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동백꽃
[茶 한잔의 여유] 동백꽃
  • 국토일보
  • 승인 2013.04.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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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혜원까치종합건축 대표이사 /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동백꽃

 
충청도 서천에서 열리고 있는 동백꽃. 쭈꾸미 축제가 지난달 30일 시작돼 4월 10일 까지 계속 된단다. 매년 이맘때면 쭈꾸미 철이라 알이 꽉 찬 쭈꾸미를 고추장에 볶거나 샤브샤브 식으로 살짝 데워 소주 한잔과 함께 하는 맛이 일품이라 자주 들렸는데 서울에서 생활한 6년 여동안은 찾지 못했었다.

사실 이곳을 찾는 것은 쭈꾸미 뿐만이 아니라 인근 마량리에 천연기념물인 500년 된 동백나무숲이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에 유명한 동백나무 숲은 여러군데 있지만 가장 유명한 동백나무숲은 여수 오동도와 선운사, 그리고 이곳까지 세 곳을 꼽는다. 세 군데 모두 아주 오래된 나무이다 보니 엄청난 크기의 동백나무가 울창한 숲으로 어우러져 그 규모에서부터 경외심을 갖게 한다.

동백은 보통 제주도, 추자도, 거문도, 오동도, 울릉도 등 남반부의 섬과 해안에 주로 서식하고 있다. 보통의 꽃은 질 때 꽃잎이 하나 둘씩 떨어지는 것과 달리 동백꽃은 꽃송이 째로 툭툭 떨어지기 때문에 목이 떨어지는 듯 한 불길한 느낌이 든다 해서 주로 바다에 나가서 위험한 일을 하는 제주도에서는 울안에 동백을 심으면 도둑이 든다며 집안에는 심지 않는다.

한자로는 산다화(山茶花)라 표기되는 동백은 겨울에 핀다해 ‘冬栢’ 또는 ‘棟柏’으로도 표기되며, 봄에 피는 꽃은 춘백(春栢)이라고도 하는데 일본에서는 ‘춘(椿)’ 자를 써서 쓰바끼라 부르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수 이미자가 불렀다가 ‘왜색’이 짙다해 방송금지를 당했던 동백아가씨를 일본에서는 ‘춘희(椿姬)’ 라고 한다.

사실 동백아가씨는 한국이나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매우 아름답던 프랑스의 창부 ‘마리 디플레시’를 모델로 한 ‘동백아가씨(춘희:椿姬)’라는 소설에서 저자인 ‘뒤마(Dumas)’는 소설의 주인공인 ‘마르그리드’를 위해 동백꽃을 선택했다.

꽃냄새 알레르기가 있는 여주인공은 꽃냄새를 맡으면 기침이 나기 때문에 냄새가 없는 동백꽃을 항상 지니고 있었다. 그러면서 그녀는 ‘이렇다 할 이유는 없지만 이것이 나 자신이 살아 있다는 증거예요’라며 동백을 지니는 이유라고 말하고 있다.

제정(帝政)러시아에서도 ‘도스트예프스키’는 소설 ‘백치(白痴)’를 통해 ‘동백아가씨’라는 소설을 읽고 소설속의 그 주인공이 무도회(舞蹈會)에서 했던 것처럼 하려고 무도회용으로 동백꽃을 구하려고 광분하는 상류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동백은 열매를 많이 다는 까닭에 다자다남(多子多男)을 상징하다보니 송죽(松竹)처럼 혼례식의 초례상에 쓰기도 했는데, 이 나뭇가지를 꺾어 성숙한 여인의 볼기를 때리면 사내아이를 잉태한다고 해 그런 특별한 용도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일본 네 개 큰섬 중 하나인 남쪽 규슈의 후꾸오카 시목(市木)이기도한 동백은 겨울에도 이 골프장은 물론 시내 곳곳에 온통 빨갛게 피어나고 있다.

꽃이 떨어진 뒤부터 늦가을까지 영그는 동백열매는 11월 쯤 거두게 된다. 살구만하게 열린 열매를 모아 껍질을 벗겨 속살을 곱게 빻아 기름을 짜면 동백기름이 되는데, 동백기름은 여인의 머릿매를 단정하고 맵시 있게 해주고 잘 마르지 않으며 때도 잘 끼지 않아 귀부인이나 예쁜 기생들의 머리단장에 필수적이었다.

그러다보니 동백은 남녀간 사랑을 연상하게 돼

울릉도 지방엔 ‘바구니 옆에 끼고 동백꽃 따다보니/ 이 강산 이 섬에도 봄이 왔네/ 동백꽃 필 무렵 다시 온다 하더니/ 꽃 지고 열매 딸 때도 오지를 않네’.

강원도에는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를 마라/ 건넛집 숫처녀 다 놀아난다/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를 마라/산골에 큰 애기 떼 난봉난다’.

청량지방엔 ‘열라는 콩팥은 왜 아니 열고/ 아주까리 동백은 왜 여는가’라는 노래들이 전해지고 있다.

동백꽃의 색깔은 흰색과 분홍색이 더러 있지만, 대부분 짙은 붉은색이다. 그러다보니 동백에 대해선 언제나 진하디 진한 붉은 색깔을 말하고 있다.

‘가슴 저린 한이 얼마나 크면/ 이 환장하도록 화창한 봄날에/ 피를 머금은 듯/ 피를 토한 듯이/보기에도 섬득하게/ 피어 있는가’(선운사 동백-용혜원)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지 동백아가씨/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가 지쳐서/ 꽃잎은 빨갛게 멍이 들었네’ (동백아가씨-이미자)

‘오동도에 가서/일렁이는 바다로 노을 비낀 속에/동백꽃 떨어지는 소릴 들을까/ 동백꽃보다 진하게 피맺힌/ 가슴을 열어볼까’(오동도 동백- 신석정)

동백꽃이 빨갛게 멍이 들어 피를 토한 듯이 검붉게 피어난다 하는데, 작대기로 점순네 수탉을 때려죽인 뒤 “나는 뭣에 떠밀린 듯 넘어지고 그 바람에 점순이도 나의 몸뚱이에 겹쳐 쓰러지며 ‘노란 동백꽃’ 속에 파 묻혀 버렸다. 노란 동백꽃 속에 함께 파묻힌 나는 점순이의 향긋한 냄새에 정신이 아찔해진다”는 김유정의 단편소설에 나오는 동백꽃은 색깔이 노랗다는 것을 통해 동백꽃이 아니라 생강나무라고 한다. 강원도에서는 산수유나무와 비슷한 생강나무를 개동백, 산동백, 동백, 동박 등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지금 축제가 열리고 있는 서천 마량리의 동백나무는 유난히도 붉은 꽃을 피워 신비감을 더해 준다. 또한 숲 정상에 있는 동백정이란 누각에서 바라보는 서해바다와 노을은 참으로 아름답다. 생활인이라는 굴레 속에 살다보니 오랫동안 가 보지 못했지만 올핸 동백구경을 하러 그곳에 가볼 수 있을 듯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