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②
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②
  • 장정흡 기자
  • 승인 2013.11.25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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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인 아랍 수리조선소

물 부족해 콜라로 양치질

바레인 아랍수리조선소.

바레인 아랍 수리조선소는 현대건설이 중동에서 수행한 최초의 대규모 공사이자,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이 있게 한 모태이기도 하다.

공사 초기에는 중동 기후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식수가 부족해 콜라로 양치질을 하는 일도 있었고, 합판조각 위에서 텐트를 치고 지내다 12월부터 시작된 우기로 피해를 입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애를 먹은 것은 자연환경에 따른 골재 문제였다.

바레인 내륙지방의 석산에서 가져온 암석들은 석회질 성분이라 물을 머금으면 곧 흐물흐물해져 버렸고, 바다에서 퍼 올린 모래에는 이물질이 많아 여과 과정을 수없이 거쳐야 했다.

또한 모래와 개흙으로 이뤄진 매립지다보니 파일을 박는 일도 어려웠을 뿐더러, 배근한 철근들이 몇 시간 뒤면 바로 녹이 슬 정도로 습도가 높았다.

울산조선소를 통해 조선소 공사의 충분한 경험을 쌓은 후였지만 외국의 엄격한 기준과 규격을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아랍 수리조선소 공사는 특별했다. 품질관리가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한 당시 한국 건설문화 풍토에서 영국과 포르투갈로 이원화된 까다로운 감독은 다소 억지처럼 여겨질 때도 많았다.

처음엔 공기를 맞추느라 그들의 요구를 따랐지만 나중에는 우리나라 자재들을 추천해서 그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특히 해수공사에 사용하는 5종 시멘트의 경우, 단양에서 가져와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사용했다. 영국 기술회사는 시멘트클링커 공장에 감독관을 상주시키고 매일 시멘트 품질을 검사했는데 단 하루도 불합격 판정을 받은 적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나라 시멘트의 우수성이 알려지면서 나중에는 현지 업체들까지 시멘트를 사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