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인, 한반도 통일시대 준비할 때다
건설인, 한반도 통일시대 준비할 때다
  • 국토일보
  • 승인 2013.01.0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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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 종 석 대표이사 / (주)애드건축사사무소

건설인, 한반도 통일시대 준비할 때다

북한 정치.사회.문화.경제 이해… 미래 북한 건설사업 청사진 제시할 터
퍼주기식 지원에서 탈피… ‘남북경협’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 만들어야
남북 신뢰관계 구축 바탕 또다른 미래 건설시장 창출 유도해야


2013년 계사년(癸巳年)이 밝았다.
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의 또 다른 계사년(1953년)에는 6.25전쟁이 휴전으로 마무리되고 한반도가 남북으로 나뉘게 된 해였다.

60년의 세월동안 남북의 문제는 수많은 시련과 함께 국민의 가슴속에 풀어지지 않는 응어리로 남게 됐다. 그렇지만 우리 국민들에게 희망과 소원을 꼽으라면 남북통일이라고 대답한다. 아직도 북에 남겨진 가족과 친지들을 잊지 못함은 물론이고 분단된 조국 땅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담긴 것이다.

그러나 남북한문제를 국제정치 또는 외교적 관점에서 볼 때는 매우 감성적인 희망일 뿐, 현실과 매우 동떨어진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은 매우 다각적이므로 남북한 간의 문제를 떠나 주변 강국간의 이해관계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 한반도 통일시대의 꿈

우리나라는 그동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눈부신 성장을 해왔다. 이제 세계 15위의 경제 강국 대열에 올라 서 있음은 물론이고 한류열풍은 세계를 뒤흔들 정도로 국가 이미지가 급부상 한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우리 건설산업에 종사하신 분들의 많은 땀과 노력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아시는 분들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건설산업 구조를 들여다보면 어떤 산업보다도 노동집약형 산업이며 국민생활 및 경제와 매우 밀접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건설관련 종사자들은 과거의 중동건설 붐과 국내 200만호 주택건설 당시에 누렸던 호황기를 또 한번 누릴 수 있을지를 기대하면서 종종 남북통일 이후의 건설시장을 꿈꾸게 된다.

그러나 과연 내일 당장 통일이 된다고 가정할 때 우리 건설인들이 준비한 것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싶다.

우리민족은 구한말 이후에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해본 적이 없는 불행함을 안고 살아왔다. 이것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이라 볼 수 있지만 국력이 약해졌을 시기에 주변국의 정세 변화에 어두운 국내실정을 반영한 것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

이렇게 남북의 문제가 과거 그 시기에 채워진 첫 단추의 실패에서 비롯된 사실이라는 것을 인정하기보다는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념적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립적 관계로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남북통일은 언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수많은 변수들이 있다. 즉, 통일이란 우리 국민과 정부가 염원한다고 이루어질 문제도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의해서도 북한내부사정에 의해서도 결코 아닌 매우 복합적이고, 다차원 방정식 같은 문제를 차근차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 한반도 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반드시 통일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회의론도 없지 않다. 그렇지만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우리 스스로가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은 오래전부터 북한과 경제 협력을 해온 주변국 중 하나이다. 그 속내를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분명한 것은 미래가치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북한의 급변사태 또는 체제변화 시에 북한에 진입하기위한 포석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다면 국내에서의 일반적 시각도 짚어보자. 만일 내일이라도 급변사태에 의해 북한정권이 무너졌다고 가정할 때 우리국민들이 염원하던 통일이 바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당장이라도 우리 건설인들에게 새로운 일거리가 창출될 수 있을까?

현재의 여건으로는 실현가능성이 낮은 추측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다시 말하면, 중국, 일본, 미국, 러시아 등 주변국간 이해관계의 충돌이 예상되는데다 흡수통일이 실현된다 하더라도 막대한 통일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국민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반도 통일은 이루어져야 한다. 그 이유는 한반도 종전과 함께 평화의 정착이 이뤄진다는 점과 막대한 북한 천연자원과 인적자원의 교류를 바탕으로 한반도는 그야말로 동북아의 최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여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 건설인이 북한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이제부터 통일을 꿈꾸고 있는 건설인 이라면 통일시대를 살기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건설산업은 철저하게 노동집약형 산업이므로 기본적으로 사람을 다룰 줄 알아야 한다. 즉, 북한에서 건설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북한사람들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견을 나누고, 설득해 합의하고, 실천하며, 신뢰를 쌓았을 때 건설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다만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남한사회에서 해온 것처럼 쉽게 생각한다면 대단한 착오일 것이다. 분단된 지 60년이 넘은데다가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전혀 다른 사상과 체제에서 생활한 그들과의 협상이 그리 쉬울 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사회에서 어떤 문화와 습성을 지니고 있는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북한의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다각면에서의 정보와 지식을 습득했을 때 현재 그들의 도시와 건축을 보는 눈이 생길 수 있고, 사회간접자본 등 건설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와 이를 기반으로 한 미래 북한의 건설사업에 대한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 통일 이후 우리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일은

그것은 남북 경제협력이다. 가까운 중국의 양안관계(兩岸關係)에서 보았듯이 ‘하나의 중국’을 주장해온 중국도 흡수통일보다는 서로의 입장을 유지해오면서 안정적인 교류를 시작해온 결과 경제, 사회 교류협력의 활성화되어 엄청난 성과를 낳았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정부주도의 정책적인 사업이긴 하지만 긴장과 갈등이 극심했던 현 정부에서도 많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사업만큼은 지속되고 있지 않은가?

이렇듯 경제협력은 정치적 차원보다 높은 차원에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남북경협은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해줄 수 있으며, 정치적 신뢰관계를 회복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사회, 문화적 교류를 통해 평화통일 시점을 가름할 수 있는 초석이 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즉, 잘사는 나라가 굶주리고 병들어가는 국가를 원조해주는 ‘퍼주기’식 개념도 아니고,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조건부식 거래도 아닌 상호주의 관점에서의 선민후관(先民後官)개념의 경제협력인 것이다.

남북경협은 이제 시작단계이기는 하지만 개념정립을 통해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의 개성공단의 제조업기반의 협력도 좋은 방안이지만, 기술협력이 수반되는 건설업, 정보통신업, 북한 경제성장 원동력이 이루어질 수 있는 중화학공업 등의 협력은 물론 문화·예술의 교류를 통해 사회 및 국가전체에 대한 교류 분위기가 이루어진다면 보다 성숙한 남북 신뢰관계를 쌓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건설관련 전문가의 협력과 역할이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또 다른 건설시장의 미래가 보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 종 석 약력
현 (주)애드건축사사무소 대표
현 국토해양부 중앙건축위원
현 보금자리주택 전문위원
현 행정안전부 설계자문위원
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 설계자문위원
국토해양부 중앙건설기술 심위위원 역임(2004-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