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인공지능 시대, 속도만큼 방향도 중요하다
[전문가 기고] 인공지능 시대, 속도만큼 방향도 중요하다
  • 국토일보
  • 승인 2024.05.2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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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호 광운대학교 교수
유 정 호 교수
유 정 호 교수

인공지능이 세상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끈 사건은 2016년에 있었던 이세돌과 알파고 간의 바둑대결이 아닐까 싶다. 사람과 인공지능의 대결, 그것도 그 역사가 2500년이나 된 최상의 두뇌게임이라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인간계 최고수가 컴퓨터 따위에게 져버리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건은 아마 인공지능 역사에서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에도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될 일일 것이다.

이후 2022년 겨울 즈음에 또다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사가 보도됐다. 사람의 질문에 답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파이썬 코딩도 해주는, 그야말로 신통방통한 ChatGPT 였다. 또한 그림을 그리거나 작곡을 하거나 기사를 써주는 다양한 특화 인공지능이 쏟아져 나왔다. 모두 생성형 인공지능이라 분류되는 기술들이었고, 현재도 너무나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건설현장의 안전문제는 이미 새로운 이슈가 아니다. 누구나 인정하고 있고, 많이 미흡하고, 여러 가지 부족하다. 그래서 최신의 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연구가 한창이다.

암기하고 응용하는 걸로 치면 사람과 바둑을 둬서 이겨버리는 실력을 갖췄고 창의적인 걸로 치면 그림도 그리고 작곡도 하는 인공지능이니, 건설안전관리를 위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업무는 늘어나기만 하는데 기술인력은 늘 부족한 건설현장에서는 큰 기대를 걸 수 밖에 없고, 연구자나 개발자들은 반드시 이런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상황임에 분명하다.

며칠전 ‘생성형 AI와 건설안전의 Next Stage’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있었다. 계획된 공종의 작업 내용을 입력하면 어떤 위험요소를 주의해야 하고 또 어떤 위험저감 대책을 시행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인공지능도 개발되고 있고, 작업자의 자세를 인식해서 위험한 자세인지를 판단하는 인공지능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인공지능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학습데이터를 인공지능을 시켜서 만드는 연구도 발표됐다.

이제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도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시대가 된 것이다. 객체인식 인공지능을 이용해서 지능형 CCTV를 현장에서 이용하는 것은 이미 익숙한 기술이 되었고, 이제는 얼마나 많은 상황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는가를 놓고 기술개발 경쟁이 한창이다. 모두 현실에 도움되는 연구들이었고, 건설안전관리의 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들이었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3차산업혁명 시대를 넘어 이제는 소위 4차산업혁명 시대이다. 급하다 싶을 정도로 가속되는 기술 변화 속에서 늘 고민스러운 질문이 있다. “속도는 빠른데 혹시 방향이 잘못됐으면 어떡하나? 너무 빨리 너무 많이 가버린 후에 방향이 잘못됐음을 알게 되면 어떡하나?”

넘어지는 사람을 인공지능이 붙잡아 주지 못한다. 사람이 걸려 넘어질 수 있는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져 있어도 인공지능이 치워주지는 못한다. 안전고리를 걸라고 말해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안전고리를 인공지능이 대신 걸어줄 수는 없다. 아무리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이 잘 갖춰진 자동차라도 안전운전을 하지 않는 운전자나 난폭 운전자한테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결국은 사람이다. 일하는 당사자가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고자 하는 안전의식을 고양하는 것이 우선이고, 안전에 대한 바른 태도를 갖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서 작업자 모두가 안전하게 행동해야 한다.

관리자도 마찬가지로, 급할수록 둘러가는 지혜를 거울삼아,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리 급해도 일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것들이 먼저 갖춰지고 나서야 현장의 안전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그리고 첨단의 인공지능 기술도 안전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가운데, 이의 일부로서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역할을 제대로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하게 행동하는 작업자, 원칙을 준수하는 안전관리시스템, 여기에 더해 첨단 인공지능이 혹시 모를 빈틈을 꼼꼼히 챙겨주는 건설현장, 이런 삼박자가 척척 맞는 것이 맞는 방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