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⑦
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⑦
  • 장정흡 기자
  • 승인 2013.11.2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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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내무성 본청

7층 높이 비계틀 밀고 다니며 역경사 건물외벽 공사

사우디 내무성 본청은 피라미드를 거꾸로 한 본체 위에 이슬람 사원의 지붕을 연상시키는 돔 형태의 지붕이 인상적인 건물이다. 하지만 외관이 수려한 만큼 완공까지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내무성은 도면 변경을 수차례 요구했고, 1988년 6월의 네 번째 도면 변경은 각 방의 위치를 대폭 변경시켜 새로운 도면이 완성되기까지 8개월을 외부작업만 실시해야 했다.

역경사가 진 외벽 마감을 위해 엄청난 양의 가설 비계가 필요했는데 대안으로 7층 높이의 가설 비계틀을 만들어 레일 위에 올려놓고 밀고 다녔다. 감독이 저게 뭐냐고 물을 정도였다.

내무성 공사의 하이라이트는 맨 위층의 철골 캔틸레버 트러스(Cantilever Truss)를 완공 후의 하중에 의한 처짐을 미리 계산해 설치하는 일이었다. 시공 당시 얼마의 높이를 들어 올려야 준공 후 설비와 사람이 입주하고 나서 구조적으로 안정된 수평을 유지할 것인지를 예측하는 일이 난제였다.

“사실 수평의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일교차에 따라 예민한 사람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트러스가 요동치니까. 원설계자가 요구하는 300㎜ 캠버(Camber)를 맞추기 위해 현장에서 시간마다 변화를 체크해서 커브를 그렸지요.”

당시 엄필현 과장(현 현대종합설계 대표이사)에게는 ‘건축물은 살아 있다’는 선배들의 얘기가 피부에 와 닿았다. 햇빛을 받으면 늘어났다가 기온이 떨어지면 다시 수축하는 건축물을 현장에서 접하면서 시멘트‧철근 등의 무기 재료가 엔지니어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면 유기체가 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깨우쳤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