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한전의 ‘방파제’ 역할
[전문기자리뷰] 한전의 ‘방파제’ 역할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4.05.17 14: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한전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든든한 방파제 역할을 해 왔다.”

김동철 한전 사장이 어제(6일) 취임 후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배포된 간담회 브리핑 자료의 첫번째 제목이었다.

한전 측은 그 동안 글로벌 에너지 위기 시 한전의 역할을 강조했다.

자료에서는 해외 주요국들이 전기요금을 급격히 인상해 국가 경제에 큰 부담을 줬고 다수의 기업들이 파산한 사례를 설명했다.

이에 반해 우리는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상당 부분 자체 흡수하며 ‘방파제’ 역할을 수행했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해 가계 부담을 줄였으며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왔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이날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따른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신사업 다각화 방안, 영국 신규 원전 건설 참여 등 올해 한전의 다양한 계획을 브리핑했다.

이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해 수익 구조를 개선한다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을 방안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김 사장의 속내는 ‘전기요금’ 인상에 있었다. 

실제로 2021년부터 구입전력비는 대폭 증가했지만 전기요금은 구입전력비와 송전·배전·판매 비용 등 영업비용과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2022년에는 판매단가가 구입전력단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심각한 역마진도 발생했다. 

사채발행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지만 지난해 말 발행 한도 초과위험으로 한전은 부도 위기까지 직면했다. 이 때문에 창사 이후 최초로 자회사 중간배당까지 시행했다. 

한전도 자산 매각, 사업 조정 등으로 매출액의 5%에 달하는 약 8조원 규모의 재정 건전화를 달성했다. SMP 상한제, 관세 감면 등 제도 개선을 통해 구입전력비 7조원도 절감했다. 

최근에는 정원 감축 등 본사 조직 축소로 2001년 발전사 분사 이후 최대 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한전은 ‘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는 입장인 것 같다.

김동철 사장도 “2027년 사채 발행 등을 고려해 그 때까지 누적 적자를 해소하고 배당을 고려하면 상당 폭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 더 이상 전기요금 인상 없이 정상 경영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전은 최근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국민들은 “아니 왜 이익이 났는데 전기요금을 올리려는 거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김 사장도 이를 의식해 한 번에 요금 수십 원을 올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주택용 전기요금은 호주의 절반, 영국의 30% 수준으로 분석된다.

한전에게 더 이상의 자구책이 없다면 전기를 사용하는 국민이 분담하는게 대안일 수 밖에 없다.

전기요금 인상 없이 한전에게 ‘방파제’ 역할을 계속 감당하라고 하는 것은 이젠 대책이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