 나면 속수무책일 뿐이다.

언제까지 쉬쉬하고 있을 것인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실효성 없는 법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국토부는 이런 이야기들이 나올 때 마다 언론에 ‘불에 잘 타지 않는 난연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고 있다’, ‘법은 문제가 없다’라는 식의 해명만 할 것이 아니라 진정 우리나라 건축물의 화재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화재 안전 제도의 실효성은 있는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즉각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