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흑산도 홍어
[茶 한잔의 여유] 흑산도 홍어
  • 국토일보
  • 승인 2013.09.0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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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혜원까치종합건축 대표이사 /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흑산도 홍어

 
흑산도라는 섬의 이름은 바다물이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대서 그리 불리웠다고 한다. 목포와 홍도의 중간에 위치해 있어 홍도 여행객들도 흑산도까지 둘러보게 되고, 또 흑산도에 들리면 반드시 흑산도 홍어 맛을 보아야 한단다.

우리나라 홍어의 주 산지는 흑산도 주변이지만 잡히는 양이 적다보니 비싸다. 흑산도 홍어는 잡히는 양이 많지 않아 홍어를 아주 좋아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께 보내주기기도 어려울 정도로 적었단다. 그나마 거의 잡히지 않아 한동안 기름값도 건지지 못해 홍어배들이 출어를 많이 하지 않다보니 요즈음은 다소 많이 잡힌단다.

홍어를 지금은 kg 단위로 판매하지만 옛날엔 ‘짝’이라 하여 한 짝당(큰 것은 한 마리, 작은 것은 두 마리 정도) 100여 만원까지 간적이 있다. 필자도 흑산도 홍어를 좋아해 언젠가 사람을 보내 구해서 먹은 적이 있다. 너무 비싸 네 명이서 공동으로 구매해 나누었었는데 그 때 1인당 20만원을 지불했으니 한 짝 당 80만원 정도 였던거 같다.

흑산도 안에서 판매되는 홍어는 100% 흑산도 홍어인데, 그것은 수협을 통해 공판을 하기 때문이다. 그 외의 육지에서 거래 되는 홍어는 특별히 흑산도로 주문한 것이 아니라면 100% 수입산이다. 주로 흑산도 홍어와 맛이 비슷하다는 칠레산 홍어인데 한국인의 삭쓸이 정신으로 칠레산도 많이 줄어들고 지금은 칠레 인근나라에서 수입 된다고 한다.

정치적 반대세력을 제거 하는 과정에서 천주교도로 몰려 귀양 온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은 15년여 동안 섬에서 살다가 끝내 유배에서 풀려나지 못한채 인근 우이도에서 죽게 된다.

그러나 그가 유배돼 흑산도 사람들은 횡재를 하게 된다. 한양에서 대과(大科)에 급제한 그는 더 없는 큰 스승이었다. 초 일류 교사였던 그는 섬에 억류되어 있는 동안 주민들을 가르치고, 수 백종에 이르는 고기들을 연구해 그 유명한 ‘자산어보(滋山魚譜)’를 집필했다.

전라도에선 논에 모를 심는 일년 중 가장 큰 농사 행사 때나, 잔치와 초상 등 중요 행사 때는 꼭 홍어요리가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잔치가 시원치 않다’는 말을 듣는다. 잔치에서 쓰기 위해 가정에서도 전통적으로 홍어를 두엄이나 짚가리에 넣어 삭히곤 했는데 요즘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보니 간이 방법을 쓴다. 신문지나(요즈음은 인쇄에 필요한 기름을 콩기름 등의 식물성 기름을 이용하기 때문에 무방함) 창호지에 싸서 항아리에 넣어 밀폐시키면 홍어가 삭는다.

홍어의 요리는 탕과 회와 초무침과 찜 등이 있는데, 홍어회는 많이 삭힌 것과 약간 삭힌 것이 있다. 주로 겨울철에 홍어가 잡히지만 여름에 삭은 홍어를 먹어도 식중독이 일어나지는 않는다. 홍어를 삭히면 특유의 홍어냄새가 나게 되는데 그것은 부패해서가 아니라 홍어 몸속에서 암모니아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암모니아 성질이다보니 산성화된 몸을 알칼리로 바꾸는 좋은 음식임이 틀림 없다. 강 암모니아는 피부에 자극이 심해 약간만 뜨거운 홍어를 먹어도 입 천장이 벗어지는 현상도 같은 의미이다.

