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의 경직 자세가 문제다
시중은행의 경직 자세가 문제다
  • 국토일보
  • 승인 2008.1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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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1.00%포인트라는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현행 기준금리는 3.00%로 낮아져 역대 최저치인 3.25%(2004년 11월 11일)를 가라치우는 기록을 세웠다.

 

통화정책이 통화량에서 기준금리로 바뀐 1999년 이후에 기준금리가 3.00%로 내려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처럼 파격적인 금리인하는 말할 것도 없이 경기의 빠른 하강을 막고 기업과 가계의 자금경색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금리인하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음도 물론이다.


 한은은 특히 “앞으로 유동성 상황을 개선하고 경기의 과도한 위축을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둬 운용할 것”이라고 밝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해 눈길을 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지난 10월9일 0.25%포인트를 시작으로 2개월여 만에 무려 2.25%포인트나 내리는 파격적인 행보였다.


 결국 갈수록 핍박해지는 기업과 가계의 자금사정에 원천적 처방으로 ‘숨통’을 터 주자는 의미인 셈이다. 따라서 11일의 파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금리가 얼마나 낮아질지, 그리고 가계나 기업의 자금경색 현상은 얼마나 나아질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게 됐다.


 사실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악화일로로 치닫던 개인과 기업의 자금운용에도 한층 여력이 생겨야 마땅하다. 주택담보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의 대폭 인하 등이 예상되는 만큼 개인들의 대출금리 부담이 상당폭 덜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들 역시 대출금리 인하로 인해 자금운용에 여력이 생겨야 한다.


 은행 대출을 받은 개인과 기업들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때마다 기대감을 감추지 못한 것도 이런 이치 탓이었다. 기업과 가계의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면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적잖은 도움을 줄 것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동안의 실정은 이런 긍정적 기대효과와는 전혀 딴판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왜 그랬을까. 한마디로 이런 행로의 길목에 있는 은행들이 전혀 움직여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들의 이기적 행보에 직격탄을 날렸겠는가.


 기업과 가계의 자금위기 상황에 일선 소방수 역할을 해야 할 은행들이 한결같이 보수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일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배경은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진데 있다.


 다시 말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려는데 급급해지면서 기업과 가계의 대출을 바짝 조이는 것은 물론 오히려 대출금 회수에까지 나서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는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만 셈이 됐다.


 더구나 채권시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상황에서 자금줄이 막힌 기업들의 경우 너도나도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금리는 오히려 오르는 역설적 현상까지 빚어질 정도였다. 여기에 최근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들이 BIS 비율을 맞추려고 후순위채와 은행채를 앞다퉈 발행한 것도 시중금리 상승을 이끈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금 시중에선 은행들을 향한 저주(?)성 비난이 봇물을 이룰 정도다. 물론 기업과 가계에서 나오는 소리다. 이런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파격적 기준금리 인하에 부응하는 은행들의 움직임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기대효과는 또다시 물거품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


 그만큼 은행들이 움직여 줘야 한다는 뜻이며 그러자면 역시 은행의 원천적인 애로 사항도 덜어주는 병행적 조치가 따라야 마땅하다는 판단이다. 파격적 기준금리 인하가 예견된 상황에서 은행의 BIS 비율을 오히려 자의적으로 끌어올리려는 당국의 암묵적 조치가 가해지는 이율배반적 행태에서는 또다시 선언적 금리인하에 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이번의 기준금리 인하 수준이 파격적인 만큼 요지부동이었던 시중금리도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런 장애 요인의 제거에 나서 정말로 기대할만한 효과를 거둬야 마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