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차선책 찾기
[전문기자리뷰] 차선책 찾기
  • 조성구 기자
  • 승인 2024.04.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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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일보 조성구 기자] 22대 총선 이후 정부가 추진하는 에너지 정책 실행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가 에너지 정책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법률이 통과돼야 가능한 사항이 대부분인 만큼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총선 결과 여야의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원전산업 정상화에 매진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반대하며 신규 원전을 확충하고 재생에너지 보급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여당인 국민의힘의 총선 공약에서도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무탄소 전원(CF100)을 추진하고 원전과 수소 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해상풍력발전은 균형있게 늘리겠다고 했지만 태양광발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하지만 총선 결과 더불어민주당 등 범(汎)야권이 192석의 의원수를 가져간 상황에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두고 갈등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당초 정부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 2~4기 건설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늦어도 올해 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총선 이후 여론의 추이를 고려해 미뤄졌다는 분석이 많았다.

2030년이면 방사성폐기물을 버릴 곳이 더 이상 없는 원전 산업 현실에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분장 확보는 필수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신규 원전 건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야당은 신규원전 건설 반대에 방점을 찍고 법안 통과에 지속 반대하고 있다.

산업부는 최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원전산업의 지속 발전을 위해 2050년 중장기원전산업 로드맵을 올해 4분기 발표하고 '원전산업지원특별법'의 하반기 입법 절차를 착수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다수당인 야당을 설득하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풍력발전 확대를 위한 법안도 한 발자국도 못 나가고 있다.

관련 법안은 최초 법안이 상정된지 3년이 지났지만 법안 통과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를 대변하는 풍력산업협회는 총선 이후 성명서를 내고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이 목소리가 전달될 지는 의문이다.

경제학에 '차선의 이론'이란 법칙이 있다. 경제 정책을 추진할 때 최선의 방안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차선책이라도 선택해야 사회적 효용(국민 후생)이 상승한다는 이론이다.

비유하자면 두 재화(원전, 재생에너지)를 최적 생산할 때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이것이 불가능할 때는 생산 효율성보다 재화 생산을 조절해 사회후생을 높이자는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최선책을 찾지 못하겠다면 차선방안이라도 논의해야 한다.

극단적인 대립에 에너지 업계에 정작 필요한 기술 개발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4년이 넘는 시간 이어진 정책 당국과 여야의 대립이 길어지며 업계의 폐해는 속출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이 자신의 표 확보를 위해 업계를 이용하는 사례도 나오고 일부 업자들은 기술 개발보다 정책 당국과의 인맥쌓기와 줄 서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어제(16일) 총선 소회를 밝히는 자리에서 대통령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이라고 강조했다.

본인이 밝힌 국민의 민생 확보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에너지 정책의 '조절'과 '조정'이 필요한 상황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