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공동주택용지 계약해지 차일피일… 업계부담 가중
LH, 공동주택용지 계약해지 차일피일… 업계부담 가중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4.04.2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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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취소 결정해도 중도금 회수에만 6개월 이상 소요

지역본부별 다른 대응… 협의불가 결정에 자진연체 선택

주택사업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정비사업 파열음이 전국 곳곳에서 들리는 가운데, 민간이 주도하는 개발사업이 자취를 감췄다. 여파는 사업성이 담보된 LH 공동주택용지에도 영향을 끼친다.

지난 1월 우미건설은 인천 ‘가정2지구 B2블록’ 택지계약을 취소했다. 2022년 4월 사전청약에서 278가구의 당첨자를 확보했음에도 택지계약금 약 65억원과 사전청약 비용을 매몰 처리하며 사업을 포기했다.

4월에는 라인건설이 울산 ‘다운2지구 B-6블록’ 토지계약을 취소하고 부지를 반납했다. 공사비 인상으로 사업성이 확보되지 않자 결국 분양사업을 철회했다. 계약금 약 43억원과 3회차(총 4회 중)까지 낸 중도금 조달비용을 날렸다.

택지대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이 취소된 사례도 있다. 경기 화성시 병점복합타운 주상복합용지 1·2블록, 화성시 동탄2 4필지, 경남 밀양시 부북 1필지, 창원시 가포 1필지 등이 중도금을 내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 전국 9개 공동주택용지가 분양대금 연체로 계약이 해지됐으며, 지난해 계약 해지된 사업장 수(5필지)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사업안정성이 높은 공공택지 주택사업에서도 사업추진이 어려울 만큼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며 최근 분위기를 설명했다.

업계가 수십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사업을 포기하는 것은 미분양 리스크가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착실히 일궈온 기업가치가 한순간에 추락할 수 있는 이유이며, 이러한 사례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셀 수 없이 증명됐다. PF우발채무가 몇몇 기업에 국한됐다면, 미분양이라는 전방위적 공포가 주택시장에 확산되고 있다.

■ 사전청약 무용론 대두

업계의 공공택지사업 포기는 수요 분산과 사업성 확보를 목적으로 한 ‘사전청약 무용론’을 부각시킨다. 사전청약을 받았음에도 업체가 사업을 포기하자 사전청약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 것이다.

사전청약 시점보다 분양가 인상이 예고되자 사전청약자들이 이탈하기도 한다. 우미건설의 ‘가정2지구 B2블록’이 그러한 경우다. 이곳은 총 314가구를 짓는 사업에 사전청약자 278명을 확보해 사업성공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사전청약 후부터 시장이 침체되자 대거 청약의사를 포기했다. 이러한 상황은 우미건설이 택지계약 해지를 결정하는데 중요하게 작용했다.

업계에서는 사전청약으로 인한 비용부담이 크다고 토로한다. 한 중견건설사 분양소장은 “사전청약도 분양대행사, 분양사무실(사전청약 계약체결장소 등), 청약수수료 등이 다 지출된다. 오픈을 2번 하는것과 비슷하다. 여기에 본청약 오픈 전에 사전청약자들에게 모델하우스를 먼저 보여주고 본청약 전환의사를 확인하는 등 시간과 비용 소모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작 이처럼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고도 사전청약으로 인한 사업안정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모순이다.

■ 계약해지 시 중도금 반환 지연

연초부터 주택업계는 공공택지 주택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현재는 택지계약해지 시 중도금 반환 절차를 신속히 해달라며 읍소하는 분위기다. 협회(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를 중심으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H 공동주택용지 계약해지는 중도금 연체 등 해지사유가 발생한 뒤 지역본부와 업체가 협의해 이뤄진다. 그러나 계약해지 사유가 발생하려면 중도금을 6개월 이상 연체하는 등 시간이 소요된다. 그 과정에서 중도금 조달로 인한 금융비용이 발생한다. 또한, 계약해지가 지역본부 소관임으로 대응도 천편일률적이다.

경기도의 한 본부에서는 “계약을 해지해달라 vs 막무가내식 해지는 안된다”며 협의가 지연되고 있다. 반면, 울산에서는(다운2지구) 지역본부와 라인건설이 순조로운 협의를 거쳐 계약취소를 도출했다.

업계는 떼쓰기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토지를 반납하는 과정에서 돌려받아야 할 중도금의 반환시일을 줄여 달라는 것이다.

LH 지역본부의 입장도 십분 이해된다. 올해 초부터 급격하게 발생한 계약해지 요청을 모두 들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각 본부들도 택지를 구입한 업체들의 사업지연으로 인해 택지조성비용 회수가 지연됐고 이에 따른 기회비용을 잃었다.

한 LH 지역본부 택지담당자는 “공공택지가 인기있을 때는 서로 경쟁하며 확보해가더니 상황이 어렵다고 모두 해지해달라고 하면 택지공급자(LH)가 그 리스크(비용)를 감내해야 한다. 업체의 손실을 공공이라는 이유만으로 LH가 막아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익명의 전문가는 “정부가 제시한 주택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정부가 3조원을 투입해 건설사에 유동성 확보(토지 매입)를 지원하기로 한 사례가 있는 것처럼, 이번에도 정부가 나서 공공택지 관련 논란을 신속히 진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