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불소 정화기준 논란, “국민건강과 안전 확보 우선돼야”
[기획] 불소 정화기준 논란, “국민건강과 안전 확보 우선돼야”
  • 선병규 기자
  • 승인 2023.11.27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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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내년 상반기까지 규제 완화 기준 마련 추진
학계, 불소 위해성 경고…인체 및 생태계 영향 가능성 강조
토양정화업계, 개발사업자 공사 지연 주장은 '어불성설'

[국토일보 선병규 기자] 지난 9월 시작된 국무조정실 발 불소 토양오염 정화기준 완화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주택건설업계에서 정부를 상대로 오염토양 내 불소 정화기준이 너무 엄격해 재건축·재개발 등 각종 개발사업 지연을 비롯해 사업비 증가 등 어려움을 호소해 왔고, 정부가 마침내 불소 정화기준 완화 검토에 나선 것이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국민‧기업에 부담되는 불소규제, 국제적 수준에 맞게 개선해야 한다”며, 환경부에게 내년 상반기까지 “인체환경에 위해가 없는 범위 내에서 국제 수준에 맞도록 새로운 기준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부지별 실정에 맞게 토양오염을 관리하는 위해성 평가제도 중심의 정화체계로 전환 추진을 주문했다.

이와관련, 토양 내 불소의 위해성이 인체와 생태계에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불소 기준 완화 움직임이 과연 국민을 위한 행보인지 의문을 품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최근 불소 오염토양 관리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 흐름을 면밀히 주시해야한다는 지적도 있다.

군산대학교 정승우 교수는 “최근 자연 기원 불소 토양농도가 높은 중국, 인도를 중심으로 인체 위해성 및 농작물 피해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며 불소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불소 토양기준 완화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토양 불소 규제는 언제부터.

국내 토양환경보전법이 1996년 1월 6일에 시행됐고, 2002년 ‘시행규칙’에 불소가 토양오염물질로 지정되면서 ‘가’, ‘나’ 2개 지역으로 구분, 불소 오염토양오염기준을 각각 400mg/kg, 800mg/kg으로 설정했다.

당시 불소 기준 설정 시 선진국 사례 및 우리나라의 환경 여건 등을 신중히 고려해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토양오염 우려기준’이 전면 개정되면서 불소는 1지역(농경지·주거·학교·공원·어린이 놀이시설 등)과 2지역(임야·창고·체육시설·종교시설)에서 400mg/kg이상, 3지역(공장·주차장·도로·철도)은 800mg/kg 이상으로 규정됐다. 
 
국내 지질 특성상 자연 기원 불소 토양농도가 높을 수 있으나, 국립환경과학원이 2018년 조사한 우리나라 토양의 불소 평균 농도는 229.6㎎/㎏으로 현재 오염 기준 400㎎/㎏보다 낮은 수준이다. 

■ 불소의 유해성은 어느 정도.

올해 초 한양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한 ‘국내외 사례 심층 분석을 통한 불소 토양 기준 적정성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불소는 과다 섭취 시 치아 손상 또는 불소증 뿐 아니라 세포사멸을 야기 하는 물질 생성, 세포 파괴 기제 생성, 활성산소 생성으로 인한 산화, 염증 전구물질을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불소에 의한 토양오염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하수와 농작물로 전이되는 불소 농도가 증가할 것”이라며 “과도한 불소가 포함된 지하수를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로 사용한 토양에서 재배된 농산물은 불소가 축적돼 건강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국 및 인도 등에서 이루어진 불소 오염토양에 대한 위해성평가 결과에서도 토양 섭취, 지하수 섭취, 농작물 섭취 경로를 통한 인체 위해성을 확인했고, 불소는 특히 영아 및 어린이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 “치약에도 불소가 있어 인체에 큰 해가 없는 것 아니냐 ?”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불소치약의 경우 일부 국가에서 대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모든 불소치약 및 구강 세정제 사용 시 주의 사항으로 삼키지 말라는 문구는 섭취 시 인체에 해가 있을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광운대학교 최상일 명예교수(환경공학과)는 “미국 국가연구위원회(NRC) 보고서에 따르면 불소에 대한 노출은 인체의 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며 과학적 연구 결과 잠재 유해성이 입증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불소가 자연 기원이든 인위적 오염이든 불소의 유해성 때문에 인체 및 생태계 보전을 위해 환경오염 기준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토양 내 불소의 타 매체 전이 가능성은.

