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유의 세상만사] <6>
[안동유의 세상만사] <6>
  • 국토일보
  • 승인 2013.12.13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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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유 팀장 /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 법무보상팀

 
안동유의 세상만사

자유기고가이자 시인인 안동유 설비건설공제조합 법무보상팀장의 칼럼을 게재합니다.
안 팀장은 KBS ‘우리말 겨루기’ 126회 우승, ‘생방송 퀴즈가 좋다’ 우승 등 퀴즈 달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MBC 100분 토론에서는 시민논객으로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방송 출연을 통해 또다른 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本報는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안동유 팀장의 ‘안동유의 세상만사’를 통해 작가 특유의 감성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습니다.

Give them hope

Enemy at the gate 란 영화가 있다.
때는 2차 대전. 승승장구하던 히틀러는 독소불가침 조약을 어기고 소련을 침공한다.
유일하게 남아있는 유럽 대륙의 연합국이자 숙적 스탈린의 나라.

2차 대전에서 전사에 길이 남을 명 전투 2 개가 소련에서 벌어진다.
전술적으로 현대전의 교범이 될 만한 것이다. 하나는 모스크바 전투이고 다른 하나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이다.

모스크바 전투는 이전에는 압도적인 적군의 공격에 방어가 어려우면 도시를 포기하고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던 것과 달리 도시의 건물 하나하나를 보루로 삼고 시가전을 치르는 새로운 전투 양상을 보여 줬다. 마치 잠수함이 한 곳이 뚫리더라도 그 방만 폐쇄하고 더 이상 물이 새지 않도록 한 것처럼 도시 전체를 여러 구역으로 나누어 한 곳이 뚫리더라도 그 곳만 봉쇄하여 더 이상 적군이 진격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술이다.

당대 무적의 독일군을 상대로 소련 인민들은 영웅적인 투쟁을 했다. 독일군의 비망록을 보면 당시 100m를 전진하는데 일 주일이 걸렸다고 돼 있다. 한번은 길모퉁이에서 한 떼의 노동자들이 망치와 쇠메 등을 들고 갑자기 덮쳐서 총을 든 독일군이 도망쳤다고도 한다.

가까스로 한 건물을 제압하고 총알이 날아오던 곳으로 올라가 보면 소총 한 자루 옆엔 아이와 노인의 시체가 쓰러져 있기 일쑤였다. 아니면 부녀자….

무엇이 정규군이 아닌 일반 노동자, 주부, 노인 아이들을 목숨을 걸고 저항하도록 만들었을까?

최초의 인민의 나라! 짜아르와 봉건 귀족이 지배하는 나라가 아닌 진정한 나의 조국이었기 때문에 그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공산주의적 열정이 작용했고 스탈린의 공포 정치도 원인이었다고 한다. 이 점에서 역사적으로 만만찮게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각설하고….

스탈린그라드 진격은 코카서스의 유전을 확보하려는 실질적 이유와 스탈린의 이름을 딴 도시를 점령함으로써 전 세계에 소련은 이미 독일에 사실상 패했다는 점을 공표하고 연합국의 전쟁 의지를 꺾고자하는 전략적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 전투는 2차 대전의 분수령이 됐다. 히틀러는 하지 말아야 할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나플레옹의 전철을 밟은 것이다.

당시 미국은 신흥 강국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선방을 맞아 태평양을 지키기에 급급했고 영국은 독일의 공습을 막기에 급급했다. 스탈린은 독소불가침 조약을 믿고 숙청으로 이룬 권력을 누리고 있을 뿐이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배경으로 이 영화는 만들어졌다.

압도적인 독일군의 전력 앞에 도시는 초토화되고 제대로 훈련 받지도 못한 소련의 젊은 병사들은 인해전술로 돌격하다가 몰살당하기 일쑤였다. 제대로 저항 한번 못하고 도시의 대부분은 독일군에게 점령당하고 있었다.

소련군 지도부는 대책 없이 전전긍긍하고 있을 뿐이었다.

국경으로부터 파죽지세로 밀어 붙이다시피 진격해 온 독일군은 곧 도시를 점령하고 크리스마스 휴가를 베를린에서 보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병참선이 너무 길어졌다. 임진왜란 때 평양서 철군한 왜군들처럼….

이때 스탈린의 오른팔 정치국원 니키타 흐루시쵸프가 이 도시로 파견된다. 특명을 받은 전권 특사로….

정치 위원들을 세워 놓고 흐루시쵸프는 묻는다. 어떻게 해야겠느냐고….
모두 뻔한 답만 한다. “도망자는 사살해야 한다. 패전한 지휘관은 가족까지 처벌한다.” 등.
아니면 침묵.

공포정치의 결과다. 지금껏 시도되지 않은 대책을 발언하는 것은 위험하다.

어디선가 흐루시쵸프의 귓전을 울리는 소리.
Give them hope!
소리 나는 곳으로 가는 흐루시쵸프. 앞 줄의 위원이 자기가 아니라고 뒤를 눈짓한다. 흐루시쵸프는 유태인 출신의 정치위원을 찾아낸다. 그는 적군 중 대중이 열광할 영웅을 찾아내어 선전선동으로 인민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 줘야한다고 했다.

전격적으로 발탁된 그는 우랄의 목동 출신 바실리 자이체프를 저격수로 임명해 독일군 장교들을 사냥하게 한다. 그리고 그 실적을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독일군은 곳곳에서 지휘관이 저격돼 전전긍긍한다. 진격이 막히기 시작했다.

소련 전국에서 자이체프를 본받으려는 운동이 일어난다. 연전연승하던 독일군도 약점이 있다. 이길 수도 있다. 지리멸렬하던 소련군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독일군의 장점은 기계화된 군단의 전격전이었다. 그러나 폐허가 된 도시는 탱크의 진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전투는 곳곳에서 출몰하는 소련군과의 게릴라전으로 변모했다.

지리와 기후에 익숙한 소련군은 기다리면 된다. 스탈린은 100만 대군으로 25만의 독일군을 역으로 포위하고 있었다. 후방에서는 애국심에 불타는 민중들의 지원과 무기 생산이 이루어졌다.

결국 이 도시는 독일군의 무덤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독일군 최초의 엄청난 패배를 안겨 주고 16만의 독일군이 추위와 굶주림 속에 전사하고 9만이 항복한다.

미국과 영국은 이에 독일군도 패배시킬 수 있다는 희망을 갖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저격수 자이체프가 죽인 적은 불과 수백이었지만 이것은 소련군에게 희망을 주어 스탈린그라드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이 전투는 전 세계에 승리의 희망을 주어 결국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임진왜란에서 조선을 구한 이순신처럼….

그렇다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넣는 희망! 다른 말로 비전이겠지. 정작 중요한 건 이것이다.

흐루시쵸프의 영혼을 흔든 신선한 충격의 이 한마디.
Give them hope!
Give them vision!

지금 실업과 직장 문제로 좌절과 포기의 패배감에 사로잡힌 이 땅의 젊은이들, 88만원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자. 젊은이들이 희망에 넘쳐 자신을 불사르는 사회가 돼야 한다.
그래야 이 땅과 이 땅에 있는 우리 모두에게 희망의 꽃이 필 수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