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 <15>
[안동유의 세상만사] <15>
  • 국토일보
  • 승인 2014.05.12 08: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동유 팀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법무보상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 설비건설공제조합 법무보상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탈아입구

일본이 근대화를 하면서 내세운 개념이 탈아 입구다. 말 그대로 아시아를 벗어나서 서구 사회로 들어가자는 운동이다.

일본은 아시아 제일의 선진국임을 메이지 유신 이래 자부하고 있다. 사실 그렇다. 서구 사회도 인정하는 명실상부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선진국이다. 부정적이긴 하나 그 힘으로 아시아 국가를 침략하고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던 것이다.

어떤 역사학자의 말을 빌면 메이지 당시에 한국 곧 조선과 일본은 국력에 있어 그리 큰 차이가 있진 않았다. 일본이 발빠르게 개방을 해서 주체적으로 서구문물을 받아들이고 제 것으로 수용한 것이 일본과 조선의 운명을 갈라 놓은 것이라고 한다. 늦었지만 이른바 개화기에 조선도 서구문물을 받아 들이려 했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서구 열강의 침략에 시달리면서도 변화 발전을 위한 서구의 문물을 받아 들이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체적으로 수용하지 못한 탓에 중국과 조선은 이미 때를 놓치고 그나마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것이다.

청조는 부패하여 무능을 드러내고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무릎을 꿇은 이후 청일전쟁에서 일본에 참패하고 반식민지의 나락에 빠졌다.

그 즈음 아시아 삼국이 개화에 대하여 보인 모습은 비슷했다. 중국은 중체서용, 곧 이른바 중국을 몸으로 삼고 서구의 문물을 편리하게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조선은 동도서기, 조선의 도를 중심으로 하고 서구의 기기를 받아 들여 효율성을 제고하자는 것이다.

일본은 화혼양재, 일본 곧 대화혼을 중심으로 하고 서양의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거를 버리지 않고 제대로 된 본질적 개혁이 아니라 자기 안에 안주하며 현상만 개혁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곧 삼국은 실패의 쓴 맛을 보게 된다. 근본적인 개혁 없이 외형만 변화한다고 변화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양의 발전된 문물을 움직이는 본질 곧 보이지 않는 제도와 사상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었다. 보수적인 기득권 세력, 수구 세력의 방해로 무늬만 개혁하고 실질은 개혁되지 않아 진정성 있는 개혁이 되지 못했다.

환골은 못하고 탈태만….
그래서 중국은 변법자강, 조선은 개화, 일본은 탈아입구로 선회한다.

중국이나 조선은 세력 다툼과 외세의 간섭의 틈바구니서 또다시 실패를 겪고 이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 일본은 온 나라가 아시아적 가치를 버리고 서구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여 일로 상승의 국운을 타게 되었다.

그래서 같은 아시아인 청조는 물론 유색인종으로서 최초로 백인인 러시아를 물리치고 세계사에 우뚝 서게 된 것이다.

탈아입구라고 하면 아시아적 전통을 버리고 서구의 물질 문명을 동경해 무조건적인 흉내나 낸 것으로 인식하고 황인종의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인종주의적 가치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분명 서구열강이 발전해 서세동점한 덴 이유가 있었다. 서구의 발전은 비단 물질만 발달하여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제도와 사상의 발전이 앞선 것이다.

흔히 서양문명은 물질문명이 발달한 것이고 동양은 심오한 정신문화가 발달했다고들 한다. 넌센스다.

서양의 근대철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지 못했다면 단순한 물질문명으로 서세동점의 근대사와 제국주의 침략의 현대사가 있을 수 없다. 동양의 모든 가치가 부질없는 것은 아니나 본질적으로 서양의 정치와 사회문화 제도의 발전은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서양중심의 세계사를 이룬 근본적인 힘이었다.

그나마 일본은 아시아적 가치를 과감히 버리고 서양을 배우려 온 몸으로 몸부림쳐서 서양의 아류긴 하나 국제 사회 주역이 됐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아름다운 전통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일본의 변화는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 왔다. 인정하기 싫지만 부럽게도 일본 사회는 우리 보다 합리적인 점이 훨씬 많다.

우리도 이제 진정한 탈아입구를 고려해 봐야겠다.

그저 물질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룬 서양 흉내나 내는 서구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 세계적, 보편적 가치에 눈높이를 맞추는 진정한 의미에 있어서의 탈아입구!

그것은 오히려 세계화의 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 사회엔 아직도 너무도 비합리적인 일이 많고 보편적 가치 인식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경제도 정치도 발전해 세계와 어깨를 겨루고 한류라는 대중 문화가 세계를 압도하지만 진정한 깊이의 문화는 아직 요원하다. 예술과 철학으로 대변되는 문화의 힘은 그 사회를 정말 깊이 있게 만들고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그랬다면 세월호 사태로 이렇게 사회가 시끄럽지도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