홍어는 가격이 워낙 비싸다 보니 사람들은 알고도 모른체 홍어와 비슷한 가오리를 홍어로 알고 먹게 된다. 가오리는 맛이 터벅거리지만 홍어는 쫄깃거린다. 홍어와 가오리의 구분 방법은 간단하다. 꼬리의 길이만 보아도 가오리의 꼬리는 크고 길어 “앗~싸 가오리”라 하고 홍어의 꼬리는 짧고 작아 “에이 홍어 거시기”라고 하니 그걸로도 구분이 쉬울 듯 하다.

냉장고에 진열된 흑산도 홍어로 6.6kg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 정도면 공판장의 규격에서 2호 정도란다. 보통 8~10kg 남짓이 1호 규격 정도라고 한다. 10kg 짜리면 20~30명이 먹을 수 있다. 홍어는 통상 겨울에서 봄 사이에 많이 잡히는데, ‘봄에 동백꽃을 보며 먹는 홍어 맛’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홍어를 주로 잡는 곳은 흑산도 근처이지만, 배를 타고 영산강을 거쳐 내륙으로 들어와 나주에서 주로 소비. 판매되었던거 같다. 섬사람들은 홍어를 잡아 곡식과 바꾸어 가기 위해 곡창지대인 나주로 오곤 했으나, 옛날 왜구가 심할 때 조정의 공도(空島)정책 으로 왜구를 피해 영산포에 들어와 살면서 왜구가 잠잠해지면 다시 나가기를 거듭했다고도 한다.

흑산도에서 목포를 거쳐 영산포에 오기까진 보통 바람을 이용한 돛을 달고 올 때 10 여일이 걸리는데 냉동시설이 없던 이 무렵 배가 이동하는 기간인 열흘이면 홍어가 잘 숙성돼 최고의 맛이 됐다고 한다.

홍탁이란 음식은 홍어와 탁주를 함께 먹는 것인데 걸쭉한 탁주 맛도 홍어회와 먹다 보니 한결 좋다. 육지에서도 널리 먹고 있는 음식인 홍어삼합은 홍어와 맑은 물에 삶은 돼지고기와 묵은 김치를 함께 먹는 것으로, 삼합을 몇번 씹은 뒤 탁주 한 모금을 마시고 씹길 계속하는 것이 삼합을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한다.

푹 삭힌 홍어회도 있는데 육지에서 덜 삭힌 홍어를 즐겨 먹던 필자의 입맛에는 잘 안 맞아 덜 삭힌 홍어로 바꾸어 달래니까 주인이 웃는다. 여기선 저 정도 삭힌 것만 최상으로 친단다.

흑산도는 홍어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양식전복 또한 흑산도 것을 전국에서 최고로 친다. 전복의 먹이는 미역이라서 전복 양식장엔 언제나 미역양식장을 함께 하게 된다. 이곳 전복을 최고로 치는 것은 양식장 주변의 물 흐름이 세기 때문에 전복이 물에 쓸려가지 않기 위해 힘을 쓰는 과정에서 육질이 차지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양식전복의 가격은 완도생산품을 기준해 형성되지만 이곳의 전복은 품질이 좋아 가격이 따로 형성된다고 한다.

양식과 자연산의 구분 방법은 간단하다. 당연히 양식은 가격이 싸고 자연산은 비싸다. 제주 현지에서도 자연산 전복 중 크기가 큰 전복은 한 마리에 15 만원 정도 한다. 흔히 구분할 때 껍질에 작은 조개껍질 등이 붙어 있는 것은 양식이다. 자연산은 껍질에 조개껍질 등이 붙을 수가 없다. 천적인 불가사리로부터 도망 다니느라 계속 움직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돼 목포 나주 흑산도 홍도 등 서남해안을 찾을 땐 필히 걸쭉한 탁주에 흑산도 홍어 몇 첨을 곁들임으로 힘들기만 한 세상 속에 그나마 활기찬 새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일일 성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