토양 내 자연 기원 불소의 대부분은 불용성이거나 토양입자에 강하게 결합돼 있지만 풍화되면서 일부가 용해돼 식물과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군산대 정승우 교수는 “최근 국외 연구에서 토양 내 불소농도가 낮더라도 불소 용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이 있었고, 용출된 불소는 대부분 농작물에 농축되거나 지하수로 유입되는 것으로 보고 됐다”고 전했다.

불소가 땅속에 묻혀있는 상태에서는 문제가 적지만 개발사업 등으로 파헤친다면 풍화가 빨라지며 불소 용출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2018년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발표한 자연기원 불소 함유토양에 대한 용출 연구에서 정제수로만 0.03~2.43% 유출될 수 있고, 포항-경주 지역 418개 간이상수원 지하수의 광범한 수질조사 결과, 다수의 시료에서 불소 농도가 먹는 물 기준치(1.5 mg/L)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양오염은 특성상 지표수 및 지하수 수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점은 주목해서 봐야 할 부분이다.

■ 토양정화업계의 입장

토양정화업계의 대표 단체로는 (사)한국토양지하수보전협회, 한국토양정화업협동조합 등이 있다.

이들 두 단체는 주택건설업계에서 불소가 자연 기원이며, 치약에도 사용하는 물질이고, 불소 오염 토양 정화에 따른 공사 기간 지연 및 공사비 증가 등을 이유로 불소 토양오염기준 400mg/kg의 상향(기준완화)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토양정화업계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환경기준치를 무시하고 주택건설업자의 이익만 생각하는 이기적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또한 불소 정화에 따른 건설사업 공사 지연에 대해서도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국토양정화업협동조합 최희철 이사장은 “현재 오염토양은 대부분 굴착, 건설부지 밖으로 반출돼 토양정화업체에서 정화 처리되기 때문에 그에 따른 공사 기간 지연은 어불성설”이라고 성토했다. 

2022년 9월 15일 기준 서울특별시 사업시행인가 자료에 의하면 사업추진 부지 총 162개 중 37개 현장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며, 이 중 오염이 발견된 현장은 10개소다.

사업추진 부지의 6.2%에서만 정화가 필요한 셈이다.

따라서 국가 기준치가 잘못돼 있어 건설 진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과도한 주장이라는 게 토양정화업계 입장이다.

토양정화업계는 “국가가 정한 주거지와 농경지의 불소 토양오염 우려기준치 400mg/kg은 국민과 생태계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면서 “불소 토양오염 우려기준치를 초과하는 정화대상 토양은 굴착 시 반드시 정화돼야 하고, 정화된 안전한 토양은 생태계 일원으로 다시 되돌려 보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 팽팽한 기싸움 ‘대안은 없나’

토양정화업계는 주거생활 공간인 대지와 국민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경지가 속한 1지역은 국민의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므로 현행 기준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환경부는 현재 국무조정실 권고에 따라 국립환경과학원에 불소 정화기준 조정 타당성 연구조사를 맡겨놓은 상태다.

이 연구조사 결과가 현 기준을 고수할지, 완화할 지 결정적인 바로메타가 될 전망이다.

첨예한 대립각으로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불소 오염토양에 대해 학계, 양쪽 업계 및 정부가 활발한 논의와 과학적 검증을 거쳐 국민의 건강과 안전 확보에 기반을 둔 합의에 도달해야 할 것이다. 

재개발 현장서 발견된 오염토양을 굴착해 반입정화 처리시설로 이동하기 위해 굴착하고 있는 모습
재개발 현장서 발견된 오염토양을 굴착해 반입정화 처리시설로 이동하기 위해 굴착하고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