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리뷰] 바닥론 vs 신중론
[기자리뷰] 바닥론 vs 신중론
  • 이경운 기자
  • 승인 2023.05.24 10: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분기 분양시장, ‘최악의 상황’을 예고한 전망이 비켜간듯 하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나타나고 있고,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대기업 투자계획이 이어지며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내 집 마련의 기본원칙 ‘회사가 가까운 입지에 시세보다 싼 가격’이 나오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몇몇 사례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올해 첫 서울분양 ‘영등포자이 디그니티(3월)’가 평균 청약경쟁률 198.76대 1을 기록한데 이어 ‘휘경자이 디센시아(4월)’가 51.7대 1의 경쟁률로 청약을 마쳤다.

수도권에서는 명품브랜드로 치장한 재개발단지 ‘광명자이더샵포레나(5월)’와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5월)’가 높은 인기를 얻으며 청약을 마쳤다. 이들 모두 전용 84㎡가 10억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분양에 성공했다.

지방에서는 충북 청주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흥덕구 청주테크노폴리스에서 분양된 ‘테크노폴리스 힐데스하임(3.3㎡ 평균 1145만원)’이 48대 1, ‘해링턴 플레이스 테크노폴리스(3.3㎡ 평균 1152만원)’가 57대 1, ‘신영지웰 푸르지오 테크노폴리스 센트럴(3.3㎡ 평균 1160만원)’이 73대 1로 선전했다.

청주에서는 SK하이닉스와 LG생활건강, LS일렉트릭 등 대기업 일자리가 호재로 작용했다. 특이할 점은 5~6억원대 대형매물(40~50평형대) 보다 국민타입인 4억원대 30평형의 경쟁률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음에도 수요자 다수의 선택은 ‘실속’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기 단지들을 나열하고 보면 ‘2분기 바닥론’에 무게가 실린다. 시장을 괴롭혀 온 기준금리도 변동성(추가 인상 가능성)이 줄었고 연말에는 인하도 기대할만 하다.

그러나 청약광풍의 이면에는 미분양 적체로 인한 사업지연과 PF자금 조달여건 악화 등 난제가 쌓여 있다. 잘되는 곳은 대박이 나고 안되는 곳은 자금조달도 못하는 초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올 상반기 보수적인 주택정책을 펼친 건설사들은 5월이 지나고 있음에도 변변한 분양단지를 내놓지 못했다. 실시간으로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지만, 자칫 미분양이 나면 그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려워 주저한 탓이다.

업계의 망설임이 투영된 주택공급 전망도 좋지 않다. 1분기 주택 인허가실적은 8만 6444가구로 전년동기(11만 2282가구) 대비 23% 감소했다. 착공실적도 5만 3666가구에 그치며 전년동기(8만 4108가구) 보다 36.2% 줄었다.

그 결과 일부 건설사들은 준공된 주택건설현장의 인력을 재배채할 새 현장이 없어 골치를 썩고 있다. 결국 분양리스크가 적은 현장을 앞당겨 오픈하며 인력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마저도 여유가 있는 건설사들의 이야기다. 갈 곳 없는 현장 인력들은 대번에 눈에 띄는 마감 공정마저 날림으로 수행하며 자포자기한 모습을 보인다.

연초 최악을 예고한 분양시장이 다행히도 2분기 들어 바닥을 다지는 모양새다. 다만 분위기에 휩쓸리지는 말아야 한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에게 혜안이 필요한 변동성이 큰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