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중재 활성화 방안(上)
건설중재 활성화 방안(上)
  • 국토일보
  • 승인 2008.10.2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문가 기고] 이 무 종 R&P 엔지니어링 사장 / 기술사 /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글로벌 스탠다드  제도 마련 시급하다

 

동ㆍ서양을 막론하고 계약관리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하여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신뢰’이다.


 계약서, 계약 지침 등의 틀을 만들어 대등한 입장과 상호 협조, 신의 성실을 강제하고 있으며 이 틀은 세월이 지나면서 궁극적 목적을 향하여 점진적으로 개선되어 국제 표준(global standard)이 됐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전반적인 신뢰 수준은 유형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맺어진 사람이나 조직에 대한 신뢰도는 아주 높은 편이나, 반대 경우의 신뢰도는 현저하게 낮으며 오랫동안 중앙 집권형의 정치, 경제 체제를 지내는 동안 중앙 정부나 지방자치 단체에 대한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지만 시민사회, 기업, 개인 간의 사회적 신뢰의 기반은 전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과거 우리의 지도자들이  자기조직의 당리당략, 이념에 반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모두 타도의 대상으로 적대한 결과 사회가 처참하게 분열되고, 극심한 불신풍조가 만연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소송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이 이 현실을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다.


 신뢰의 기반을 쌓기 위하여 더 많이 애써야 하는 쪽은 더 많이 알고, 더 많이 갖고 있는 지도자들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가 절실히 요구되는 부분이다.


아는 것이나 소유한 것이 힘으로 존재하고 존경받는 이유는 그것이 자신이 속한 조직, 사회의 규모와 질을 향상시키고, 발전시키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동반자간에는 존경과 이해와 배려가 있어야한다. 존경과 이해, 배려의 바탕에서 상대방의 부족함을 채우며 서로 동등해지려고 노력할 때에 비로소 동반자로서의‘신뢰’는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누구를 믿을 것인가? 어떻게 믿을 것인가?'라고 걱정만 하고 있으면 불신사회는 개선 될 수 없다.


‘신뢰' 의 구축을 위하여 지금 당장 내가 해야 할 일, 그것은 오늘 마주치는 나의 동반자에게 정성을 다하고 그 초심을 계속 유지하여 변함없는 신뢰의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선진화와 세계화의 큰 걸림 돌, 이 부끄러운 불신풍조를 후학들에게 대 물림으로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클레임은 사전적 의미로서는 '당연한 권리로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으로서, 일반적으로 클레임이란 이의 신청 또는 이의 제기로서 계약상의 양쪽 당사자 가운데 어느 한쪽이 일종의 법률상의 권리로서 어떤 계약 하에서 혹은 계약과 관련하여 발생하게 되는 제반 문제에 대해서 금전적인 지급을 요구하거나 계약조건의 조정 및 해석의 요구와 그 밖의 다른 구제조치를 요구하는 서면청구 또는 주장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분쟁(dispute)은 변경된 사안에 대하여 발주자와 계약 상대자 상호간에 이견이 발생하여 상호 협상에 의하여 해결하지 못하고, 제3자의 조정이나 중재 또는 소송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분쟁의 이전 단계가 클레임이 된다.


건설 산업에서 클레임은 빛과 그림자처럼 항상 일어나는 일상의 일이다. 흔히 분쟁의 전단계의 모습으로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클레임의 실체는, 사업 수행 과정 중 새로이 발견 또는 대두되는 상황의 변화와 관련하여 프로젝트의 디자인, 기능, 품질, 시공방법, 유지관리 등,  새로운 제안들을 사업 공정의 적기에 적용하여 프로젝트의 성능과 수명, 작업과정을 향상시키기 위한 긍정적 검토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전반적 향상을 선도하는 클레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의 결과 대부분의 클레임이 분쟁으로 발전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며, 이와 같은 건설 사업의 분쟁은 사업의 비용증가는 물론 공사 부실, 경영 악화 등 많은 문제점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발전하고 있다.


예비비는 예산을 편성할 때에 예측하기 어려운 예산 외의 지출이나, 예산이 부족할 때에 쓰려고 갖추어 두는 비용’ 이라고 사전에서는 정의되고 있다. 간혹 정부의 국가예산 운영과정에서 예비비가 일부 부처의 인건비로 전용되거나 천재지변 구제의목적으로 특별 책정되는 경우도 있으며 판공비로도 설명되고 있지만, 건설 사업에서의 예비비의 정의는 훨씬 다양하고 폭이 넓다.


즉 건설 사업에서의 예비비는 단순히 공사의 규모나 성격에 따라 일정 비율의 비용을 예산에 산입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사업의 불확실성, 즉 장기간의 사업 운영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경제적, 계절적, 정치적, 환경조건의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준비되는 비용이다.


클레임의 실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구미 선진국에서는 이미 60 여 년 전부터 총 사업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 사회, 정치, 계절, 환경 정보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잠정비용으로서 공사비의 8~9%에 해당하는 예비비( U. S. A ; Contingency, FIDIC ; Provisional sum )를 책정, 건설 사업비에 운영하여 수시로 발생하는 클레임에 대처하면서 발주자와 계약자 모두가 성공적인 건설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외국의 예와는 달리 예비비의 필요성이 제도적, 사회적으로 아직도 적극적으로 채택되지  않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건설사업 수행과정에서 클레임의 원만한 합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건설 사업관리 중 발생하는 모든 클레임은 분쟁으로 귀결되고 사업의 중요 시점에서 발생하여 사업 전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많은 클레임들이 건설사업의 연속성의 중요함이 외면된 채 눈사람처럼 크게 모아져 사업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분쟁으로 제기되고 소송으로 발전되어 발주자나 계약자에게 기대하지 못했던 시간적, 경제적 큰 손실을 초래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본다.


다행히 최근 우리 정부는 공공 건설사업의 효율화와 부실방지 종합 대책, 그리고 기획 예산처 총 사업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하여 건설사업의 예산 책정에 예비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하여 예비비의 정의, 관리주체, 운영방법, 적용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하루속히 마련되어 실제 상황 발생 시 즉각적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클레임이 당사자 간에 합의 되지 못하고 분쟁으로 발전할 경우, 사후관리의 수단으로 선진국에서는 중재를 통해 모든 분쟁을 해결하고 있지만, 국내의 경우 사업 초기부터 준공 직전까지의 대부분의 클레임이 분쟁의 형태로 모아져 공사 준공시점에 소송으로 귀결 되고 있다.


공동의 목표를 완성하기 위하여 같이 출발하는 발주자와  계약자는 신뢰와 윤리의 바탕위에서 서로를 최선의 동반자로 인식하고 배려하며 사업을 완성코자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건설 산업의 모든 클레임이 분쟁으로 발전하는 현실을 감안 할 때 중재 제도는  모든 분쟁들을 순조롭게 해결하고 최적의 비용, 기간 내에 양 당사자가 만족한 결론을 제시함으로서, 누적되는 클레임과 소송의 결과로부터 야기되는, 즉 부적절한 공사비, 공사기간의 증가와 치명적인 생산성 저하, 인간관계의 파괴, 경영악화 등의 누적 충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현행 국내 건설 산업 관련법과 제도, 관행, 그리고 국가 계약법과 회계예규 등 계약관리 규정에 대한 획기적인 재검토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국가차원의 지원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