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위기 증폭시키는 악성 루머
건설 위기 증폭시키는 악성 루머
  • 국토일보
  • 승인 2008.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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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적 금융공황 사태가 덮친 이후 실물경제, 특히 건설 시장의 하루하루는 그야말로 공포의 도가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심각하다.

 

거의 2년 가까이 부동산 경기침체에 시달려온 터에 금융경색 현상까지 겹치다보니 웬만한 건설업체라도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곤경에 처하고 있는 게 실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설업체들마다 매일 매일 유동성 점검이 가장 긴요한 일과처럼 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최근 건설 분야에서도 잘 나가던 C&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져 워크아웃(채권금융회사 공동관리) 신청을 검토하기에 이른 것도 건설업계의 긴박한 경영상황을 대변해 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오죽하면 정부에서도 건설· 부동산 시장의 심각성을 우려해 전방위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는 등 총력을 쏟고 나섰겠는가.


 정부가 이처럼 건설· 부동산 부문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이 분야가 차지하는 실물경제에서의 위상과 그 파급 영향 탓이다. 한마디로 건설업종이 무너지면 산업 전반에 도미노 현상으로 일파만파의 위기가 몰아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어떻게 하든 건설· 부동산 시장의 위기 상황은 벗어나야 하며 해당 주체인 건설업계의 피나는 노력과 함께 국민경제적 차원에서의 지원과 협조가 요망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시대적 요청에도 불구하고 워낙 충격적인 금융위기가 몰아친 탓인지 국가적인 그리고 관련 업계의 수습 및 해결 노력조차 ‘불안심리’의 파고에 묻혀 오히려 위기 상황이 증폭되는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어 보통 우려스러운 게 아니다.


 사실 실제 위험보다는 그 위험을 인식하는 불신과 공포가 더 큰 문제인 상황에서는 어떤 정책이나 해법 및 자구노력 등도 가위 백약(百藥)이 무효가 되고 마는 셈이다. 최근 건설업계에 부도 괴담이 기승을 부리면서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켜 가고 있는 경우가 그 좋은 사례다.


 금융위기가 덮친 이래 증권가에는 건설회사의 위기설을 담은 악성 ‘찌라시(사설 정보지)’가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정상적인  자금 활동까지 불신과 의혹의 눈길로 판단하는 악성 루머가 판을 치고 있는 형국일 정도다. 그 피해가 막심함은 물론이다.


 오죽했으면 대림산업의 경우 최근 경찰서에 근거 없는 루머(소문)에 대한 수사를 의뢰할 정도였겠는가. 현대산업개발은 월급을 제때 주지 못했다는 소문에 시달렸으며, GS건설은 미분양이 많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부실화되고 있으며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도 제2금융권에서 고금리로 리파이낸싱했다는 소문에 시달렸다.

 

이밖에도 롯데건설, 금호건설 등 내로라하는 건설업체들이 악성 루머에 시달려 이중삼중의 곤경을 겪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빚어졌다.


 주식시장에서 연일 건설주가 폭락하는 사태도 그 이면에는 이런 악성 루머의 영향이 적지 않게 작용한 탓이다. 물론 건설업계의 루머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아파트 미분양’이 거론된다. 하지만 대형 건설사들은 주택전문업체와 달리 토목· 플랜트 등 다른 사업이 많을 뿐 아니라 실적도 괜찮고 현금 흐름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신과 불안심리가 실체의 벽을 무너뜨리면서 오히려 위기를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지난 여름 우리 금융 시장은 ‘9월 위기설’로 요동을 치면서 예상치 않은 피해를 경험한바 있다.

 

당시 사태는 결국 ‘설(說)’로 끝났지만, 이렇듯 우리 사회는 툭하면 위기설에 툭하면 난무하는 괴담에 휩쓸려 누군가에게 상처와 피해를 남기기 일쑤다.


 특히 최근 건설기업들에 대한 위기 괴담은 대부분 유동성의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자금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일시적인 어려움일 뿐 기초체력은 여전히 튼튼하다. 그래서 괜한 괴담 때문에 우량한 기업들까지 피해를 보는 것은 막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이다.

 

루머에 지배당하기 보다는 우리 경제와 우리 기업의 펀더멘털을 믿고 이성적인 접근을 해야 할 때임을 강조해 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