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와 산문 <96>
詩와 산문 <96>
  • 국토일보
  • 승인 2013.04.08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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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송봉현(前 한국기술사회 사무총장)님의 산문집 ‘대통령 과학기술 대통령님’을 연재합니다

대통령 과학기술 대통령님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처럼 발전의 모멘트가 과학기술로 더불어 생멸하는 시대에 새 용비어천가를 쓴다. 대통령을 찬양하면 얼간이쯤으로 치부하는 세태다. 퍼붓는 비웃음의 소낙비로 정치적 색채를 쏙 빼어 탈색하고 대통령님들이 과학기술진흥에 힘써 빛나는 한국을 일궈 논 단면이나마 말간 마음으로 조명 해봐야 겠다.

국민 일인당 소득 2만 달러시대에 진입했다. 오늘의 비약, 기적은 역대 대통령님들이 지속적으로 과학기술진흥과 연구개발에 힘쓰며 이공계를 아우른 결실인 것이다. 그 바탕엔 우리가 늘 주창해 온 빼어난 민족, 그리고 국민들의 열화같은 교육열이 자리한다.

그러나 한가롭게 짚어 봐도 오천년 우리역사 가운데 지구촌 곳곳에서 지금처럼 치솟은 때가 없었다. 또한 마음을 비우고 냉정히 생각해 본다. 똑같이 우수한 동포이면서 해방 후 육십년 간 갈라진 뒤 북쪽의 빈곤과 후진성을 보면, 우리 대통령님들의 뛰어난 영도력은 엄연하고 실증적인 사실 아닌가. 혐훼한다고 결코 덮어 질 수 없는 찬연한 업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 번도 대통령을 박수치며 떠나 보내지 못한 아픔이 있다.

산업화 혹은 경제개발 착수 후 일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 달성에 우리는 33년이 걸렸다. 일본 114년, 미국 128년, 영국은 218년 소요됐다는 분석이 있다. 2차 대전 후 개발도상국 중 우리만큼 경제적 성장과 민주화를 일궈 내고 우뚝 선 나라가 없다는 평가는 정설처럼 확고하다.

현재도 슘페터가 지적한 창조적 파괴, ‘기술혁신에 의한 역동성’을 지니고 미래를 향해 달리고 있는 국가, 그것은 왕성한 과학기술활동이 뒷받침 하고 있기에 가능하다. 산업 현장과 연구.교육 현장에서 절치부심하는 과학기술인, 미래를 내다보며 힘차게 달려온 과학기술 행정의 공도 크다.

동네북처럼 두들겨 맞는 국회의원님들도 과학기술 밀어주기는 여야를 뛰어넘어 항상 한 목소리였다. 국민들의 눈에 갈기갈기 찢기만 하는 것으로 비춰진 여야 국회의원님들이 ‘과학기술’과 만나면 기이하리만큼 화해하고 웃으며 합궁을 했다. 그러나 모두어 보면 최고 통치권자인 대통령님들의 결단과 지원이 총화를 이룬 결실로 설명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미국 망명 중에 과학기술에 눈을 뜬 것일까? 미국의 초기 대통령 워싱턴은 측량기사 출신 전문가였고 2대 대통령은 피뢰침을 발명한 발명가였다. 아니면 극일의 일념과 6.25의 쓰라림으로 치미는 국가안위에 대한 한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숨은 뜻이 있었는지 모른다. 휴전 뒤 서둘러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맺었다.

원자력원 기구를 두어 시험로를 들여오는 열정을 쏟으며 인재를 길렀다. 그 인재들이 뿌리가 돼 오늘날 세계 6위의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생산국가에 올랐다. 기술자립으로 준(準) 국산 에너지로 칭송되는 원자력발전으로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공급은 산업경쟁력을 떠받치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가 과학기술국가로 나아가는데 뚜렷한 이정표를 세웠다. 경제개발과 병행해 척박한 이공계바탕의 틀을 바꿔 가기 시작했다. 키스트를 세워 해외에서 활동 중인 고급 과학기술인력을 적극 우치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한국과학원을 세워 우수인재가 과학기술계로 진출해 중화학공업 육성의 핵심인력으로 활동하도록 파격적인 우대 조치를 취했다. 기술사제도를 도입해 산업현장 기술을 끌어 올렸다. 어려운 재정형편을 뛰어넘어 대덕연구단지를 조성하고 과학기술입국의 깃발을 높이 달았다.

