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옥토끼
[茶 한잔의 여유] 옥토끼
  • 국토일보
  • 승인 2013.12.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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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혜원까치종합건축 대표이사 /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옥토끼

 
토끼는 보통 산토끼와 집에서 기르는 집토끼로 구분이 된다. 산토끼의 반대를 집토끼라 하지만, 유머 코너에선 산토끼의 반대말을 죽은 토끼나 판 토끼라고도 한다.

암튼 산토끼는 보통 바위틈에서나 굴을 파고 사는데, 토끼를 잡으려면 많은 몰이꾼이 필요하다. 앞다리가 뒷다리에 비해 턱없이 짧아 뒷다리를 이용해 위쪽으로 도망갈 땐 아주 잘 달리지만 내리막 경사에선 앞다리가 짧아 빨리 달리지 못하기에 토끼몰이를 할 땐 산 위쪽에서 아래쪽으로 몰아야 한다.

그러나 토끼들이 달아나는 방향은 가늠 할 수 없어 ‘두 마리 토끼를 쫒는다’는 속담이 전해지고 있다.

몰이꾼을 확보하지 못했을 땐, 대부분의 산짐승이 그렇듯이 토끼도 자기가 다니는 길로만 다니기에 그 길을 찾아내야 한다. 눈이 왔을 땐 토끼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어 쉽게 토끼 길을 찾을 수 있지만 평소엔 토끼의 배설물을 보고 길을 찾게 된다. 그리고 토끼가 다니는 길에 올가미라 부르는 올무를 놓고 지나다니다 목이 걸린 토끼를 잡게 된다.

야생에서는 여러 조건 상 어렵겠지만, 토끼는 다산(多産)의 동물로 생후 6개월 쯤 지나면 임신을 하게 되고 임신기간이 불과 한 달 정도이므로 새끼가 새끼를 낳고 손자가 또 증손자를 낳는 형상이 돼 먹이와 집만 제공된다면 이론적으론 한 쌍의 토끼가 1년 후엔 수백 마리가 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어려서 용돈을 마련한다든지의 수단으로 시골에서는 토끼를 많이 기르게 되며, 학교에서 돌아와선 토끼에게 먹일 풀을 뜯어대느라 맘대로 놀지도 못해 미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토끼 숫자는 증가 속도가 빨라 공간의 제약 상 토끼집은 바짝 붙여 연결해 쌓아 놓게 된다. 지금은 거의 고층화 됐지만 한참 전 한강변 이촌동은 온통 5층짜리 저층아파트가 자리 했었고, 이를 멀리서 보면 마치 토끼장을 연상하게 돼 시골에서 처음 서울에 올라와 한강다리를 건너던 시골아이가 “와! 서울에 토끼장 많다”라고 소리치기도 했었다.

토끼는 물론 고기로 먹기도 하지만 가죽을 벗겨 추운겨울에 팔 다리를 감싸는 용도로 쓰이거나 귀마개를 만들어 쓰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도시에서 애완용으로 주로 길러지고 있다.

토끼털의 색깔은 회색과 흰색으로 구분되는데 회색을 ‘재 토끼’라고 부르며, 흰색을 ‘옥토끼’, 영어로는 흰 토끼 또는 달에 사는 토끼(the rabbit in the moon, a white rabbit)라고 부른다.

‘옥토끼(玉兎·중국명 ’위투‘)호’라는 로봇 형태의 달 탐사차를 실은 중국의 달 탐사위성 창어(嫦娥-한국발음 ‘항아’) 3호가 14일 달 착륙에 성공했다. 이로써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세 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됐다하니 부럽기도 하고 아랫배가 슬 아프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하니 한편 다행스럽기도 하고….

중국은 2020년 완성을 목표로 3단계로 나눠 달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1단계는 달 궤도를 도는 것이며 2단계는 달에 착륙하고 3단계는 달에서 얻은 각종 자료를 갖고 지구로 돌아오는 것이라는데, 이번 창어 3호의 달 착륙은 2단계에 해당한단다.

창어3호가 착륙한 곳은 달이 운석과 충돌하면서 생긴 달 표면의 훙완(虹灣)구역으로, 태양 에너지로 작동하는 옥토끼 호는 이곳에서 3개월 동안 달의 지형과 지질구조를 탐사하고 각종 사진과 관측 자료를 지구로 전송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기본 임무를 마친 옥토끼 호는 회수되지 않고 달에 영원히 남게 된단다.

