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의 유혹
밤꽃의 유혹
  • 김광년 기자
  • 승인 2013.06.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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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년 칼럼] 본보 편집국장

 
6월을 보내며 1년 전 밤꽃을 보고 즉흥적으로 썼던 칼럼이 생각나 2013년 6월의 건설산업을 위로하고자 다시 이 글을 쓴다.

휴일을 이용해 초원으로 나가보면 산천초목을 흔들고도 남음이 있는 밤꽃의 야릇한 내음이 코를 찌른다. 저 ~ 개울 건너 허드러지게 피어 있는 하얀 꽃들이 사나이 가슴을 죄어 짜는 듯한 향기는 마치 사랑하는 여인의 그 여운과도 일치한다.

밤 꽃 !
그 향기가 산들산들 산등성이를 돌아와 우리네 가슴속에 예고없이 헤집고 들어왔으니 그저 기분이 묘한 것이다.

그런데 밤꽃은 여자들이 좋아하는 향기라고 한다. 밤 꽃의 냄새가 마치 남자의 냄새와 유사하다는 설이 있기 때문이다. 정녕 그런가? 사실 잘 모르겠다...

계절의 오묘함을 늘 느끼고 살아가고 있지만 5월의 아카시아꽃이 지고 나면 6월, 밤꽃의 계절이다.
이른바 닫혀 있는 여자의 마음을 열리게 할 만큼 짙은 향기를 내뿜고 있는 계절의 상징이기도 한 밤 꽃. 그래서 대다수의 남자들도 밤 꽃의 냄새를 좋아하나 보다.

밤은 根本을 잊지 않는다고 하여 대추, 감과 함께 제사 상위에 오르는 삼실과중 하나로 아카시아 향기가 다 흩어지고 나면 애절한 새 들의 울음소리에 서툰 몸짓을 하다가 긴 ~ 꽃술을 내밀고 밤꽃 냄새의 진가를 확인하기 위한 선물을 인간에게 준다.

밤꽃이여!
연지곤지 곱게 찍고 땅거미 내려 앉을 때 산기슭 타고 개구리 소리도 만나고 들꽃도 만나면서 이야기하며 아름다움을 뽐내지만 진정 네가 아름다운 것은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냄새와 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너의 꿈은 토실토실한 알밤을 만드는 거겠지.

옛 선인이 밤꽃과 밀어를 속삭였다며 전해 내려오는 얘기다.
이 마을 저 마을마다 밤꽃 향기 풀어 놓으니 아무리 근본이 있는 존재이지만 건강한 정신과 육체를 외면할 수 없어... 구성지게 들려오는 소쩍새 소리를 반주삼아 신세를 한탄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2013년 6월 24일. 이제 6월도 일주일을 남겨 놓고 있다.
밤꽃의 유혹도 점차 잊혀져가는 시간의 흐름에 몸도 마음도 서글프다.

자연의 밤꽃 냄새 절반 만큼이라도 위기의 건설산업을 유혹할 수 있는 냄새가 절실하다.
향기가 아니라 악취라도 내뿜어서 건설산업의 타개할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즉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 줄 것인가!

오랜 세월 건설기자로 필드를 뛰어 왔지만 산업이 문제에 봉착하면 그래도 나름대로 대책을 제시해 왔다. 그러나 작금 이 상황은 그야말로 출구가 안 보인다.

6월은 건설의 날이 있어 우리 건설인들에게는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힘든 모습이다. 정권이 바꾸고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기대심리는 여지없이 무너져 버리고 밤꽃 향기에 취해 잠시라도 희망의 유혹을 가슴속에 간직하려 애쓰고 있는 실정이다.

짙은 향기의 밤꽃을 대한민국 건설산업 경기회복 궤도에 실어 200만 건설인들의 행복으로 우리네 가슴속을 헤집고 들어왔으면 좋겠다.

6월이 가는 길목에서 밤꽃의 근본과 진실성을 논한 것은 딱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박근혜 정부가 ‘최소한 밤꽃의 향기는 건설산업의 냄새 ’라는 사실을 소중하게 인식해 주길 바라는 취지에서다.

사랑을 움직일 수 있을 정도의 향기를 내뿜기까지 기다려 온 밤꽃의 인내와 고통처럼 한국경제는 지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건설산업이 그 역할을 맡아왔기 때문이다.

knk @ ikld . 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