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가중시키는 고금리
위기 가중시키는 고금리
  • 국토일보
  • 승인 2008.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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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 금융시장 불안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은행권의 평균 대출금리가 7년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어 올랐다. 이에 따라 서민가계와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택대출 금리(고정금리 기준)도 10%에 육박,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8월 중 금융회사 가중평균 금리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대출 평균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연 7.31%로 전월보다 0.19%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01년8월 이후 7년만의 최고치다.


 그 여파는 즉각 실물경제를 짓누르는 기업의 자금난을 촉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가계대출에 고금리의 부담을 안겨줘 또 다른 위기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의 대종을 이루는 주택대출의 금리 상승은 심각한 수준이어서 은행권 중에서 가장 많은 주택담보 대출을 취급하고 있는 국민은행의 경우 3년 고정형 금리가 8.11~9.61%로 올해 들어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불과 한 주 만에 무려 0.25%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의 고정금리도 비슷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이는 기준금리가 되는 은행채 금리가 유동성 부족 등의 영향으로 급등한데 따른 것으로 은행채 금리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어 가뜩이나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에까지 악재로 작용할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은행채 금리의 상승은 이미 예견된 것이나 문제는 이러한 급등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변동형 주택담보 대출의 상승 추세는 보통 걱정스러운 게 아니다. 주택담보 대출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상위 20% 소득계층은 2.44%포인트, 하위 20% 소득계층은 5.01%포인트 씩 소비를 줄이는 등 서민가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으로 나타날 만큼 심각성을 안겨준다.


 더구나 고금리의 악재는 은행권의 대출심사마저 엄격하게 만들어 서민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의 이용으로 밀려나게 해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을 급증케 하는 등 ‘한계 가계’를 크게 늘어나게까지 하고 있어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 6월 말 현재 660조원으로 외환위기 직전에 비해 무려 3.5배 증가하였으며 가구당 빚도 4000만원에 이를 정도다.


 이런 수준임에도 정부당국에선 연체율이 비교적 낮고 주택담보대출 비율도 50%를 조금 상회하고 있어 최근의 금리 상승 추세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통계적으로는 안심할 수준인지 모르나 미국의 예에서 보듯이 주택담보대출은 금융 위기의 잠재 요인이라는 점에서 사전적 대비책이 불가피한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근래 경기침체로 소득은 늘지 않는데 대출이자는 오르기만 하면서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했던 서울의 소형 저가아파트까지 하락세로 돌아 섰는가하면 가을 이사철임에도 전세 시장의 거래마저 뜸한 부동산 시장의 전방위적인 약세 현상이 나타나 버블 붕괴의 우려도 비쳐지고 있는 형편이다.


 사실 가계대출과 대출금리의 급등은 가계의 실질소득의 감소를 유발, 소비 위축과 경기 둔화의 악순환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부가 심혈을 쏟고 있는 건설경기 활성화에도 치명적인 악재로 작용하게 마련이어서 결코 소홀히 할 사안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라도 정부와 금융기관이 나서 서민가계 등 취약계층에 대한 대비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때라는 게 우리의 시각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가계부채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으나 아직 별다른 방안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도 유의할 필요가 있을 듯싶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채무자의 만기 연장이나 거치기간을 늘려주는 방안을 비롯해 저금리 대출 환승기회 제공 등의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 가계대출에 의한 금융 부실과 경제 위기를 사전에 차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