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 기능의 신뢰성 높여라
대주단 기능의 신뢰성 높여라
  • 국토일보
  • 승인 2008.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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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를 덜어주고자 출범한 대주단(채권단)이 마치 도태시킬 건설사를 가려내는 악역의 사신으로 배척당하는 불신만 키워가고 있다. 이로 인해 이미 건설업계에는 건설사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기 위한 무리수로 투영되는 등 불신 분위기만 팽배해 지는 양상이다.


 특히 지난 5월 출범 당시만 해도 자율적이었던 대주단 협약가입이 최근 100대 건설사로 그 대상을 선정했다가 또다시 일괄가입으로 다시 넓혀지는 등 강압적이고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해 지면서 기업의 회생보다는 퇴출에 더 무게 중심이 실리는 기능으로 인식되는 분위기로 왜곡되고 있다.


 그 여파로 업계나 시장에서는 대주단 협약가입의 효과가 긍정적이기 보다는 오히려 부정적 면모를 키우는 악재로 작용하는 부작용까지 빚어지고 있을 정도다. 더구나 협약가입을 독려한다는 명분아래 주채권 은행들이 나서 때론 해당 건설사들에 압박까지 가하고 있어 불신과 불안감만 키우는 형국이다.


 이렇듯 좋은 의도로 출범했던 대주단의 기능이 막상 현실적으로 오해와 불신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금융권, 더 나아가 정책당국의 조급함과 이에 편승한 비조직적이고 치밀치 못한 준비와 홍보 탓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협약의 기준 자체가 채권단인 은행의 일방적 잣대로 설정된 터에 칼자루를 쥔 은행권마저 현실적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 건설업계에 대한 유동성지원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시키지 못한 채 밀어붙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자금 사정이 나쁘지 않은 대형 건설사들까지 대주단 협약가입을 종용함으로써 오히려 대주단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더 키우게 하고 있다. 이미 우량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대주단 협약가입으로 인한 득(得)보다 실(失)을 우려하는 기류가 팽배할 정도다. 대형 건설사들이 자신들의 대주단 협약가입을 마치 건설업계 구조조정을 위한 들러리(?) 역할쯤으로 보고 있는 것도 이런 대주단 기능에 대한 불신감 때문임은 물론이다.


 건설업계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까지 “대주단에 일괄 가입토록 하는 일은 해외에서도 사례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나서는 것도 대주단의 기능이나 현실적 활동에 대한 신뢰감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8일 은행연합회가 주최한 대주단 협약 설명회에 참석했던 적지 않은 건설업자들이 “설명회에서 나온 얘기가 예전부터 알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며 “대주단과 관련해 건설사들의 불안감을 지우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인 것만 보아도 대주단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는 일이 시급하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을 듯싶다.


 ‘구조조정을 위한 압박용’이라는 의심과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라면 오히려 이로 인한 부작용과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렇지 않아도 건설사들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본격화되는 분위기 속에서 설비와 건설투자 증가율이 올 들어 9월까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 연간으로는 마이너스에 빠질 우려가 짙다는 발표가 나왔다.


 어느 정도 예상해온 일이지만 마이너스 수준까지 추락하고 있는 상황은 충격적임에 틀림없다. 이런 상황에 이번 대주단 협약의 기준이 명확치 않는 등으로 협약가입 문제가 신속하고 명쾌하게 수습되지 못한다면 그 나마의 건설투자 여력마저 손상시킬 우려가 없지 않다.


 물론 지금은 세계적인 금융위기의 여파로 앞이 캄캄한 상황이고 보니 위험요인을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 비록 그렇더라도 위기극복책 역시 위기 후의 상황까지 생각해서 마련되고 시행되어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런 맥락에서라도 일시적 유동성 부족만 해결되면 회생할 수 있는 기업들까지 대주단 협약가입으로 오히려 피해를 볼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어야 할 줄로 안다. 분명한 사실은 역시 ‘흑자건설사의 부도’는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