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기지역 분양시장이 깊은 수렁에 빠졌다. 초기분양에 실패하며 백약이 무효한 난처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현장의 사례를 살펴보자.
A시행사는 지난 5월 경기도 평택에서 1천 가구급 대단지를 분양했다. 그러나 청약에서 모집가구수의 단 2%만 채우며 최악의 단지라는 오명을 얻었다. 이 시행사는 가을 성수기를 맞아 다시금 분양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에는 최근 2년 사이 9개 단지가 청약미달을 겪었고, 이에 따른 미분양이 적체돼 물량을 해소할 마땅한 답이 없다.
B건설사는 올해 주택브랜드를 새롭게 단장하고 경기도에서 첫 단지를 선보였다. 그러나 “길 하나만 건너면 대기업 출퇴근 가능”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1·2순위 청약미달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곳은 작년까지만 해도 분양성적이 좋았으나 분양물량이 몰리며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C시행사는 강원도 관광명소에 생활형숙박시설을 2년째 분양하고 있다. 내년 말 준공을 앞두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분양성적이 신통치 않다. 최근에는 이 단지 시공사가 TV홈쇼핑 마케팅을 진행하며 판매에 박차를 가했다. 공사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분양률을 더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드는 홈쇼핑 마케팅은 가성비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략을 택한 이유는 “뭐라도 해야 한다”는 초조함이 있어서다.
D건설사는 올해 첫 분양단지를 제주도에 선보인다. 그러나 자치단체와의 협의가 지연되며 분양시기를 놓쳤다. 약 10개월 이상 늦춰진 사업일정은 결국 분양가를 3.3㎡당 400만원 인상시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결국 예상분양가는 국민평형(30평형) 기준 9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단지는 분양 전부터 고분양가라는 파고를 맞게 됐다.
E시행사는 인천 서구에 명품 대단지를 공급했다. 그러나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높아 자칫 대거 미분양이 우려됐다. 다행히 적극적인 조직분양으로 물량을 일부 해소했다. 그러나 속사정을 살펴보면 직원들이 자발적이라는 미명하에 매수에 적극 동참했다.
이처럼 비인기지역 분양시장은 답 없는 위기에 처했다. 이 물량이 해소되려면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준공 후 미분양이 양산되고 결국에는 할인분양을 하게 된다. 결국 기존 계약자들과의 분쟁도 불가피하다.
다행스럽게도 주택업계가 과거의 미분양공포를 되새김질 하며 미리부터 공급을 줄여 당장의 파장은 적다. 그러나 미분양 적체로 인한 고통만큼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