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 한잔의 여유] 미인은 잠꾸러기
[茶 한잔의 여유] 미인은 잠꾸러기
  • 국토일보
  • 승인 2012.11.1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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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태 혜원까치종합건축 대표이사 / 한국건설감리협회 회장

미인은 잠꾸러기

중국의 한 남성이 성형수술을 한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아내에게서 거액의 위자료를 받게 됐단다. 중국에 사는 지옌 펑이라는 사람은 성형수술 사실을 숨기고 결혼한 아내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해, 법원은 약 1억3,000만 원의 위자료를 펑 씨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단다.

그의 아내는 돈이 많은 여자였는지 그를 만나기 전 한국의 성형외과에서 약 1억1,000만 원을 들여 얼굴을 고쳤단다. 얼굴에 손을 많이 댄 탓에 다른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일 정도다. 그는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지 않은 채 결혼했다.

그러나 그녀의 비밀은 딸이 태어나면서 밝혀졌다. 남편은 딸이 자신과 아내의 얼굴을 전혀 닮지 않았다는데 의심을 품었고, 아내가 외도를 해 아이를 낳았다고 닥달을 한 끝에 결국 성형수술 사실을 고백 받았단다. 오죽하면 결혼 전에 한국에 와서 성형수술을 했겠냐만은, 성형 전후의 심한 차이로 이혼까지 부른 사례를 남겼다.

요즘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의사는 성형외과 의사라고 한다. 성형비는 비싸지만 중국에서 오는 고객에게는 성형비 할인을 많이 해준단다. 그것은 단체손님이 대부분이고 수술의 결과에 대해 한국인처럼 불평도 없고, 또한 AS도 없기 때문이라는데, 중국에 비해 한국의 성형수술의 기술이 아주 높기 때문이란다.

중국을 포함한 외국인들 뿐 아니라 내국인들도 너도 나도 성형을 해 미인이 되고자 하니 성형외과엔 손님이 많을 수 밖에 없고 또 그러다보니 쩐(錢)이 자동으로 따르게 돼 있다. 성형은 흔히 말하는 불루오션의 종목이다.

성형이 안될 때 자연 상태에서의 미인은 당연한 말이겠지만 ‘피부미인’을 말한다고 한다. 언젠가 T.V에 ‘미인은 잠꾸러기’라는 화장품 광고가 있었다. 마음을 편하게 하고 잠을 충분하게 자는 것이 건강을 지키고 아울러 맑은 피부를 지킨다는 뜻인 듯하다.

사람의 본능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잠을 못자는 것이라 한다. 밥을 굶는 것도 그리고 그 어느 것도, 잠을 못자는 것 보다는 수월하다고 한다. 한동안 강압 수사가 이루어질 때, 다른 방법을 쓰면 그 때 생긴 상처 등이 후일 증거로 남지만 잠을 안 재우는 것은 상처가 남지 않아 흔히 쓰는 강압 수사 방법였다고 한다.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보면 잠을 못자는 고통이 잘 표현돼 있다. 조공을 위해 중국 황제의 행재소가 있는 열하지방을 찾아 갈 때, 장마로 물이 불어 늦어진 시간을 메우려고 오랜 시간을 잠을 못 자고 행군하면서 얼마나 잠을 자고 싶었으면 길가의 돌을 가리키며 맹세하기를,

‘내 장차 무사히 돌아가면 1천 하고도 하루를 더 자서 옛 희이선생 보다 하루를 더 잘 것이고, 코 고는 소리가 우뢰 같아 천하의 영웅들이 젓가락을 놓치고, 미인들이 놀라게 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저 돌과 같으리라.’라 했으니 그 얼마나 잠에 한이 맺혔겠나.

‘해당수미족(海棠睡未足: 해당이 아직 잠이 모자란다)’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미인이 아직 잠에서 덜 깨어 졸린 얼굴을 하고 있는 모습을 형용한 말이다.

중국 최고의 미인으로 현종의 총애를 받던 양귀비를 흔히 모란과 해당화에 비유 했으니, 현종은 어느 화창한 봄 날씨를 즐기다 홀로 즐기기 아까워 양귀비를 불렀다. 마침 양귀비는 술에 취해 몽롱한 상태로 누워 있다가 황재의 부름에 채 잠에서 깨지도 못한 채 시녀들의 부축을 받고 황제 앞에 나타났다.

황제가 보니 그녀는 잠에 취한 채 양 볼에는 홍조가 띄어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다. 한동안 바라보던 그는 웃으면서 ‘그대는 아직 잠에 취해 있느냐, 해당의 잠이 아직 모자라는 모양이로다.’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옛 시조에 ‘동풍세우(東風細雨)에 조으는 해당화인 듯…’, 판소리 춘향가의 사설 중 ‘봄바람 해당화가 술 취하여 조는 듯…’ 한 표현을 통해 보아도 미인은 충분한 잠이 필요한 듯하다.

나이를 먹어 가서인지 초저녁 잠이 부쩍 많아졌다. 소파에 기대어 텔레비전을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곤 하는데, 더구나 오늘은 비가 오는 관계로 미리 정해진 골프약속이 취소되면서 모처럼 낮잠을 푹 자고 나니 이렇게 개운 할 수가 없다.

여름내내의 야외 운동행사에, 수시로 골프모임에, 남자랍시고 전혀 관리를 하지 않아 갈라진 논바닥처럼 거칠어진 얼굴이, 이러다가 피부 미남으로 다시 나는 것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