전두환 대통령은 취임하자 ‘과학기술진흥확대회의’를 직접 주관하며 각료와 기업인을 독려하고 지원했다. 기업부설연구소를 세우면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 170여억원의 연구개발비를 정부예산에 처음으로 반영했다.

연구개발 투자 결과는 ‘0’일 수 있기 때문에 국가는 대통령이, 기업은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모험성이 있다. 세계 제일의 자리에 오른 반도체 개발도 이때 시작됐다. 기술혁신의 반석인 기업연구소 확산에 적정한 정책과 공권력 작용이 기여했다. 머뭇거리던 기업들이 반신반의 하며 국가의 힘이 실린 권유에 따르다 보니 튼실한 황금 열매가 열렸다. 세계경쟁력의 우위 자리에 오른 많은 기술제품들이 그 때 기술개발을 시작했거나 확신을 갖게 된 기업가들이 ‘기술중심경영체제’로 전환한 결과로 보여진다.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도 과학기술을 강조하고 중요시해 정책의 지속이 이뤄졌다. 과학기술 주요시책들이 펼쳐지고 현란한 기술발전이 이뤄졌다. 대전 과학엑스포는 국내 뿐만아니라 상당 수 중국 관료들에게까지 과학기술에 관심을 갖게했다고 한다.그러나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측면에서는 좀 아쉬움이 있었지 않나 싶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하자 과학기술 행정체제를 격상시켰다. ‘과학기술훈장’제도를 만들고 과학기술진흥에 의욕을 보였다. 미래지향의 21세기 핵심 이십여 연구과제를 도출해 ‘프런티어사업’으로 규정짓고 연구비 지원을 집중했다. 이공계대학까지 정부 연구비를 대폭 늘린 것이다.

인공위성발사기지 착공을 결정해 우쥐대 터를 닦았다. 각별히 정보통신기술개발 지원에 역점을 둬 한 때 테헤란로 주변이 정보통신 벤처기업으로 불야성을 이뤘다. 정보화산업시대에 정보통신 강국, 전자정부 등 세계 으뜸 그룹으로 국가 위상을 올려놓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실용신안 발명이 등록된 유일한 대통령으로 과학기술을 열정적으로 챙긴다. 초대 비서실장 자리에 처음으로 이공계출신을 기용하고 어느 대통령보다 이공계출신 장관을 많이 등용했다. 세계 최초로 과학기술 부종리 체제를 출범시켜 경제에 역동성을 불러일으키는 과학기술정책을 조율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확립했다.

이제 과학기술업무를 여러 부처의 중심업무로 자리 잡아간다. 공무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이공계로 충원토록 해 과하기술시대 행정바탕을 탄탄하게 다졌다. 대통령비서실에 정보과학기술 보좌관을 둬 과학기술중심사회구축에 힘쓰고 과학기술계의 애로를 듣고 지원한다.

산업혁명 이후 역사는 과학기술력이 곧 국력이었다. 울타리를 없애는 세계단일시장화 현장에서 우리가 경쟁력 우위를 다져 가고 발전을 지속시켜 가는 것은 역대 대통령이 과학기술을 중시한 ‘과학기술대통령님’들의 업적으로 귀결된다. 정부의 시책 중에는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여러 정책과제들이 경합한다.
과학기술진흥정책의 우선에는 반대하는 경제 관료도 많았다. 과학기술을 중시한 대통령님들의 결단이 없었다면 이만불 소득에 이를 만큼의 국력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기술경쟁력 세계 7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기업인들도 스스로 실패의 모험을 무릅쓰고 기술개발에 다투어 투자하며 세계제일을 향해 뛴다. 기술개발과 혁신의 주체가 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등국가에 오르기 위해서는 미래 대통령님들도 국가전략적 차원에서 기술개발과제를 발굴해 집중투자해야 한다. 기업이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과학 등 취약부문을 찾아 과학기술 챙기기를 이어가야 한다.

세계인들이 눈을 부릅뜨고 한국을 바라보는 자랑스러운 업적을 쌓은 대통령, 과하기술대통령님들께 감사한다. 현직에 계실 때 다른 사안에 가려 빛을 잃고 혹평을 받은 과하기술대통령님들께 사마천의 기록을 끌어 위로 말씀 드린다.

“임금을 비방하는 것을 명예롭게 여기고 임금의 시책과 다른 의견을 강조하는 걸 고상하고 지성인 양 착각합니다” 진시황을 모신 승상 이사는 입술을 깨물었다. 이어서 분서갱유의 어두운 터널로 빨려 들었다.

이천여 년이 흘러도 최고 통치자를 입에 올려 씹는 사람들의 속성은 변하지 않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