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빨간 장미
[茶 한잔의 여유] 빨간 장미
  • 국토일보
  • 승인 2014.05.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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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혜원까치종합건축 대표이사 / 前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빨간 장미

 
빨간 장미가 동네 울타리를 타고 온통 만발하였다. 장미는 자연 상태에서 보통 흰색, 노란색, 핑크색, 그리고 빨간색의 꽃이 피는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흑장미는 검붉은 색을 말하며 순 검정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꽃이 아름다운 색깔과 모양을 갖는 것은 나비와 벌을 유인하기 위한 건데 굳이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검정색으로의 진화는 필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꽃의 색깔이 각자 다른 색으로 보이는 것은 가시광선의 무지개 색인 빨, 주, 노, 초, 파, 남, 보의 색상에서 다른 색은 흡수하고 눈에 보이는 색만 반사하기에 그런 것이며 빨간 장미는 빨간색만 반사하기에 우리 눈에 빨갛게 보이는 것이다.

빨간 장미는 워낙 그 모양이 예쁘고 향기가 좋다보니 귀한 사람에게 선물로 자주 쓰인다. 꽃다발로 또는 꽃바구니로 가득 채워 전달할 때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깊은 우애와 사랑을 느끼게 된다. 보통 선물로 전달하는 장미는 한 송이, 스무 송이, 마흔 네 송이, 백 송이가 있는가하면 요즘 어느 노래를 통해 볼 때 백만 송이의 장미도 있는 듯하다.

한 송이는 이제야 내 앞에 나타난 그대에게, 스무 송이는 성년이 되는 사람에게, 마흔 네 송이는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뜻이라고 하며, 빨간 장미와 안개꽃을 함께 전하면 ‘오늘은 그냥 돌려보낼 수 없다’는 뜻이 내포 된다고 한다.

보통은 간편하게 한 송이의 빨간 장미를 전달하게 되지만 막상 한 송이만으론 받는 사람이 못내 서운해 한다. 가능하면 많은 장미를 전하는 것이 그의 마음을 여는 방법일 것이다.

빨간 장미의 꽃말이 욕망, 열정, 기쁨, 아름다움, 절정 등을 나타내다보니 그 아름다움과 함께 많은 사람으로부터 사랑을 받지만 그 아름다움의 뒤에는 가시가 있어 하느님은 모든 것을 다 주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하며 ‘장미와 가시’라는 부분이 함축된 많은 사상이 내포돼 있음을 본다.

우리가 잘 아는 ‘라이너 마리어 릴케’ 라는 시인이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전해오는 빨간 장미 이야기가 있다. 2차 대전 때 전쟁에 나간 공군장교와 어느 여인이 펜팔로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되었다. 비록 편지를 통한 대화였으나 서로 깊은 신뢰가 쌓이며 사랑하게 되어 서로 만날 약속을 하게 된다.

마침 공군장교가 휴가를 나오게 되어 그들은 처음으로 대면을 하게 되는데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이 이다보니 약속한 시간에 그 장소로 여자가 빨간 장미 다발을 들고 나타나기로 하였다.

오랫동안 서신을 통한 대화로 깊은 믿음과 사랑이 쌓인 그 여인을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공군장교의 앞에 드디어 빨간 장미를 든 여인이 나타났다. 그러나 그 여인은 그 남자가 생각하던 모습과는 너무나 딴판인 추하고도 흉한 노파와도 흡사한 그런 모습의 여인이었다. 남자는 순간 많은 망설임이 컸다. 그냥 모른 체할까 하고….

그러나 일단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공군장교가 그 여인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네자 그 여인은 “난 그냥 지나가는 사람인데 저 뒤의 여자가 나에게 이 빨간 장미 다발을 들고 당신 앞으로 가 달라는 부탁을 했을 뿐이다”라며 뒤의 여인을 가리켰다.

아, 거기엔 빨간 장미를 닮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인이 그를 향해 반갑게 달려 왔다. “당신의 마음을 시험해 보려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이제 당신의 마음을 확인 했다”며 그에게 안겼다.

그들이 그 뒤 서로 깊이 사랑하며 검은머리 파뿌리(혹은 대머리)가 될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살았는지는 난 모르지만 요즘같이 담장 가득 핀 넝쿨장미, 그 빨간 장미를 볼 때마다 이 얘기가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