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휘청이는 토양정화산업
[기자리뷰] 휘청이는 토양정화산업
  • 선병규 기자
  • 승인 2024.09.09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일보 선병규 기자] 오염토양정화 불소기준이 1년여 공방 끝에 현행보다 2배로 대폭 완화된다.

이는 다윗(토양정화 중소업체)과 골리앗(정부, 건설사업자 등)의 힘겨루기에서 결국 골리앗의 대승으로 끝난 셈이다.

환경부는 최근 ‘토양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10월 14일까지 입법예고했다.

환경부 입법예고를 살펴보면 당초 지목에 따라 1지역 및 2지역에 400mg/kg, 이번 개정으로 인체와 환경에 위해가 없는 범위에서 1지역(주거지,농지)은 800mg/kg, 2지역(임야)은 1,300mg/kg으로 기준 조정을 명시했다.

불소 기준 완화 움직임은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진행돼 왔다.  

당시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현행 토양내 불소기준은 기업·국민에 큰 부담이 되고 있어 안전성·실현 가능성 등 제반사항을 감안해 국제적 수준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환경부에 새로운 기준안을 올해 상반기까지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토양정화업계와 환경부의 정책 협의는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과 다름 없었다.

그동안 환경부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을 수립한다며 토양정화단체(협회/조합)를 만나 수시로 의견을 듣고, 공개 토론회까지 벌여왔지만, 최종 결과를 봤을 때 요식행위였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토양정화업계는 불소를 현행 400mg/kg에서 600mg/kg으로 완화될 경우, ‘불소 토양정화물량이 80%이상 날라간다’는 분석보고서를 환경부에 전달했지만, 이보다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은 800mg/kg으로 확정됐다.

수도권에 오염토양 반입처리장을 보유하고 있는 A사 대표는 “새 기준이 800mg/kg이 된다면 불소정화물량이 90%이상 사라진다고 봐야한다. 사실상 정화업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는 수준이며, 업계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800mg/kg을 설정한 부분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미흡하다.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표준시나리오를 통해 위해성평가결과 인체에 유해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것이 과연 환경부가 강조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조정’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변이 없는 한 대폭 완화된 불소기준이 올해 연말이나 내년 1월부터 적용, 시행될 예정이다.

그동안 정부 정책에 따라 은행 대출을 받아 반입처리장을 신설하거나 확장한 중소업체들은 어쩌란 말인가. 

최소 1∼2년의 유예기간을 준다면 모를까 상당수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 등 돌파구 마련도 못한 형편이다.      

30여년 간 고군분투하며 이제서야 성장기에 접어든 토양정화산업이 한 순간에 몰락 위기를 맞고 있다. 

환경부는 휘청이는 정화시장을 보완할 후속 대책 마련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