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에너지 문제 논할 자격 있는가
환경부, 에너지 문제 논할 자격 있는가
  • 국토일보
  • 승인 2014.02.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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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박창형 한국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 부회장

 
환경부는 지난 달 2020년까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할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확정 발표했다. 온실가스 감축이 과다한 면이 있다는 논란도 있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 제시했던 정부의 배출전망치(BAU)와 감축 목표 30%를 그대로 유지했다.

환경부는 로드맵에서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해 온실가스의 감축이 최우선임을 밝히며 강력한 실천 의지를 천명했다.

최근 지구촌은 일찍이 겪지 못했던 폭염, 한파, 홍수, 가뭄 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의 나이아가라 폭포가 거의 백 년만에 얼어붙는가 하면 필리핀 마닐라가 태풍으로 인해 최악의 재난을 겪은 일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렇게 지구촌의 어느 나라도 이상 기후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 명약관화해졌다. 이산화탄소 등 주로 화석연료 사용에서 비롯된 온실가스가 이상 기후를 일으키는 가장 큰 주범으로 널리 인식돼 온실가스의 감축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화석연료의 사용량을 줄이는 것과 화석연료의 대체재인 신재생에너지의 시장 규모를 키우는 것이다. 이외에는 다른 뾰족한 대안이 없다.

화석연료를 줄이기 위해서 에너지 소비를 억제하고 에너지 절약을 포함한 수요 관리정책이 진행돼야한다. 그런데 생활수준 향상과 산업 성장에 대한 지속적인 요구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 활동을 무리하게 펼칠 수 없다.

반면, 태양, 바람, 물, 지열과 같은 무한한 자연에너지를 이용하는 신재생에너지는 여타 에너지원과 비교할 수 없는 친환경적인 청정에너지로 화석연료를 줄여나가는 가장 유용하고 강력한 수단이다.

세계 모든 나라들이 에너지 자립을 도모하며 깨끗한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크게 키우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빈약하기 때문에 신재생에너지 활성화가 누구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벗어나 과도한 환경규제 일변도의 정책으로 국내 신재생에너지 투자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가장 시급하다고 표방하면서 한편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신재생에너지의 국내외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 모순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친환경적인 에너지가 환경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하는 아이러니를 스스로 연출하고 있다. 개그도 이런 개그가 없다.

풍력발전이 환경부의 과도한 규제에 걸려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풍력발전에 유리한 입지가 대부분 백두대간 부근에 몰려있는 바람에 그간 계획됐던 사업들이 대부분 표류하고 있다.

작년 말까지 기존 설치된 풍력발전 용량이 560MW인 반면 보류된 사업은 1,800MW에 이르러 3.5배에 달하고 있다. 풍력 발전 사업이 커다란 역풍을 맞고 있다.

풍력발전은 작년 40GW가 전세계에 설치될 정도로 신재생에너지 중 가장 역동적이고 매력적인 에너지원이다. 각국은 풍력발전을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만 사업이 지지부진해 그간 투자된 수조원이 공중에서 분해될 위기에 처해있다.

환경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풍력산업이 국내 내수시장을 확보하지 못할 뿐더러 운행이력(track record)을 쌓지 못해 유망한 수출 길마저 가로막히고 있다.

공해 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이 들어서는 것도 아니고 단지 바람개비를 단 탑을 세우는 것 뿐인데 자연 생태계를 파괴한다며 필요불급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국내 풍력발전 사업은 이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외국은 풍력발전기를 자기 농장 뜰에 설치해 활용하거나 관광자원으로 내세우며 풍력발전의 친환경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풍력은 원전과 화석발전을 대체할 차선책으로 인식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 풍력산업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손톱 밑 가시를 과감히 빼내야 한다.  또 기후변화대응 정책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한다.

조력발전에 경우에도 비슷한 처지에 놓여 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천혜의 입지에 위치한 충남 태안의 가로림 조력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한반도에 조력발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환경부의 반대에 부딪혀 3년 이상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금년 말까지 처리하지 않는다면 사업을 포기해야 하는 심각한 실정인 만큼 조속히 해결점을 찾아내야 한다.

이처럼 환경부가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과도한 규제를 거두지 않고 건전한 발전을 거부하는 역주행을 자행한다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국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OECD 국가 중 꼴찌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마당에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갈 길을 찾지 못한다면 국가의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번 환경부에 되묻고 싶다. 신재생에너지 외에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보다 효율적인 대안이 있는지, 환경친화적인 신재생에너지를 홀대하면서 환경과 에너지에 대해 논할 자격이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