미국이 아폴로 11호로 닐 암스트롱이라는 우주인을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시킨 1969년 7월 20일, 온 세상이 난리였던 이날 이후 40 여년이 지난 지금 사람이 아닌 기계가 달에 착륙했으니 미․중 간의 격세지감이야 느끼지만, 몇 번의 실패 끝에 소련의 힘을 빌려 가까스로 나로호 발사를 성공한 우리나라와, 자체기술로 달에 착륙한 중국과의 격세지감 또한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중국설화에는 창어가 옥토끼를 품에 안고 달에 살고 있으며, 옥토끼는 계수나무 옆에서 곧잘 떡방아를 찧는다고 하는데, 이번에 발사에 성공한 우주선과 로켓의 이름을 창어와 옥토끼로 명명한 이유를 짐작 할만하다.

중국에서는 음력 8월 15일을 가을의 한가운데 있는 날이라는 의미로 중추제(中秋節)라 부르는데, 이날 신선이 돼 달로 날아가 버린 미녀 창어(嫦娥)를 기리며 여자들이 달을 보고 제사를 지내면 창어처럼 미인이 된다고 하고, 가족끼리 반드시 모여 둥근 달을 바라보며 밀가루 반죽에 각종 속 재료를 넣어 만드는 전통과자인 월병(웨빙-月餠)을 먹곤 하는데, 월병의 겉면에는 전설의 주인공인 창어를 그려 넣기도 한다.

중학교 때였나, 교과서 국어책에 ‘베틀가’로 소개되었던 ‘저기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 내고 옥도끼로 다듬어서…’라는 전래동요나,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의 동요를 통해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달에 항아와 옥토끼 그리고 계수나무가 있는 걸로 생각하고 있다.

달 속의 검은 그림자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 토끼를 달과 결부시키는 생각은 세계적인 현상이며, 토끼는 한국․중국에서 12지의 하나인 묘(卯)로, 달로는 2월(묘월), 방위는 동쪽을 담당하며, 달 가운데 옥토끼는 방아를 찧고 있는데 방아라면 추수한 곡식의 껍질을 벗기거나 알곡을 가루로 만들기 위한 추수의 마지막 단계이기에 먹고 살기 위한 아주 중요한 수단이 됐다. 오죽하면 우리의 선조들은 가야금을 만들어 방아 찧는 소리를 내며 ‘방아타령’을 만들어 냈을까…

중국에서 창어라 부르는 항아(嫦娥)는 달에서 살고 있는 대단한 미인인데 그는 결혼을 했던 유부녀라고 한다. 워낙 출중한 미모를 갖고 있어 수도 없는 남성이 달려들었으나 그가 선택한 상대는 전설적인 활의 명인인 ‘예’라는 사내라고 한다. 오랜 옛날 하늘에 태양이 한꺼번에 열 개가 떠올라 백성들이 어려움을 겪자 그가 나서 아홉 개를 활로 쏘아 떨어뜨렸다 하니 그는 대단한 활의 명인인 것 같다.

그러나 대단한 미인인 항아와 활의 명인인 예가 부부로서 평생 해로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마침 예가 보관하고 있던 불로초를, 어쩔 수 없는 상황(그 이유에 대해 여러 설이 있음)에서 항아가 훔쳐 먹고는 신선이 돼 달로 날아간 거였고, 다시는 이 세상으로 오지 못하고 오늘날까지도 달나라에 남아 있게 된다.

사실 이번에 발사된 우주선과 별도로 달에는 다른 남성이 살고 있다고 중국에선 전해지고 있는데, 그렇다고 그가 항아와 함께 남녀관계를 유지하고 있진 않다. 그 사내는 오강(吳剛)이란 선인으로 옥황상제의 생일잔치에서 실수로 술잔을 엎질러 달나라로 귀향을 가게 됐고, 그는 영원히 달나라에서 자라는 계수나무를 베어 내는 고행(苦行)을 하고 있다.

달나라에는 ‘팔계성림(八桂成林)’이라 하여 여덟 그루의 계수나무가 숲을 이룬다는 말로, 한 달에 한 번씩 나무가 다 자라면 높이가 1,500m 씩이나 되는 엄청난 크기의 거목으로, 달이 나무그늘에 가려 그믐달이 되며, 오강이 나무를 다시 베어 내면 보름달이 된다. 그리고 다시 나무가 자라기 시작하기 때문에 오강은 영원히 도끼질을 하고 있어야 한다.

모르겠다. 옥토끼와 항아, 계수나무와 오강, 항아와 오강과의 상관관계를 분명히 알지 못하지만 이번에 달에 간 옥토끼에 의해 결국은 적나라하게 밝혀 질 듯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