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 <16>
[안동유의 세상만사] <16>
  • 국토일보
  • 승인 2014.05.2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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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팀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법무보상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 설비건설공제조합 법무보상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디오게네스

역사상 유명한 철학자들이 많다. 소크라테스와 칸트, 니이체에 이르기까지….
동양에선 단연 노자와 공자, 주자와 왕양명에 이르기까지…. 그 외에도 나열할 수 없는 많은 철학자들이 있지만 소크라테스에 필적할 수 있는 발군의 철학자가 디오게네스다.

디오게네스!
정복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우선 그를 떠올리면 덩달아 떠오르는 것이 그를 상징하는 그림이다. 등불을 든 그의 옆에 개가 있는 그림.

이만큼 그를 잘 상징하는 것은 없을 터. 그를 흔히 견유학파라 부르는 까닭이다.
그에 관한 일화는 많다. 멀쩡한 대낮에 등불을 들고 다니며 “어둡다. 어둡다.” 했다는 것이 하나다.

불교 선사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일화다. 중국 송나라 때 어느 선비가 자신의 유식을 믿고 불교의 주장을 반박하러 절을 찾아 왔다. 한참 진리에 대해 논쟁하고 돌아가려니 이윽고 밤이 깊어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스님에게 어두운 길을 밝힐 수 있는 불을 달랬더니 선사가 불을 주며 훅 불어 꺼버린 채로 초를 건넸다.

“불 여기 있네.” 그 한 마디에 선비는 깨달음을 얻었다. 디오게네스와 그 선사는 다 진리를 밝히는 빛을 찾았던 것이다. 마음의 눈을 밝힐 수 있는 빛.

디오게네스의 또 하나의 유명한 일화가 알렉산더와 만난 이야기다. 통속에 사는 디오게네스에게 찾아온 알렉산더의 이야기는 너무 유명해서 각설하자.

흔히들 통속에 사는 소박한 인생을 사랑해서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의 청을 거절했다고 생각한다. 햇빛을 쪼이며 통속에 사는 안분자족하는 삶을 대왕의 화려한 궁정 생활보다 사랑하는 디오게네스의 소박함이라고….

아니다. 그를 견유학파 곧 개같은 삶으로 비유한 까닭이 있다. 그는 이 땅의 모든 삶을 부질 없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을 개로 비유한 것이다. 그에게는 화려한 궁정의 삶이든 통속의 삶이든 이 땅의 모든 것이 다 똥같고 개같이 가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로지 철학적 진리만이 그에게는 영원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알렌산더에게 경멸 섞인 말을 내뱉았다.

“비키시오. 당신은 햇빛을 가리고 있소.” 대왕의 몸이 햇빛을 가리고 있었지만 대왕의 위세가 진리의 햇빛을 가리고 있으니 비키라는 것이다.

그깟 똥같고 개같은 위세는 나에게 무가치한 것이니 정말 가치 있는 철학적 진리를 탐구하는 나를 방해하지 말고 나에게서 떠나라는 것이다.

디오게네스는 화려한 궁정생활 보다 소박한 삶이 좋아서 초청을 거절한 것이 아니다. 화려한 것이든 소박한 것이든 이 땅의 삶은 다 개같은 천박하고 가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무원 사회를 바꾸니 시스템을 바꾸니 한다. 먼저 이 사회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그건 사람을 철저히 지배하는 것이니까.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도, 또 누구를 문책하고 해양경찰을 해체해도 이 사회의 뿌리부터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사상누각이다.

문화의 핵심은 철학이다.

디오게네스의 철학을 그대로 받아들이자는 건 아니다. 그런 엄밀한 태도를 배우자는 것이다. 당장 출세나 경제적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깊은 고뇌를 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이 사회는 바로 선다.

정부의 할 일은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