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뷰] 대한민국에 건설당국은 없는가
[전문기자 리뷰] 대한민국에 건설당국은 없는가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3.10.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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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문기자 리뷰

국내 중견 건설사들의 경영악화가 심각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수년간 이어진 건설경기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영 악화로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간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숨만 쉬고 있다.

최근 분양 성수기를 맞아 일부 건설사들이 분양에 나서 좋은 성적을 얻고 있지만 이마저도 ‘대형사’들만의 축제다. 건설기업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주택전문 A건설은 올해 ‘깜깜이 분양’으로 소규모 물량을 소화한 것 외에는 단 한 곳도 분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A건설사 관계자는 “준비하고 있는 사업장이 2~3곳 있지만 올해는 넘겨야할 것 같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기만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악화로 내년께 다시 법정관리로 넘어갈 지도 모른다는 B건설 역시 하반기 100가구 이하의 소규모 물량을 ‘깜깜이’로 소화하고 올해를 넘긴다.

C건설 역시 수년간 일부 공공공사에만 주력하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아는 유명 브랜드 파워를 가진 건설사들의 내부 사정이 ‘이 모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사들의 인수합병시장도 냉각됐다. 건설경기 전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져 M&A 시장에 찬바람만 불고 있기 때문이다.

쌍용건설, 동양건설산업, 벽산건설, LIG건설 등 새 주인을 찾는 건설사들은 가격이나 매각 조건 등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되거나 입찰에 나서는 기업이 없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쌍용건설은 독일계 엔지니어링업체인 ‘M+W’와 수의계약 협상을 추진했으나, 매각금액에 합의하지 못하자 매각방식을 공개 경쟁입찰로 바꿔 재추진하고 있다.

동양건설산업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노웨이트컨소시엄이 중도금을 내지 않아 M&A 본계약이 해지되면서 다시 새 주인을 찾는다. 벽산건설과 LIG건설 역시 주인을 못 찾았다.

문제는 건설경기 불황의 그림자가 건설사들에게만 드리워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건설부동산 관련 전 산업에 도미노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많은 건설하도급 업체를 비롯해 건설자재·건설기술·건축설계·부동산중개·감정평가 등등 관련 업계가 동반 침체를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얼마나 큰 대어가 죽어야 정신을 차릴까.

건설경기 정상화가 시급하다. 뇌경색 위기에 빠진 건설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촉구한다.

이경옥 기자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