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위기, 출구가 안보인다
건설 위기, 출구가 안보인다
  • 국토일보
  • 승인 2008.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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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주단 가입 여부로 금융권과 건설업체들 간에 갈등만 첨예화하는 양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악재는 오히려 더욱 중첩돼 건설 산업의 붕괴 우려까지 야기되고 있다.


 마치 대주단 가입만이 건설사 위기 해소의 열쇄인양 호도되기까지 하면서 정작 가입실적은 거의 전무한 채 화급을 요하는 건설기업의 유동성 지원 문제만 지연되자 오히려 화(禍)를 키우기만 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까지 쏟아지는 형국이다.


 예견돼온 것처럼 유동성 지원이 이처럼 지연될 경우 건설기업의 줄부도와 이로 인한 실물경제 전반의 타격은 그야말로 심대할 전망이다. 이미 세계적으로 밀어닥치기 시작한 디플레 이션 공포까지 새롭게 가세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움에 빠져있는 우리 금융시장의 경우 더욱 여건이 악화돼 그야말로 유동성 위기가 벼랑 끝으로 몰린 형국이다.


 한· 미 통화스와프 협정을 계기로 안정되는 듯했던 금융시장에 패닉 현상이 재연되는 기미가 완연해진 것이 이런 위기 국면의 증폭을 대변해 준다. 그리고 이런 여파로 수출 등 실물경제 악화 추세도 예상을 훨씬 웃도는 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건설을 포함한  산업계 전반에 고감도의 경종이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악재만 중첩되는 상황에서 우리 금융권의 경우 아직도 이기적 영업에 집착하는 행태를 떨치지 못해 거시적인 국가 위기 해소 노력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또 다른 악재로까지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내 신용평가회사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를 이유로 일부 상호저축은행들의 신용등급을 공개적으로 하향조정한 사례만 하더라도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 해소에 총력을 쏟고 있는 정부의 의지와는 배치되는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축은행들이 할 수 있는 그 나마의 유동성 지원 여력에 메스를 가한 격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대주단 가입을 돌려하기 위해 금융권 일각에서 일방적인 언론 플레이를 하는 경우 역시 건설사들에게는 악재일 수밖에 없다. 국내 5대 건설사들이 공동으로 대주단에 가입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해당 업체들이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자료를 내는 해프닝은 오히려 분위기만 악화시킨 꼴이다.


 사실 대주단 협약 가입이 건설사 위기해소의 ‘모든 것’일 수는 없다. 우선 은행들의 위기 상황에서 보인 이기적 영업행태만 해도 업계의 위기상황 해소에 신뢰보다는 불신으로 더 작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대통령까지 연일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 지원을 호소하는 마당에도 거의 꼼짝 않는 행태이고 보면 부실 정도가 심한 건설기업들로선 아예 은행에 대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도 이해가 가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건설사의 신용경색 완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신용경색을 풀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따지고 보면 지금 은행 창구에서 돈이 풀리지 않는 이유는 부실대출 증가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은행 스스로 부실 걱정에 몸을 사리고 있는 판에 돈을 풀라고 아무리 외쳐도 은행이 움직일 리 없다. 대두단 가입에 건설사들이 망설이는 것도 이런 원천적인 여건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성한 말만 믿고 가입했다가 정작 자금지원은 받지 못한 채 발목만 잡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팽배한 때문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부실대출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거나 은행의 자기자본을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수밖에 없을 듯싶다. 그래야만 은행권이 정부의 의지에 부응한 진정한 손발 역할을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지금은 그야말로 비상상황이다. 시간이 지연될수록 위기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이미 악재만 누적되고 있는 게 실상이 아닌가. 어떻게 보면 지금 정부는 ‘민간 자율’이라는 명분으로 은행만 앞에 내세운 채 뒤로 빠져 있는 듯한 모습이다.


 건설위기 해소의 출구를 찾으려면 역시 정부가 적극 나서 막힌 곳을 뚫어 주는 일에 앞장서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