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CM시장의 미스터리
[기고] 미국 CM시장의 미스터리
  • 국토일보
  • 승인 2012.10.1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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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한 수 세종대학교 교수


“CM은 건설산업 질적성장을 유도한다”

지난 수년간 미국 용역형 CM시장(CM for Fee/Program Management 포함)에서 나타나는 한 가지 흥미로운 미스터리가 있다.

“미국 건설시장은 정체․축소되고 있는데 CM시장은 성장하고 있다.”

CM도 분명히 건설산업․시장의 한 부분인데 왜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CM경기가 요동치고 있는 우리 상황을 고려할 때 관심이 가는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지난 6월 11일자 ‘Engineering News Record’를 통해 발표된 2011년 미국 CM실적 관련 기사를 재구성 및 분석, 이 미스터리를 풀어보았다.

■ Facts: 사실

미국 CM기업의 매출은 증가했다. 2010년 대비 2011년 미국 CM기업의 매출은 약 6.3% 성장한 186억6천만 달러(약 21조원)였다.

미국 CM기업의 성장에 공헌한 주요 시장은 해외 시장이 아닌 미국내 시장이었다. 2010년 대비 2011년 미국 CM기업의 해외 매출 성장률은 약 1.7%였지만, 미국내 매출 성장률은 약 7.4%로 미국내 시장의 매출 성장이 전체적인 성장을 견인했다.

미국 건설시장은 축소됐지만 미국 CM시장은 성장했다. 지난 2010년 대비 2011년 미국 건설시장은 약 3.3% 축소됐지만, CM시장은 약 7.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건설시장의 정체․축소에도 불구하고 CM시장은 성장’이라는 패턴은 최근 5년 동안 미국 건설시장에서 지속적으로 관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 건설사업에서 CM이 활용되는 비중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대비 2011년 미국 건설시장은 축소됐지만 CM시장은 성장했다는 것은 상대적, 절대적으로 미국 건설사업에서 CM이 활용되는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Analysis: 분석

불경기는 발주자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관리 강도를 높이는 선택을 하게 한다. 수년간 지속된 미국의 경기 불황으로 인해 비록 건설사업 물량이 축소되고는 있지만 건설사업을 시행해야 하는 발주자들은 항상 존재한다.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건설사업을 한다는 것은 발주자에게 큰 투자와 모험이기 때문에 건설사업의 효율성과 성패에 민감해 질 수 밖에 없다. 그 결과로 발주자는 관리 강도(Management Intensity)를 높이는 선택을 하게 된다.

발주자는 특히 돈에 더 예민해진다. 불경기에 시행되는 건설사업에 투입되는 한푼 한푼에 발주자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이는 CM비즈니스 성장을 위한 호기이다(Financial pressures on owners potentially have pave the way for the future success of
CMs and PMs: 원문 p. 3.)

불경기로 인한 발주자의 내부인원 감축으로 인해 아웃소싱(Outsourcing)이 필요하게 됐다.
불경기를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로 발주자들은 내부 인원을 감축하게 되는데 그 결과, 발주자가 담당해야 할 건설사업관리 업무 수행을 위한 일손이 부족하게 됐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건설사업관리 업무를 아웃소싱 해야 할 니즈(Needs)가 증가하게 됐다.

이와함께 건설사업이 점점 더 어려워짐에 따라 발주자는 전문 도우미를 필요로 하게 됐다. 건설사업의 난이도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특히 최근 부각되고 있는 에너지 효율성 향상이라는 사회경제적 요구는 건설사업의 난이도를 증가시키고 있고 발주자는 이를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전문 건설사업관리 서비스를 필요로 하게 됐다.(CM is benefitting from the growing market for energy-efficient facilities:원문 p2.)

■ Mystery Solved: 미스터리 해결

‘경제 사정이 좋지 않고 건설사업의 난이도가 높으면 발주자는 더 철저하게 건설사업을 관리를 해야 하는데 발주자의 전문지식과 일손이 부족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CM을 활용하게 된다.’는 것은 CM교과서적인 얘기이다. 그런데 이 교과서적인 얘기가 미국 CM시장에서 현실과 실물(實物)로 나타나고 있다.

■ Implications: 시사점

미국 CM시장의 성장은 후발주자인 우리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미국 건설시장은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CM시장은 성장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소식이다.

국내 CM시장도 2010년 대비 2011년에 20% 성장을 이루었다. 우연이 아니기를 바라고 미국 패턴이 우리에게도 반복되기를 기대해본다.

최근 수년간 지속된 국내 건설시장의 침체로 인해 CM기업들의 근심이 클 것이다. 과거에 경험했던 폭발적인 성장을 향후 국내 건설시장에서 다시는 경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은 근심을 더욱 깊게 만든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자. 지난 수십 년간의 미국 건설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건설시장의 정체․위축이 CM시장의 정체․위축과는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미스터리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건설시장의 위축에 따라 우리 CM시장이 정비례해 축소될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국내 CM시장은 역사가 짧은 어린 시장이고 아직 성숙단계에 진입한 시장이 아니다. 따라서 CM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히 남아있다.

50여 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미국 CM시장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10여 년 밖에 되지 않은 우리 CM시장의 성장잠재력을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현재 국내 건설산업과 시장은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제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필요로 하는 시기가 됐다. CM은 질적 성장을 위한 도구이다.

도전이 거세질수록 응전도 따라서 거세진다고 했다. 향후 건설사업이 발주자에게 주는 도전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에 따라 발주자의 응전도 거세지고 정교해 질 수 밖에 없다.

CM은 발주자가 사용할 수 있는 응전의 무기이다. 지금은 CM 전문가와 기업이 그 무기를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