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리뷰] 제2의 쌍용건설 ‘수두룩’ 해법없나
[전문기자 리뷰] 제2의 쌍용건설 ‘수두룩’ 해법없나
  • 이경옥 기자
  • 승인 2013.02.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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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문기자 리뷰

업계 13위 쌍용건설이 결국 자본잠식사태를 맞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소위 대형건설사에 속한 쌍용건설마저 부도위기에 처한 것. 하지만 건설업계는 놀랍지도 않다는 분위기다. 이미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을 신청했고 수년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몇 달째 월급을 못 받는 건설사 직원들도 있고, 미분양을 떠안고 빚더미에 앉은 업계 관계자들도 많다.

업계 전체가 힘드니 협력사들도 휘청대고, 관련 자재 및 가구 등 연관 산업에도 찬바람만 분다. 자산매각 등을 해서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건설사들도 침체된 시장 탓에 매각 자체를 못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중소기업들의 갈 곳은 더욱 없어지고 있다. 틈새시장을 찾거나 해외로 눈을 돌리려고 해도 그동안 쌓아놓은 실적이 없다. 그마저도 대기업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있어 끼어들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연구개발 등 발전적인 성과를 위한 투자는 말할 것 없이 뒷전으로 물러나있다. 그야말로 전반적인 퇴보 상황을 불러일으키는 꼴이다.

물론 이런 상황은 대기업도 대동소이하다. 최근 살인까지 부른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 역시 연장선상에 있다. 중소기업은 말할 것 없이 대기업들마저 층간소음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참 씁쓸한 일이다.

일각에서는 ‘건설사가 너무 많다’, ‘경쟁력 없는 건설사들은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이 맞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쌍용건설 사태를 두고도 ‘망할 회사는 망하게 놔둬야한다’는 네티즌 댓글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좁은 땅 덩어리에 건설사가 많아도 너무 많다’는 얘기도 나온다.

일부 맞는 말일 수도 있다. 건설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서일 수도, 방만한 경영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지적도 일부는 맞는 얘기다.

하지만 이건 해도 너무 하다. 업계 전반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업계 13위 쌍용건설 마저 부도위기에 처할 정도라면 말 다한 것 아닌가. 업계 10위 내 대형건설사들 역시 고통 받고 있는 것이 현 건설업계의 실태다.

그렇다면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건설사 스스로 자초한 까닭도 있겠지만, 건설부동산 경기의 흐름이 심상치가 않다. 어떤 시장이든 ‘자율성’이 담보돼야하는데, 최근 몇 년간 건설부동산 경기는 ‘자율성’이 사라진 모습이다.

대신 정부의 정책에 좌지우지되면서 잠재 수요와 성장 동력을 찾기 힘든 모습이다. 어느 한 곳이 꽉 막혀 순환이 되지 않은 지 오래돼 곧 ‘폭발’할 상황에 놓인 형국이다.

문제는 앞으로 제2의 쌍용건설이 수두룩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거품’ 낀 아파트값은 바닥으로 내려앉았고, 거래 실종 상태가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가계경제 위기도 불러왔다.

건설부동산 경기 정상화는 물론 업계 전반의 자구책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새 정부가 우선시하는 ‘서민경제’와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이 건설부동산 경기회복에 실효성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경옥 기자 kolee@ikl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