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⑧
현대건설, 48년 해외현장 숨은 이야기⑧
  • 장정흡 기자
  • 승인 2013.11.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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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2단계 매립

20만달러 불도저 한 대 벌 속으로 가라앉아

싱가포르 창이 국제공항 2단계 공사는 기존의 2개 활주로와 연계해 제3의 활주로를 만들기 위한 부지매립공사였다. 현대건설은 약 17년 동안 매립공사를 통해 싱가포르 전체 국토의 6%에 해당하는 면적을 확장하는 데 공헌했다.

기존의 실트폰드 매립공사는 시멘트고결공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뻘에 시멘트를 살포할 경우 시멘트 성분이 수분을 빨아들여 지반을 탄탄하게 만드는 공법이었다. 그런데 이 경우 시멘트가 너무 많이 소모되어 공사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매립 규모가 큰 공사에서는 경제적 손실이 너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때 현대건설 토목분야의 기술진은 새로운 실트폰드 매립공법으로 모래살포공법과 고강도 보강매트 포설공법을 병행해 실시키로 했다. 모래살포공법은 실트폰드에 전체적으로 5㎝ 정도씩 모래를 깔아 침전시킨 후 그 위로 올라오는 수분을 제거하는 방법을 반복적으로 실시, 연약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여러 번에 걸쳐 모래 살포를 4~5m 정도 했을 때였다. 이때는 모래 살포를 하기 위해 불도저가 들어가도 뻘 속으로 빠질 염려가 없었다. 따라서 불도저로 모래를 살포하면서부터 작업 시간은 많이 단축됐다. 그러던 어느 날 실트폰드 중앙의 어떤 지점에서 모래를 살포하던 불도저가 한쪽으로 기우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순간 불도저를 운전하던 태국인 근로자가 재빠르게 뛰어내려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불도저는 기울기 시작한 지 불과 몇 분도 안 되어 자취도 없이 뻘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자칫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뻔 한 사건이었다. 모래 살포를 골고루 했지만, 개중에는 뻘이 올라와 모래가 1m 정도밖에 덮이지 않은 곳도 있었다. 그런 곳에 불도저가 들어갔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한 지반이 내려앉으며 뻘 속으로 묻혀 버린 것이다.

결국 이 사건은 20만 달러 상당의 불도저 한 대를 뻘 속에 수장시키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창이공항 2단계 공사 중에서 실트폰드 매립공사가 끝난 것은 1997년 막 IMF사태가 일어났을 때였다. 이 때문에 건설회사마다 자금압박에 시달릴 때였고, 현대건설 역시 예외일 수 없는 사정이었다. 그런데 실트폰드 매립에 관한 신공법인 모래살포법 덕분에 현대건설은 2,000만 달러 상당의 이득 효과를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