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을
정부 주도의 기업구조조정을
  • 국토일보
  • 승인 2008.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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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물경기 침체로 부도나거나 파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그리고 그 실태는 서울보다 지방,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먼저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어 충격을 더해 준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지방의 어음 부도율이 급격히 치솟으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외환위기 당시의 수준에 근접하고 있을 정도다.

 

법인의 법정관리(기업회생) 신청이나 파산 신청도 급증세를 보여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접수된 법정관리 신청 건수만도 올해 들어 11월까지 87건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29건)의 3배를 기록하고 있다.


 부도와 파산은 경제 주체들이 경기 침체를 견디지 못하고 벼랑에 몰린 결과로, 이는 결국 소비· 생산· 투자를 짓누르면서 경기 침체를 더욱 가속화하는 악재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 주는 것이다.


 최근 C&그룹의 주력사인 C&중공업과 C&우방의 워크아웃 신청은 이처럼 자구노력을 통한 독자회생의 어려움을 실감시키는 사례로 경기에 민감한 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나 다름없다.


 더욱이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침체로 급속히 번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미 한계에 봉착한 중소 건설업체와 조선업은 물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주력산업들도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결국 연쇄도산의 위험이 닥치기 전에 대비하는 노력이 긴요하다는 의미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 주도에 의한 강력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이 요청되는 것이다.


 이번 위기의 양상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외환위기 당시의 경제 전 부문에 걸친 총체적 위기 상황과는 달리 지금은 지방이나 중소기업, 건설업 등 일부 취약 부분에 집중적으로 부실이 몰린 게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는 위기관리 측면에서도 거시적 처방보다는 외과적 수술처럼 정밀한 진단과 분석을 토대로 한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통한다. 그리고 이런 역할의 당사자로 마땅히 정부가 꼽힐 수밖에 없다.


 건설업과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위해 은행을 중심으로 시행하고 있는 건설사 대주단협약이나 조선업계의 패스트 트랙이 제대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게 그 좋은 사례일 수 있으며 이는 그만큼 정부의 역할이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는 신속하고도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수적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구조조정이 늦으면 늦을수록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와 관련 산업계는 물론 금융권· 지역경제 모두 고통을 겪게 될 게 뻔하다. 지금처럼 좌고우면하는 정부 정책으로는 칼바람 부는 경제난을 극복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부 당국자들은 부실이 드러난 기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졌던 외환위기 때와 달리 지금은 부실징후 기업들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주장하나 책임회피를 위한 변명과 핑계로 여겨진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시장과 기업을 이끌고 나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나 산업계의 시각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경제팀이 진용을 갖추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고 있는 것은 정부의 솔선수범과 과감한 대책 및 신속한 집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 주는 사례다.


 현재 건설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대주단에 개별 건설업체들은 사실상 가입을 외면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요구로 그나마 20여개사가 가입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실을 정리하기 어려운 게 실상이다. 피를 묻히기 꺼리는 정부관계자들은 사실상 은행에 건설업계의 운명을 떠맡기고 있는 꼴이다. 건설사는 버티고 정부는 공을 은행에 넘긴 셈이나 다름없다.


 이번 위기는 사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 당시에는 아시아국가들만 위기에 빠졌으나 이번에는 세계적인 장기 불황이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살아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와 기준을 하루 빨리 마련하고 정부가 나서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